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할 중요성 인정하지만 이젠 우리가 존중받을때"
122년간의 동거 김재엽지음|살림|321쪽|1만2000원
왜 한국에서 최근 반미(反美) 감정이 고조되고 있을까? 바람직한 한미 관계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한국과 미국 두 나라를 곤혹스럽게 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 20대 젊은이가 나름대로 대답을 내놓았다. “친미와 반미 모두 미국을 절대적 존재로 생각하고, 수평적 관계로의 변화에 따르는 책임을 맡지 않으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씨는 앞으로 한미 관계의 방향이 ‘더욱 확대되고 동등한 동맹’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제까지의 한미 동맹이 북한에 대한 공동 대응과 미국이 한국 방위를 책임지는 대신 한국이 열등한 지위에 놓이는 불균형을 특징으로 했다면 이제는 한미동맹이 동북아의 균형 축 역할과 권리·책임면에서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인들이 미국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국제관계 전공으로 지금 석사 과정(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이수하고 있는 김재엽(25)씨는 학자라기 보다는 아직 ‘학도(學徒)’. 특히 안보와 국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2002년 여중생들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후 반미 감정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보고 한미관계를 짚어보는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저도 두 여중생의 죽음이 안타까웠지만 압사 현장의 사진을 곳곳에 전시하고 미군이 점령군인 것처럼 주장하는 ‘반미 상업주의’를 보며 좀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역량의 한계를 느껴 일단 포기했다가 지난해 가을 한 중소기업 임원으로 있는 아버지의 권유로 다시 도전했다.
김씨는 이 책에서 한국과 미국이 19세기 후반 이래 맺어 온 상호 관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색한 첫 만남, 배반의 계절, 짧은 재회, 혈맹으로의 거듭남, 깨어진 환상, 변화의 사각지대, 위험과 기회의 갈림길로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가 그동안 맺어 온 역사적 사실을 ‘국익’과 ‘지정학’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양국이 동맹을 통해 얻는 것은 작게 보이고, 자기 부담만 크게 보이기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안팎의 여건이 변화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그가 보기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열강에 둘러싸여 이들을 견제할 ‘동맹’이 필요한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은 지난 100여년 동안 건국과 경제발전에서 결정적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존재였다.

▲ 저자 김재엽씨/ 이진한기자
그러나 이제 한국에게 미국은 ‘영원한 혈맹’이냐 ‘오만한 강대국’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무엇 때문일까?
“6·25 전쟁이나 경제발전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을 경험하지 못한 저 같은 젊은 세대에게는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부정적 모습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우리가 더욱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는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100% 일치하지는 않아도 70~80%는 공유하는 것이 현실이고 북한 핵 문제, 중국의 부상 등으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무엇이 우리 국익과 동북아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냉철한 현실에 따라 한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