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북유럽 문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스릴러 분야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크라임 스릴러로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요 네스뵈>다. 주식 중개인이자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록 밴드 보컬 출신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해리 홀>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유형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소설도 상당한 주목을 받은 것 같다. 저자의 책은 처음이지만, 소설의 이야기가 꽤 매력있다.

이야기는 최고의 헤드헌터로 명성을 날리는 <로게르 브론>이 주인공이다. 추천하는 인물마다 채용이 되는 놀라운 실적을 올리고 있는 그는 두얼굴을 가졌다. 탁월한 헤드헌터이자 미술품 도둑. 자신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미술품을 훔치던 주인공에게 어느날 <클라스 그레베>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그를 GPS 기술관련 회사의 CEO로 추천하고, 더불어 그에게 사라진 명화 <칼리돈의 멧돼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훔치려 한다. 그러다 그레베와 자신의 아내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와중에 미술품 도둑 패거리인 <우베>가 죽고, 주인공은 그레베에게 쫓기게 된다. 목숨까지 위협 받는 상황에서 그레베의 정체를 알아나가는 주인공, 생존과 그레베와의 일전이 그 후의 이야기 전개다.

그 구성이 흥미롭다. 일반적인 크라임 스릴러 처럼 범죄자 vs 경찰 혹은 탐정의 구도가 아니다. 간략히 정리하면 범죄자 vs 범죄자의 구도다. 어떻게보면 악인에 대한 응징이라는 주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싸움 정도로 느껴진다. 때문에 대개의 범죄 스릴러와는 조금 다른 맛이 난다.

전체적으로 보면 갈등과 관계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등장인물도 비교적 적고,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도 적은 편이다. 덕분에 두 캐릭터간의 대결에 더 몰입할 수가 있었다. 악인보다 더 나쁜 악인을 통해 생명을 위협받는 이야기가 긴장감을 더한다. 단순한 설정이지만 내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범죄의 스릴적인 면과 캐릭터간의 갈등으로 인한 공포심이 그런 부분을 부각시켜 주는 듯 하다.

그런면은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도 한 몫 한다. 헤드헌터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이기도 하다. 분명히 악인이기는 하지만 갖은 컴플렉스로 똘똘 뭉쳐있기도 하다. 은근히 나약해 보이는 캐릭터인데, 그런 설정이 점점 궁지에 몰리는 주인공의 심리를 또렷하게 해준다. 이야기의 주체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캐릭터만 놓고 보았을 때는 큰 매력이 느껴지진 않는다. 이게 참 묘하다. 그만큼 저자가 스토리적인 요소를 잘 짜놓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건, 그레베의 범행동기다. 그의 목적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그 목표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건 선뜻 동조하기가 힘들다. 기업의 검은 흑막이 엮여 있는데, 문화의 차이일지 관련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일련의 그레베의 행동에 공감을 갖기엔 부족해 보였다.

그런 부분만 빼면, 스릴러 소설이 지녀야 할 핵심적인 부분들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특히 이야기의 말미로 가면서 맞아들어가는 퍼즐 조각들과 반전의 묘미, 이야기 속에 담긴 트릭과 무심하게 던져져 있던 단서들은 살짝 감탄을 자아낸다. 조금 꽉 죄어드는 맛은 부족해 보이지만, 리얼한 묘사와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들은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건의 진실을 풀어 놓는 말미에 대해서는 두가지 상반된 감정이 든다. 결과를 보면서 드는 스릴러의 묘미에 대한 즐거움과 그 결론에 대한 불편함이 그것이다. 주인공은 살아남고 승리하지만, 그 승리의 과정이나 주인공 자체가 악인이라는 점에서 오는 결말은 꽤 씁쓸하다.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충분한 소설이다. 북유럽만의 색채도 묻어나고, 캐릭터들이 엮어 가는 미묘한 즐거움도 좋았다. 다만, 정통 수사물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좇는 독자라면 조금은 고려해 볼 부분도 있어 보인다. 이 소설은 작가의 능력을 살짝 맛보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해리 홀 시리즈가 상당히 궁금해진다.

어떤 형태의 범죄가 되었든 간에 이는 정당화 될 수는 없는 일이며 정당화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법을 어긴 일탈행위는 반드시 사법절차를 거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법을 어긴 모든 범죄의 행위가 그와 같은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니다.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범죄의 심증이 분명 있다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만한 명확한 증거나 범죄자의 자백이 없다면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맹점이 있어서 그럴까 몰라도 사건은 존재하지만 증거나 자백과 같은 객관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해 영원히 미제의 사건으로 남는 범죄들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생각보다 의외로 많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완전한 범죄를 꿈꾸는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치열하고 숨 막히는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범죄 스릴러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보여 지는 것 중 하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스릴러적인 요소 외에도 상상 이상의 반전과, 실감나는 액션들이 사건의 전개에 맞춰 적절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 소개를 보니 북유럽에서는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듯하다. 따라서 정교한 복선을 깔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을 돋보이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국내에도 아마 조만간 그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의 제목에서 보듯 헤드 헌터라는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급 인재들을 등용하는 스카우트의 의미로 생각하기마련 인데, 단어 그 자체가 갖는 직접적인 의미로 보았을 때는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어자체가 가리켜주는 그 뜻에서만 봐도 소설의 전개 내용이 그리 심상치 않게 전개되리라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야누스적인 면을 가지고 있듯이, 이 작품의 주인공 브론은 자신의 얼굴에 두 개의 가면을 쓰고 등장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 있는 스카우트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돈이 되는 그림을 훔치는 절도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야누스적인 면을 완벽하게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스런 부인조차도 모른다. 지금껏 그는 단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명망 있는 스카우트로 일해 왔고 그리고 필요에 따라 유명그림의 소재를 추적하여 이를 훔쳐왔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만큼 사건화 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빈틈없고 철저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한 남자가 어느 날 서서히 그의 등 뒤로 다가온다. 그레베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사람 역시도 두 개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는 한때 잘나가는 중견 기업의 사장이었으나 지금은 브론의 선량한 고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음과 동시에, 주인공의 부인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는 범죄의 사슬로 브론을 옭아매어, 이를 이용하여 큰돈을 걷어 들이기 위한 사기꾼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운명적인 대결을 펼쳐간다.

비밀스럽게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중적인 생활과 그의 그런 약점을 파고들어 치밀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또 다른 음모를 꾸며가는 이 작품의 내용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났던 것은, 한때 국내 영화에서 상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작품이다. 물론 이와 같은 맥락의 다른 외화들도 있긴 하지만 전체 구성과정을 보면 그 틀에 얼추 끼워 맞출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다 보면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가도, 은연 중 작가가 심어 놓은 새로운 설정들에 의해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의 요소들로 인해 책의 내용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위태함이 느껴지는 스릴과 시원스런 액션의 부분을 중간 중간 적절하게 담아 생동감 있게 표현함은 물론이고, 그것에 곁들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 시켜준다. 따라서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두 남자가 경찰의 수사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 교묘한 트릭을 펼쳐가는 이 작품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매력 있는 소설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평상시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필요에 따라서 악의 가면을 쓰고 비도적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주인공의 비열하고 가식적인 행위로만 본다면 분명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런 감정은 사라져버리고 결말의 끝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더해가는 이 작품의 이야기에서, 많은 독자들이 짜릿하고 스릴적인 묘미를 맛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