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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캔디를 모함했나
박인하 지음 | 2000년 1월 28일 [절판]
브랜드 : 살림
쪽수 : 336 쪽
가격 : 8,000 원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522-0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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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비평가 박인하 씨가 `순정만화의 변호사`를 자처하며 `순정만화의 사면복권`을 주장하고 나서 화제다. 화제의 진원지는 최근 그가 펴낸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살림출판사)라는 책.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대중문화 장르의 대명사인 순정만화에 대해 우리 주위에 만연한 마녀사냥식 편견을 향해 비평의 포문을 연다.
1장 소녀들의 감수성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1. 왜 순정만화를 이야기하는가?
2. 순정만화에 대한 이해(1)
3. 순정만화에 대한 이해(2)

2장 초기 순정만화의 지형도

1. 궁핍한 시대의 등불, 가족만화 - 1950~60년대
2. 경제성장기를 풍미한 여성작가들 - 1960~70년대
3. 소녀취향 만화의 대표작, 엄희자의 <하얀 등대>

3장 정착기의 순정만화

1. 순정만화의 관습이 형성되다
2. 일본 소녀만화의 영향을 받다
3. 1세대와 2세대를 이어주는 차성진
4. 80년대를 풍미한 김동화의 로맨틱 순정만화
5. 한승원의 센티멘탈리즘 순정만화
6. 순정만화의 대중화를 열어간 황미나

4장 순정만화의 부흥기

1. 김진과 작가주의 만화
2.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는 신일숙
3. 인간을 향한 아름다운 시선의 작가, 김혜린
4. 감정의 작은 조각들을 맞추어가는 작가, 강경옥

5장 순정만화, 변화된 지평에서

1. 순정만화 잡지의 시대
2. 이정애, 소년소녀를 만나다
3. 김기혜, 대사의 미학 그리고 시각적 쾌락
4. 이은혜, 멋진 분위기와 멋진 느낌으로
5. 이미라, 재미있게 웃기기 그리고 백일몽의 세계
6. 원수연, 가볍고 달콤하고 재미있는 슈거 코믹
7. 이강주, 알레고리의 미학

6장 새로운 세기를 여는 순정만화

1. 이빈, 10대와의 연대 또는 새로운 감수성의 구축
2.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작가 - 문흥미.강모림.김지윤
3. 웃음, 90년대의 정서를 부여잡고 - 조강연. 김언형.권교정
4. 웃음, 90년대의 정서를 부여잡고 - 최인선.신동주. 한미석
5. 힘, 새로운 감수성, 새로운 이야기 - 나예리.박희정.유시진
6. 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순정만화 - 김지은. 한혜연. 심혜진. 천계영.이진경

부 록 : 국내 순정만화 작품 목록
"순정만화를 불량식품 취급하지 말라!"

만화비평가 박인하 씨가 '순정만화의 변호사'를 자처하며 '순정만화의 사면복권'을 주장하고 나서 화제다. 화제의 진원지는 최근 그가 펴낸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살림출판사)라는 책.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대중문화 장르의 대명사인 순정만화에 대해 우리 주위에 만연한 마녀사냥식 편견을 향해 비평의 포문을 연다.
사실 순정만화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다. (…) 하지만 이런 비판은 순정만화의 대명사 <캔디 캔디>의 실제 상과는 거리가 있다. 주근깨 투성이의 소녀 캔디가 고아원에서 나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외부에 의한 도움보다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캔디의 강한 의지에 있는 것이다. 이제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등장하면 무조건 순정만화를 들먹거리는 행동은 그만두어야 할 일이다. 더구나 창조적인 만화적 상상력이 유아적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폄하되는 위악적인 사고 또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는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순정만화의 50년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만화비평집. 황미나, 강경옥, 신일숙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순정만화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며 그 공과를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여성만화'라는 선입견 아래 마치 불량식품처럼 대접받던 순정만화를 비평의 텍스트로 삼아 저자는 작품마다에 녹아 있는 시대적 의미와 메시지를 성찰함으로써 순정만화의 정당한 자리찾기를 시도한다.
책갈피마다 숨어 있는 풍부한 도판자료와 원수연, 나예리, 천계영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면면까지 감상할 수 있어 만화공화국의 주민들이라면 꼭 한번 눈여겨보아야 할 책. 성인 독자들에게는 소녀시절의 눈물과 웃음, 그리고 순백의 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추억의 더듬이'가 되어준다.

국내 최초로 정리한 순정만화 50년사

순정만화의 발전사 속에서 그 시대적 약호를 읽어내고 있는 이 책은 시대별 흐름에 따라 총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소녀들의 감수성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는 순정만화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걷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그 간 비난의 대상이 되어온 순정만화의 8등신, 9등신 캐릭터는 남성의 욕망과 지배를 상징하는 아이콘 사이에서 여성들의 욕구와 욕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근육질의 마초들이 만연한 남성 중심의 세계에 대한 여성들의 능동적 자기표현이라는 것. 더불어 숨막히는 입시지옥 속에서 여학생들이 숨쉬고 공감할 수 있는 해방구로 기능하며 그들 독자층의 보편적 세계관을 수용하고 대변해온 표현매체라는 점에서 순정만화 또한 엄연히 하나의 독립된 예술작품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순정만화에 대한 용어상의 혼란을 지적하며 그 개념적 정의를 시도하는 한편, 순정만화의 역사를 정리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정만화는 1950년대 가족 취향의 만화에서 출발해 60∼70년대 소녀취향의 만화로, 그리고 80년대의 로맨틱 순정만화에서 다시 거대한 서사를 통한 인간의 사랑을 그린 서사순정으로 변화했다. 이어 80년대 후반 순정만화 잡지의 창간으로 잘 짜여진 단편과 밝고 경쾌한 연재작품을 선보인 후, 90년대에는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폭넓은 다양성을 가진 순정만화로 발전했다는 것. 이러한 역사 정리를 바탕으로 저자는 시대별로 본격적인 작가론과 작품론을 시도한다.
2장 '초기 순정만화의 지형도'에서는 1950∼70년대, 순정만화의 탄생기를 다루고 있다. 순정만화는 가족만화에서 분화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순정만화는 한성학의 <영원한 종>(1957년). 초기의 대표작인 권영섭의 <울 밑에 선 봉선이>는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가족의 복원과 가난극복을 바라는 소녀들의 보편적 염원을 담았다. 60년대 들어 경제성장기를 맞으며 여성작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엄희자, 민애니, 송순희 등으로 대변되는 이들 작가군의 작품들은 소녀취향 캐릭터에, 착하고 순진한 주인공이 악을 물리치고 성공한다는 권선징악형 이야기 구조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선징악형 고난극복담은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검열을 피하기 위한 안전핀으로 자리잡으면서, 순정만화의 정체(停滯)를 불러 독자들을 떠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3장 '정착기의 순정만화'는 80년대 들어 순정만화가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는 시기를 조명한다. 70년대 공백기를 지나 70년대 후반 일본만화 <캔디 캔디>의 TV 방영으로 촉발된 순정만화 붐은 그 간 순정 만화를 외면했던 독자들을 다시 불러모으며 독립된 장르로 정착된다. 이 시기에 이르러 일본 만화에 영향을 받아 순정만화식의 독특한 미형 캐릭터, 독특한 칸나누기, 정서 중심의 내러티브 구조 등이 확립된다. 김동화와 한승원은 로맨틱하고 센티멘털한 세계를 개척하며 10대 독자를 사로잡는 깜찍한 큐트형(CUTE) 여주인공 상을 정착시켰으며, 이 시기의 대표 작가인 황미나는 <안녕 미스터 블랙>, <불새의 늪> 등의 작품을 통해 '역사의식'을 표현함으로써 순정만화를 가능성의 장르, 경쟁력 있는 장르로 자리잡게 했다.
4장에서는 김진, 신일숙, 김혜린, 강경옥의 4인방으로 대표되는 '순정만화의 부흥기'를 다루고 있다. 김진은 음울하면서 무거운 색채의 작품을 통해 상업만화의 영향권 안에서 만화가의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한 최초의 작가로, 순정만화의 '작가주의'적 기틀을 세웠다. 이 시기의 대표작가인 신일숙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통해 빼어난 감정표현과 서사가 상호 교차하는 새로운 작품 경향을 선보이며 '여성'의 시각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한편 김혜린은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난 다층적 캐릭터를 창조해 남성 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부상했다. 또한 <17세의 나레이션>, <별빛 속에> 등을 발표한 강경옥은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중심으로 일상적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내 10대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다.
5장 '순정만화, 변화된 지평에서'는 80년대 후반 [르네상스]를 신호탄으로 순정만화 잡지들이 잇달아 창간됨으로써 야기된 제2의 도약기를 다루고 있다. 잡지의 신인공모전을 통해 신인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를 개척함으로써 순정만화는 도제식 만화공장에서 대량생산되던 기존의 열악한 대본소 시스템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싱싱한 피를 수혈받으며 발전하게 된다. 이정애는 '사랑이란 곧 이성애'라는 성적 고정관념을 해체시키며 동성애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김기혜는 구어체 중심의 살아 있는 묘사를 통해 성인 취향의 순정만화를 개척했다. 가장 큰 인기를 모은 작가는 원수연으로, <풀하우스>, <엘리오와 이베트> 등을 통해 대중성에 대한 소구요소를 작품 속에 정확히 포착, 가볍고 경쾌한 슈거 코믹물을 선보였다. 한편 이강주는 동화적 상상력을 현대적으로 알레고리화해 독자들에게 자유로운 사유의 문을 열어놓았다.
6장 '새로운 세기를 여는 순정만화'에서 저자는 90년대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엿보면서 순정만화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동시대 작가인 이들은 70년대 이후에 출생한 경제발전의 직접적 수혜자로, 자유롭고 발랄한 상상력을 통해 만화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 10대와의 연대를 기반으로 그들의 새로운 대중문화적 감수성을 성공적으로 코드화한 이빈, 일상의 작은 상처와 아름다운 추억을 보듬는 문흥미, 90년대적 정서의 키워드인 '웃음'의 다양한 전략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조강연·권교정·김언형, 굵고 힘찬 선을 통해 젊은 세대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나예리, 한국적 미스터리를 개척하는 한혜연, 그리고 90년대 독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패션, 소품 등을 적절히 배치해 주목받는 <언플러그드 보이>의 천계영, 그리고 여성주의 만화의 한국적 버전을 보여주는 이진경 등이 저자가 뽑은 21세기의 기대주이다.
이상에서 저자는 그간 고급/저급의 이분법적 고정관념에 의해 왜곡된 순정만화에 대한 시각 교정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대중문화적 감수성을 편견 없이 수용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순정만화가 당대의 상업적 히트작의 위상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와 독자와의 연대에 기초한 진정한 '대중적 힘'을 추동하는 문화적 기제로 작용할 때에야 비로소 독립된 예술 장르로서 진보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균형 있는 충고 또한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