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등의 서간체 소설을 통해 편지형식의 소설의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던 지라, 모리미 도미히코의 <연애편지의 기술>은 어떤 재미를 줄까.....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보통의 서간체 소설과는 다른 점들이 보인다. 우선 답장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모리타가 쓴 편지로만 구성되어 있다.
편지의 내용은 쉼표도 없이 이어지는데, 그간 읽어본 서간체 소설 중 글의 양이 가장 많다. 편지를 통해 모리타는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한다.
스스로를 썩어빠진 두뇌의 소유자라고 밝히듯 모리타가 구사하는 언어들은 과장과 장난스러움이 가득하다.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일상을 바라보는 모리타의 개그본능이 곳곳에서 보이는 데....상당히 기발하다. 모리타가 주변인을 소개하는 글을 보며 나도 주의사람들을 저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지도교수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노토의 연구소로 단신 부임하여 해파리의 생태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모리타는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신왕래의 무사수행’이라는 미명하에 친구 고마쓰자키를 시작으로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첫 연애상담을 시작하면서 편지 한 통으로 전 세계 여성들 누구나 유혹할 수 있는 자신만의 편지기술을 개발해 연애편지 대필 벤처회사를 차리겠다는 황당한 꿈을 가진다.
여자친구에게 빠져 허우적대는 친구 마시멜로 고마쓰자키, 자신의 천적 연구원 선배 오쓰카 히사코에게 보내는 안부편지, 자신의 과외 학생이던 마미야군, 초등학교때 빌려간 300엔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여동생 가오루, 대학 선배인 소설가 모리미 도미히코와 주고 받는다.
독특한 것은 답장이 없어도 각각의 편지들을 통해 사람들간의 연관성을 찾게된다. 세상이 좁다는 말처럼... 편지 속의 인물들은 묘한 연결성을 보여주며 돋가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부가시킨다.
거침없는 입담을 쏟아내며 연애상담을 해주지만 정작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성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선배 오쓰카 히사코와에게 마지못해 보내는 안부 편지를 통해 그녀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고작이다.
모리타는 자신의 꿈과 짝사랑하는 이부키 씨에게 연애편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만나게 되는 말장난과 혼란스러운 구성에 익숙해지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게 될것이다.
이야기를 보는 내내 내용에 상관없이 나도 이런 편지를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제법 많은양의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이제는 안부조차 문자 메세지나 메신저로 주고받는것에 익숙해져버린지라 편지를 쓴다는 것...그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한통의 편지를 위해 쓰고 지우고....쓰고 지우는 과정을 거치며 상대방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며 그들의 소중함도 되새겨 보게 될것이다.
왠지 나도 다시 한번 편지 써보기를 시도해볼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