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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사상017-해석의 갈등 (e시대의 절대사상 017)
윤성우 지음 | 2005년 11월 25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236 쪽
가격 : 8,900 원
책크기 : 사륙양장
ISBN : 89-522-0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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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리쾨르의 중기 철학을 대표하는 『해석의 갈등』은 인간 실존에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해석의 갈등―인간 실존과 의미의 낙원』은 인간 주체의 문제, 의미, 의미를 낳는 상징과 텍스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들의 가치에 천착한 『해석의 갈등』을 탁월한 필치로 풀어 썼다.
1부 폴 리쾨르
1장 의미를 찾아 방황하던 실존
리쾨르에 이르는 길
열림과 개방과 소통의 정신
『해석의 갈등』의 사상사적 맥락

2장 시대적 배경과 사상가론
『해석의 갈등』과 그 시대적 배경
사상가 리쾨르

2부 『해석의 갈등』 그리고 그 전과 후
1장 『해석의 갈등』 그 이전
의지는 무얼 먹고 자라는가
상징이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2장 『해석의 갈등』 속으로
의미는 구조로 환원되는가, 구조의 효과에 불과한가
무의식의 발견은 철학과 자아에 상처만 남겼나
프로이트 안에 또 다른 프로이트
해석들 간의 갈등, 그리고 그 끝은

3장 『해석의 갈등』 그 후
은유_또 다른 의미의 보고(寶庫)
텍스트_가장 긴 우회의 해석학에서 주체의 문제

3부 관련서 및 연보
리쾨르 관련서
리쾨르 연보

부록
주
철학은 과학이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19세기 유럽이 이중혁명을 경험했다고 기술한다. 하나는 바스티유 감옥에서 불타오른 프랑스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공장 굴뚝의 연기로 상징되는 산업혁명이다. 이 정신의 혁명과 물질의 혁명은 몇 번의 저항을 받기도 했으나 역사의 큰 물줄기가 되어 지금까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이 중 후자, 즉 물질의 혁명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과학의 진보였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산업의 발전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었고, 인류에게 밝은 유토피아를 약속했다. 그리고 신의 섭리가 아닌 인간의 의지에 따르는 역사의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있었다. 그에 따라 세계는 과학적 인식틀로 설명되었다.
철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철학 세계에 진입한 과학적 이성은 철학에도 과학적 엄밀성의 잣대를 들이댔다. 과학적(수학적) 이성의 기준을 벗어난 철학은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을 시작으로 과학적 철학의 시대가 열렸다.

과학적 철학의 허망함
데카르트 철학의 시작점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주체’라는 개념은 근대 과학적 패러다임의 기초이기도 하다.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나’와 그 ‘나의 인식 가능성’이 확고하지 않다면 과학 연구의 수많은 관찰들이 모두 신기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근대 철학 초기부터 늘 의심의 대상이었다. 근대 경험론의 대표 격인 데이비드 흄은 주체를 ‘지각의 다발’쯤으로 정의하면서 주체의 확실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했다.
주체라는 개념은 20세기로 넘어와서 또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받는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무의식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주체의 의식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 즉, 의식은 지속적으로 거대한 무의식의 영향을 받으며, 주체는 이 과정을 의식하지 못한다. 프로이트의 이러한 견해는 굉장한 파괴력을 지닌다. 왜냐하면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매커니즘을 주체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의식하는 주체의 확실성은 더 이상 확실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개척한 무의식의 세계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해석의 공간을 만들어 놓았고, 이 공간의 존재로 인해 근대의 과학적 철학은 설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 공간에서 리쾨르의 철학은 시작한다.

철학하는 나를 위한 철학
객관성이나 과학성 같은 근대의 의식이 일종의 강박관념이라면 철학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사전에는 철학의 두 가지 의미가 소개되어 있다. 하나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이 중 무엇이 ‘철학’이라는 말에 더 어울리는가? 일반적으로 철학이라는 학문은 전자를 가리키는 반면 후자는 소위 ‘개똥철학’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철학하는 나’는 어찌되든 세계의 근본 원리만 찾으면 되는 것인가? 철학하는 내가 철저하게 소외되는 철학이 과연 온전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그 철학이 그 근본부터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라면 철학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문제에 다다른 리쾨르는, 마치 회의론자처럼, 객관적인 무엇을 찾아 헤매는 여행보다는 는 이 세계 안에서 살고 있는 내 몸과 정신에 진정으로 중요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근대 과학주의로 인해 구석으로 밀려나고 소외된 인류의 실존을 위한 철학이 바로 리쾨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세계나 의미를 만들어내는 법칙보다는 의미들이 탄생하는 장소, 즉 상징과 은유와 텍스트 자체에 주목한다.
또한 절대적인 단 하나의 의미보다는 사람들의 다양성만큼 다양한 모습을 한 의미들의 갈등을 소중하게 여긴다. 의미는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바로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존재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리쾨르는 상징을 기호처럼 사용하는 프로이트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오이디푸스 신화를 해석할 때 프로이트가 부친 살해만 주목하는 반면, 리쾨르는 부친 살해뿐 아니라 형제들 사이의 화해의 측면도 중시한다. 어쩌면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계약을 통해 부친 살해의 반복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사실이 부친 살해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교나 신앙과 관련해서는 형제들의 화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해석의 갈등―인간 실존과 의미의 낙원』에서 저자는 『해석의 갈등』이 철학사적 맥락과 리쾨르 철학의 발전 궤도 상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리쾨르가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그의 철학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를 자신의 독특한 문체로 서술하였다.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의미 세계를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묘안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