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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으로 본 조선 감옥의 풍경

'나의 서울 감옥 생활 1878'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 말기 감옥의 풍경은 어땠을까.

'나의 서울 감옥 생활 1878'(살림 펴냄)은 프랑스 선교사인 펠릭스 클레르 리델이 조선에서 체험한 수감생활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1878년 1월 서울에서 체포돼 같은 해 6월까지 계속된 수감생활을 담았다. 살림출판사에 따르면 조선의 감옥 생활을 서양인의 눈으로 관찰한 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른 눈에 비친 감옥의 풍경은 잿빛으로 채색돼 있다.

옥졸들은 죄수들에게 밤새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한다. 옥졸에 고용된 걸인들은 벼룩을 쫓느라 쉴 새 없이 온몸을 긁으면서도 감시의 눈만은 번득인다.

내연 관계에 있는 유부녀를 가로채기 위해 무고한 사내를 잡아들여 반불구로 만드는가 하면 구타로 사망하는 죄수가 속출하는 등 감옥에서 자행대는 옥졸들의 횡포는 극에 달한다.

감옥 내 시설도 매우 열악하다.

식수를 제외한 유일한 물은 감옥 중앙에 있는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 하지만 이 물을 사용해 씻을 경우 피부병을 얻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더위와 추위, 환기가 안되는 비좁은 공간, 열악한 식단으로 건강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죄수들의 일상을 언급한 대목도 흥미롭다.

"동이 틀 무렵 옥졸이 와서 '문 연다!'를 외친다. 도둑들을 제외한 다른 죄수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감옥 마당으로 나갈 수 있다. 일몰 후에는 곧 죄수들 점호가 있다. 옥졸들은 일단 한데 모였다가, 죄수들을 감시할 옥졸 한 명씩을 각각의 감옥에 배치한 다음 문을 닫는다. 이때부터는 그 어떤 긴급한 일이 생겨도, 아무리 아픈 환자가 발생해도 나갈 수 없다"

마치 새디스트처럼 죄수들이 형벌받는 모습을 즐기는 포교들을 묘사한 부분도 이채롭다.

"신자들에 대한 형벌이란 다리와 팔을 비틀거나 공중에 매달기 같은 것들이다. 무엇보다 마음 아팠던 건 현장에 있는 포교들과 형리들이 그 광경을 보고 비웃으며 재미있다는 듯 크게 소리를 내어 웃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밖에 새로온 죄수가 거쳐야 하는 입방 절차, 자유의 몸이 된 수감자가 남아 있는 자들의 석방을 기원해 베푸는 잔치, 죄수들 사이에서도 혐오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한 묘사, 사형 방법 등 감옥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언급한다.

이 책은 한국 관련 희귀 서양고서를 국역한 '그들이 본 우리' 총서 시리즈(살림펴냄)의 6번째 도서로 발간됐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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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선교사가 본 조선의 감옥생활

【 나의 서울 감옥생활 1878】

이 책은 아드리앵 로네 신부가 정리해 1901년에 발간한 같은 이름의 책(Ma Captivit Dans Les Prisons de Soul)을 바탕으로, 리델의 회고록 일부를 되살린 것. 한국과 관련된 희귀 서양고서를 번역한 ‘그들이 본 우리’ 총서의 6번째로, 서양인의 눈으로 조선의 감옥 생활을 관찰한 첫 번째 기록이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1857년 사제 서품을 받은 리델은 포교지로 배속된 조선에 1861년에 들어왔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중국으로 피신하여 11년이 지난 뒤 선교활동을 하러 다시 조선에 왔다가 이듬해 서울 포도청에 투옥됐다.

리델은 당시의 감옥을 “지상에 존재하는 지옥의 상(像)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좁은 공간, 여름이나 겨울이나 거의 헐벗어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고, 환기는 바랄 수도 없다. 씻을 물은 감옥 중앙 웅덩이에서 얻을 수 있지만 몸을 닦았다간 피부병을 얻기 일쑤다. 그나마 손을 겨우 씻을 양의 멀쩡한 물을 얻는 것은 행복이다.

보통 수감자들은 도둑, 채무죄수, 신도들이지만 가끔 포졸의 계략으로 들어온 무고한 사람도 있었다. 옥졸들은 죄수들에게 밤새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을 하고, 밤낮없이 작은 구실을 대서라도 죄수를 두들겨 패는 ‘야만인’으로 그려진다.‘차꼬’라고 불리는 목판 두 개를 맞댄 발족쇄, 한쪽 끝에 용 장식품이나 방울 등이 달린 오랏줄, 포졸 넷이 닻을 올리듯 잡아끌며 진행하는 교수형, 감방·법정·형구틀 등으로 구성된 감옥 구조도 등 당시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사료적 가치가 크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나라 조선에서 인간의 정이란 얼마나 끔찍한가.”라는 리델의 표현을 접하는 순간 인간의 잔혹함에 가슴이 저린 것은 어쩔 수 없다.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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