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slide
살림출판사가 출판한 책 현재 2,627종  
살림출판사홈 > 살림의 책 > 전체도서목록
122년간의 동거
김재엽 지음 | 2004년 5월 4일 [절판]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22 쪽
가격 : 12,000 원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522-0223-3
• Home > 브랜드별 도서 > 살림인문
• Home > 분야별 도서 > 인문사회
20대의 젊은 정치외교학도가 국익과 지정학이라는 관점에 입각해서 정리한 이야기로 읽는 한미관계의 역사. 한국이 미국과 처음 조우했던 138년전의 제네랄 셔어먼호 사건부터 122년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거쳐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까지 숨막히는 한미관계의 기록을 냉정하면서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평이한 용어로 풀어내려갔다.
프롤로그: ‘USA’라는 존재의 무게
제1장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두 가지 기준: 국익과 지정학 | 위협을 막을 방패, 확장을 위한 다리 | 동북아의 패권을 원한다 | 잠복되어 있는 갈등의 가능성
제2장 어색한 첫 만남
포함외교와 쇄국 | 제너럴셔먼 호 사건 | 신미양요 | 중국의 주선과 ꡔ조선책략ꡕ | 국교수립
제3장 배반의 계절
조선의 짝사랑 | 대답 없는 메아리 | 공범 혹은 적대적 방관자 | 일제 강점기와 미국
제4장 짧은 재회
오판의 결과, 38선 | 준비되지 않은 해방자 | 신탁통치 파동과 미국 | 대한민국의 탄생 | 치명적 착각
제5장 혈맹으로의 거듭남
낙동강에서 압록강까지 | 휴전의 대가, 상호방위조약 | 질곡의 시대와 미국 | 절정: 베트남 파병
제6장 깨어진 환상
시작되는 의심 | 닉슨 독트린의 충격 | 부분철수가 남긴 것들 | 박동선과 도끼만행 | 박정희 대 카터 | 80년대의 표리부동 | 산타에서 람보로
제7장 변화의 사각지대
연기된 구조조정 | 제1차 북핵위기 | 더 이상의 침묵은 없다 | 뒤바뀐 입장
제8장 위험과 기회의 갈림길
도화선: 2002년 6월 13일 | 불신의 겨울 | 이라크라는 시금석 | 현실로 다가온 주한미군의 재배치
제9장 ‘영원한 혈맹’인가 ‘오만한 강대국’인가
‘영원한 혈맹’인가 ‘오만한 강대국’인가 | ‘동맹’ 또는 ‘우방’ | 한국군의 작전권과 SOFA 그리고 주한미군 유지비용 | 한국과 미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
제10장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균형의 축: ‘더욱 확대되고 동등한’ 동맹 | 미국의 악역을 활용하라 | ‘수평적 한미관계’는 공짜가 아니다 | 숭미와 반미를 넘어서 | 미국은 ‘변화된 한국’을 인정하라 | 미국에 대한 3대 미신
에필로그: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의 한미관계
시험대에 오른 한미관계

한미관계는 최근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으로 보인다. 9.11테러사태, 북핵문제, 부시의 ‘악의 축’ 발언파동, 오노 사건, 미군장갑차 사고와 촛불집회,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 그리고 제2차 걸프전쟁과 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 등 지난 1-2년간 한국과 미국 사이에 떠오른 여러 가지 현안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치열한 논쟁과 대립들을 보면 오늘날 미국에 대한 한국사회 내부의 관점이 극명하게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한쪽에서 볼 때 미국은 ‘오만한 강대국’ 또는 ‘불량국가’(촘스키)다. 또 한편에서는 ‘은인’이나 ‘혈맹’,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평가된다. 양쪽이 나란히 평행선을 달리는 형편이다. 한쪽에서는 미국을 따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한국이 망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미국과 뜻을 함께하는 것은 모두 나쁘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주변에서 책이나 TV 프로그램을 찾아보더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미국을 절대선 아니면 절대악으로 도식화시켜 놓았거나 미국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미관계를 그렇게 단순히 자신이 처한 이해나 명분으로만 재단할 수 있을까? 흑백논리로 양단할 수 없는 복잡한 국제관계와 각국의 이익이 얽혀있기 때문에 한미관계를 보는 시각은 특히 냉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기준은 역시 한국의 자기보존, 즉 국익과 안보여야 한다. 이제 한미관계는 미국의 악덕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쪽으로도, 또 미국의 선량함만을 치켜세우는 쪽으로도 기울어서는 안 된다. 보다 전략적으로 한미관계를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5세 젊은이의 눈으로 바라본 한미관계 122년

이 책은 한 젊은 20대 정치외교학도가 바로 그와 같은 시각에서 정리한 한미관계의 역사이다. 1979년생인 저자는 한국전쟁의 고통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미국에 대한 특정한 원한도, 맹목적인 신뢰도 없다. 그가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은 오로지 국익과 지정학일 뿐이다. 저자는 바로 그런 바탕에서 한국이 미국과 처음으로 조우했던 138년 전의 제너럴셔먼 호 사건부터 122년 전 조미통상수호조약을 거쳐 최근 논의가 분분한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까지 숨 막히는 한미관계의 기록을 냉정하면서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평이한 용어로 풀어내려갔다. 이야기로 읽는 한미관계의 역사인 셈이다.
저자는 한미관계의 역사를 차분하게 풀어내려가면서도 20대의 젊은이라고 보기에는 놀라우리만큼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가령 저자는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는 주권국가 사이에서 가장 높은 협력 상태인 ‘동맹’관계에 있으면서도, 대외적인 공동과제나 대내적인 상호관계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한국과 미국 양측 간에 나타나는 국력의 격차가 분명하고, 게다가 한반도라는 지역에 부여하는 한국과 미국 양측 간의 이익수준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력의 격차에 대해서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한국과 미국 양측 간의 이익수준의 차이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한미 양측 가운데 상대방을 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쪽은 한국이라고 말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자국의 도전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에게 미국은 스스로를 북한과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달리 대안을 찾기 힘든 지원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입장이 더 절박한 한국은 미국을 대외적 위협을 막기 위한 자국의 지원세력으로 확보하려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적지 않은 양보까지 감수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고, 그로 인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상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저자의 시각에 따르면 미국은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며, 모든 것을 조율할 만큼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한미관계의 역사로 볼 때에도 미국은 우리에게 끝없이 이익만을 전해준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항상 우리 민족을 억압하고 이용한 것만도 아니었다. 다만 미국도 자국의 이익에 충실했을 뿐이다. 어느 사회에서든지 극단적인 주장이나 시각이 주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여론주도세력’이라고 불리우는 지식인층 내부에서, 그리고 현재 사회를 이끌고 있는 기성세대와 앞으로의 주도세력이 될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숭미와 반미를 넘어서

저자는 미국에 대한 시각이나 입장이 어떻든 숭미와 반미 모두 한국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경계한다. 숭미론자들의 경우, 미국과의 관계 자체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과 다른 것’을 두려워한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한미 양국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한국의 입장이 어떠한가보다 혹시나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가의 여부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숭미론자들이 주장하는 “미국을 잘 알아야 한다”는 논리는 “미국을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비판한다.
한편 반미론자의 경우, 미국을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배척되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사회가 미국에 대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시정을 요구한 결과 SOFA나 미군공여지 등 한때 한국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주한미군 관련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 미국의 잘못에 항의하여 바로잡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미국 자체를 악으로 매도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획책하거나, 이를 위해 왜곡과 과격한 행동 그리고 상징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일부 반미 지상주의자들이다. 이들의 가장 눈에 띄는 오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모습들만을 강조하고, 그것을 한미관계의 전부인양 과장하는 데 있다.
가령 지난 2002년 봄, 미국 보잉의 F-15K를 공군의 차기 전투기(F-X)사업의 대상기종으로 선정한 일을 두고 “고물전투기를 강매시키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당시 마지막까지 F-15K와 경쟁을 벌이면서 ‘자주국방’의 상징인양 부각되었던 프랑스의 라팔은 그때는 물론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나라에 수출된 실적이 없는 전투기였고, 라팔이 자랑하는 각종 첨단 기술들의 실용화 시기가 한국이 요구하는 실전배치 시기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F-15K가 ‘고물’이라면 라팔은 ‘미완성’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두고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가 가져온 눈 가리기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냉정한 시각으로 한미관계를 이해하고, 숭미와 반미의 국론분열을 뛰어넘어 미국을 알고 미국을 우리의 국익에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독한 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도대체 우리는 한미관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시 현실적인 여러 제반 사정들은 무시한 채, 감정적인 자존심만으로 미국을 ‘제국주의 침략자’ ‘일본의 식민지배를 용인한 공범’ ‘분단의 원흉’ ‘오만한 점령군’ ‘민족화해와 평화를 방해하는 전쟁 위협 세력’ 등의 ‘악의 화신’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예전 원조경제시절을 절대시하여 미국을 ‘근대화의 공로자’ ‘해방과 건국의 은인’ ‘북한의 침략과 빈곤에서 구원해 준 혈맹’ ‘따라야 할 모범’ 등 맹목적으로 절대시하지는 않았는가? 혹시 우리의 판단 근거가 아주 작은 주의주장이나 현실을 벗어난 명분론에 입각해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