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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
진형준 지음 | 2009년 3월 2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253 쪽
가격 : 13,000 원
책크기 : 152*225
ISBN : 978-89-522-1099-9-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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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부 들어가면서
제2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에서 신화방법론까지
제3부 새로운 인식론
제4부 신화방법론의 구체적 적용
싫증주의 시대?

“인간의 삶의 근원에는 끊임없는 싫증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95쪽

인간은 끊임없이 싫증을 내는 존재다. 오늘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가 내일 재미없고, 100원으로 만족하던 아이가 1000원에도 만족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욕망에 한도가 없기 때문만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을 행복으로 여겨 돈 벌기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여러 욕망 중 하나만 충족시키고 다른 욕망들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싫증주의는, 인간의 욕망이 다양하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면서, 동시에 오히려 그 때문에 인간 사회가 역동적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용어이다.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 이후 인간은 생각하기에 존재해 왔다.(로고스 중심주의) 이성적으로 판단한 결과 세계는 인류의 필요에 맞게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고, 실제로 이 원리를 실천에 옮긴 인류는 역사상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다. 인류는 진화해 온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과학문명의 발전과 함께 인간도 진화를 이룩했고 성숙을 했으며 인간 사회도 발전을 한 것이라면 현대인은 우리의 조상들보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사람이어야 하고 현대 사회는 고대 사회보다 윤리적이고 모범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가 저 옛날에 살았던 공자님보다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아무래도 할 수가 없다.” -14쪽

저 딱딱한 회색 로고스 아래서 정상적인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저자는 ‘로고스 중심주의’라는 신화를 타파할 것을 주문한다. 인류 사회는 지금껏 로고스 하나만으로 운영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로고스 이외의 다양한 합리성에 따라 행동해 왔으며, 그 합리성들은 ‘상상력’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논지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새로운 것을 떠올릴 수 있는 힘, 상상력. 인류가 이룩한 것은 모두 상상력의 창조성이 가져왔다. 싫증주의 시대에 상상력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상상력의 근본 원리는 무엇인가?
상상력 연구의 정점에 서 있는 프랑스 인류학자 질베르 뒤랑의 대표작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이 2007년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을 때 언론과 독자들이 보인 반응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저작권 계약을 한 지 1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책도 출간되지 않았는데 재계약까지 하여 저작권료를 추가로 지불하면서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의 출간에 집념을 보인 출판사에 대한 찬사였고, 다른 하나는 드디어 한국에 상상력 연구의 핵심 저작물이 번역되었지만 내용의 방대함 때문에 읽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독후감이었다.
이 책 『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우리말로 옮긴 홍익대학교 불문학과 진형준 교수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의 핵심 내용과 뒤랑의 인류학이 우리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지금까지 자신의 연구 성과와 체험을 총망라하여 세심하게 풀어쓴 저작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저자가 뒤랑을 공부하게 된 동기와 뒤랑의 인류학의 대강을 소개한다. 저자가 뒤랑을 공부하게 된 건 전적으로 스승인 유평근 선생의 영향인데, 유평근 선생이 저자에게 뒤랑 공부를 권유한 건 엉뚱하게도 저자가 ‘정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제2부에서는 뒤랑의 인류학이 형성되기까지 사상의 궤적과 뒤랑의 주요 개념들, 그리고 신화방법론을 소개한다. 프로이트와 융의 사유, 뒤랑이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과학철학자 바슐라르의 사유가 어떻게 뒤랑에게 와서 융합되었는지에 대한 설명과, ‘인류학적 도정’ ‘상징과 기호의 관계’ ‘상징의 여러 등급’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등의 개념들에 대한 해설과, 신화를 이용한 학문방법론 등이 실려 있다.
제3부에서는 ‘신인류학정신’이라 이름 붙여진 뒤랑의 인류학의 내용이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소개된다. 로고스 중심주의와 단절하면서 동시에 로고스를 감싸는 이미지 중심주의, 인간에 대한 전통적 인식의 회복, 신화의 귀환 등을 ‘신인류학정신’의 특징으로 들면서, 셸드레이크의 ‘형태발생의 장’ 이론, 맥더갈의 ‘형태공명’ 이론, 삼장법사와 손오공 이야기 등을 통해 ‘신인류학정신’을 설명한다.
제4부에서는 신화방법론을 적용하여 로마 사회를 전사, 세습, 상업, 성직, 황제 등 다섯 계층의 기능 수행 정도에 따라 분석하고, 서구 기독교 사회의 문화를 헤브라이즘, 헬레니즘, 로마, 켈트, 슬라브, 게르만, 이베리아 반도 등 7가지 풍토의 강약에 따라 분석한다.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은 우리의 정신세계뿐 아니라 물질세계에 상상력이 어떤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상상력의 창조성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 원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