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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 레스코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 56)
아베 프레보 지음 | 진형준 옮김 | 2021년 12월 15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212 쪽
가격 : 25,000 원
책크기 : 197.6*273
ISBN : 978-89-522-4347-8-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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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세계문학컬렉션
사랑을 향한 끝없는 열정
최고의 연애소설 『마농 레스코』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문학 버킷리스트!
사랑은, 특히 젊은 시절의 사랑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사랑과는 다르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현실 감각이나 분별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랑은 그냥 그렇게 와서 그냥 그렇게 나를 사로잡는 것이다. 그 사랑은 달콤하면서 위험하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면서 동시에 고통을 주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많은 것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왜인가? 누구나 그런 사랑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 자체로 고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큰글자로 읽는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읽지 않는 고전은 없는 고전이고, 즐기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고전은 죽은 고전이다.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은 마음을 풍요롭게 다스리고 날카롭게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고전문학선이다. 두껍고 지루한 고전을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축역본’이자 글자 크기를 키워, 보다 편한 독서를 도와준다.
제1부
제2부

『마농 레스코』를 찾아서
『마농 레스코』 바칼로레아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나,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던 내가 단번에 열정에 휩싸였다. 도대체 무슨 신비스러운 힘이 작용했던 것일까? 그렇게 수줍음을 잘 타던 내가, 한눈에 반한 그녀 앞으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가간 것이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수줍은 기색도 없이 내 인사를 받았다. 나는 그녀가 무슨 일로 아미앵에 온 것인지 용감하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부모님의 명령으로 수녀가 되려고 이곳에 왔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그녀의 부모가 내린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열렬하게 비판했다. 처음 본 그녀에게, 그녀가 수녀가 되면 한없이 불행해질 것이라고 열심히 떠들어댔으니 모두 그녀를 향한 내 맹목적 열정이 가져다준 힘 덕분이었다. 나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논리와 웅변술을 총동원했다. 그녀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기도 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단지 자신도 자기 앞날이 불행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달리 피할 도리가 없으니 운명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듯 대답했을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야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수녀로 만들기로 결심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향락에 빠지기 쉬운 기질이 이미 엿보였기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 향락 기질이 나와 그녀가 앞으로 빠지게 될 불행의 씨앗이었다.
하지만 그날 어렴풋이 드러난 그녀의 그 기질은 오히려 나를 매혹시켰다. 그녀의 부드러운 눈길, 불만을 토로하면서 드러내는 우수에 젖은 요염한 모습, 이따금 내뱉는 한숨, 이 모든 것이 나를 파멸로 이끌 운명의 힘이 되어 나를 밀어붙였다.
나는 앞뒤 재지 않고 그녀에게 단언했다. 내 가슴속에 불붙은 사랑을 믿는다면 내 말을 따라달라, 내 목숨을 걸고 그녀를 부모님의 강압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_24~25쪽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떨며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녀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내 침묵이 길어지자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정을 저지른 나를 미워하는 건 당연해. 내가 나빴어. 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당신도 너무했어. 어떻게 두 해 동안이나 내 소식을 알아보지도 않을 수 있는 거지? 너무 야속한 거 아냐? 게다가 나를 이렇게 눈앞에 두고도 어떻게 아무 말이 없을 수 있는 거야?”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나는 몸을 모로 돌린 채 여전히 서 있었다. 감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입을 열려 해도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내가 용기를 내어 외쳤다.
“아, 마농! 부정한 마농!”
나의 말을 듣고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어.”
“그럼 도대체 여긴 왜 온 거야?”
내가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난, 난 죽어버릴 거야. 만약 당신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없다면……. 아, 당신의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단 말이야!”
그녀의 그 말에 나는 그만 폭발해버렸다. 분노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제 사라졌다고 착각했던 그녀를 향한 사랑이 폭발한 것이다.
“아, 마농! 그런 끔찍한 말을 하다니! 당신이 죽느니 차라리 내 목숨을 가져가! 당신에게 줄 건 내게 남은 이 목숨 단 한 가지밖에 없으니까! 단 하루라도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지 않은 적은 없었어!”
그랬다! 일순간에 나의 공부도, 나의 신앙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얼마나 큰 착각 속에 살고 있었는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녀를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_87~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