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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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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철 지음
| 2022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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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 살림 |
| 쪽수 : 280 쪽 |
| 가격 : 13,000 원 |
| 책크기 : 152*210 |
| ISBN : 978-89-522-4674-5-03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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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꿈과 열망
조각가 강대철의 첫 번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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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길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혹은 줄다리기
한국 조각계의 촉망받는 작가이자 문인이었던 조각가 강대철이 1981년에 발표한 첫 번째 장편소설 『끌』이 〈강대철 전집〉(전 6종)을 통해 40여 년 만에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끌』은 조각가 강대철이 예술에 대해 암중모색하는 초기의 과정을 담고 있으며, 미래의 어느 날 ‘강대철 조각토굴’이라는 정점을 향해 걸음을 시작하는 예술에 대한 사념으로 가득하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70년대에서 80년대 초 한국의 현대미술은 앵포르멜 기법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전위적인 미술운동이 들불처럼 유행하고 있었다. 작가 강대철은 소설 속에서 두 명의 젊은 예술가를 등장시켜 그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예술 행위를 통해 과연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본질에 닿아 있는 순수한 에너지를 삶 속에서 건져 올리는 것이 예술가가 해야 할 덕목이라면 구도자의 자세로 예술가의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시기이기도 하다며, 그 생각은 인생의 막바지가 된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된 지금도 유효하다 말한다.
예술 행위가 어떻게 본질적인 문제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두 인물의 생각과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드러내보고자 했던 의도는 과연 이 시대에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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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예술 행위와 삶의 본질 _ 2
1장 _ 6
2장 _ 28
3장 _ 70
4장 _ 91
5장 _ 121
6장 _ 152
7장 _ 172
8장 _ 182
9장 _ 213
10장 _ 242
에필로그 _ 265
해설・‘본질을 쪼는 끌’・진형준 _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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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강대철은 소설 속의 청규와는 다르게 창조를 계속할 수 있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혹은 줄다리기! 창조라는 숭고한 운명을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낸다는 것! 나는 예술가 강대철 앞에서, 그가 그 어려운 꿈을 실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장흥 어느 산자락 토굴에 새긴 그의 어마어마한 조각들을 보고 나는 ‘끔찍하다!’라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으니…. 그 작품들은 예술가 강대철의 꿈, 열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 작품들을 통해 그는 이미 강대철이라는 한 개인을 넘어서고 있었으니…. 그 작품에는 인류 전체의 열망과 꿈이 담겨 있었으니…. 그것이 구도와 구원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_진형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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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의 도자기는 그런 차원과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지. 가장 비천한 하류 계급의 도공들은 자신들의 한과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을 도자기를 빚으며 무의식 속에서 승화시켜 나갔다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백자는 옆에 두고 보면 볼수록 가슴으로 져며 오는 애틋함이 있고, 무상으로 이어지는 정을 느끼게 된다는 거지. 그러나 그 얘기는 조상들이 남겨 놓은 도자기 얘기고, 지금 그릇쟁이들이야 조상을 등에 업고 돈벌이하는 것이지 별것 있나? 대량으로 생산되는 그릇, 획일적으로 창작성을 잃은 그것들이 무슨 예술품이 되겠느냐는 얘기지.”
_2장, 45~46쪽
관수는 새 담배에 불을 댕기며 다시 책상 위에 있는 분청 도자기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직선으로 된 원통형이 아니라 약간의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 곡선의 양감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지만, 어쩐지 여유 있는 양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그 곡선에 의해서인 것이 분명했다. 관수는 청규가 왜 이런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가마에서 이 도자기를 꺼내며 만족해하던 표정으로 보아 무엇인가를 의도하고 있고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관수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마의 화구 앞에 앉아 있으면 어느새 불꽃을 빨아들일 듯한 눈빛으로 변해가는 그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청규는 무엇인가를 앓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관수는 생각했다. 자신은 벌써부터 창작에 대한 꿈을 버린 지 오래라고 강조했지만 그의 가슴속에서 무엇이 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_2장, 55쪽
관수는 스케치를 끝내고 몸을 일으키며 자신이 무엇인가 많이 변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들꽃 하나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는 건 성장을 한 후로는 없었던 일이었다. 이제껏 관수의 작업은 무수한 관념 속에다 뿌리를 내려 또 관념으로 이어지는 꽃을 피우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 관념의 꽃은 실제로 가슴에 와 닿지를 않고 언제나 한 발자국 물러나 저만큼에서 피어 있었다. 물론 관수 자신은 그런 식의 꽃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피워놓고 보면 언제나 꽃은 관수의 곁에 있어 주질 않았다. 그러나 지금 관수는 조그만 들꽃을 스케치북에 옮기면서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다.
_3장, 75~76쪽
우리들은 빠리에 몸을 담갔다가 온 많은 선배들을 보았다. 그들이 말하고 내보이는 세계적인 것, 세련된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예술이 무슨 유행 같은 것이란 말인가. 빠리나 뉴욕에서 곁눈질하며 걸치고 온, 몸에 맞지 않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그들은 한국미술을 이끄는 선구자라는 착각 속에 빠져 어깨들을 우쭐거린다. 그들이 어깨를 우쭐거릴 때마다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그들의 어깻짓을 부러워하고 흉내를 내려고 어설픈 어깻짓을 했었던가. 우리는 우리의 어깻짓이 있는 것을 그들도 모를 리 없건마는 그런 걸맞지 않는 어깻짓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이 빠리라는 약의, 뉴욕이라는 약의 중독 증세의 몸짓인 것인가. 아냐. 예술은 그런 것이 아냐. 그런 것일 수가 없어. 그런 것이어서는 안 돼. 나의 뿌리에서 빨아올려진 수액으로 피워 놓은 꽃이어야 하고, 그 꽃을 회의하는 내면의 투쟁이어야 하는 거야. 빠리로 빠리로 외치는 소리가 내겐 빠지러 빠지러 빠지러 간다는 소리 같아. 알맹이를 빠뜨리고 겨우 껍데기만 건져오는 것이 그들일 것만 같아.
_5장, 143쪽
후끈거리는 열기를 내뿜는 화구(火口)에 아직까지도 삭지 않은 불씨가 두꺼운 재 속에서 빨갛게 눈을 뜨고 있었다. 아무리 밤이라도 한여름 가마의 열기는 견디기 힘든 더위였을 거였다. 장작을 넣기 위해 화구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 외에는 옆으로 비켜 앉아 불을 감시해야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청규는 화구에 머리를 박듯이 쓰러졌고, 치명적인 화상을 입었다. 취한 상태에서 장작을 집어넣다 실수를 한 것이었을까. 발을 헛디뎠다거나, 너무 취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거나. 아니었다. 그렇지 않은 것은 소주병 네 개가 모두 화구 앞에 딩굴고 있었다. 그렇다면 화구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술을 마셨을 것이 분명했다. 이 더위에 그 열기 속에서… 그럼 실수가 아니었단 말인가. 의식적으로 몸을 화구로 집어넣으려 했던 것이란 말인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네 병의 소주병을 밤새 비워냈을 것이고, 인사불성으로 취해 무슨 환상을 본 것일까. 무슨 착각을 일으키고 뛰어든 것이었을까.
_9장, 240~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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