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slide
살림출판사가 출판한 책 현재 2,627종  
살림출판사홈 > 살림의 책 > 전체도서목록
프란츠 카프카 (살림지식총서 052)
편영수 지음 | 2004년 1월 15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96 쪽
가격 : 4,800 원
책크기 : 사륙판
ISBN : 978-89-522-0180-5-04080
• Home > 브랜드별 도서 > 살림지식총서
• Home > 분야별 도서 > 문학
• Home > 시리즈별 도서 > 살림지식총서
그의 삶과 사상
카프카 문학은 비역사적인 진술로 인해 퇴폐문학(공산주의 진영) 또는 불안의 문학(자본주의 진영)으로 간주 되어 왔다. 카프카 문학의 중심 주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판에 박은 듯한 도해가 재 생산 되고 있는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이 글은 카프카가 인간의 개인적인 실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버지들의 세계'로 상징되는 권력에 저항하며 유대 민족 공동체에 대한 동경심을 불태우고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
1. 카프카와 문학
2. 고독한 원의 고독한 중심
3. 전체에 대한 열망
4. 자아와 세계의 화해
5. 또 다른 삶의 중심
6. 세계의 대표
7. 노자(老子)와의 만남
8. 아버지들의 세계
9. 백조의 노래
내 작품을 불살라 달라
해방 이후 현재까지 한국에서의 카프카 연구는 주로 중편 소설「변신」과 3대 장편 소설『실종자』와『소송』그리고『성』을 그 대상으로 삼아왔다. 작품의 한국어 번역의 경우에도 상황은 동일하다. 따라서 한국의 카프카 연구의 당면 과제는 연구의 대상을 확장하는 일이다. 이 책은 잠언에서 장편 소설에 이르기까지 카프카의 거의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카프카 자신의 문학적 의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카프카의 작품을 단지 자신의 해석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그러나 카프카 문학은 문학연구의 방법론에서 모든 방향에서의 접근을 허용한다. 카프카는 그의 문학작품들과 일기에 기록한 수많은 해석들을 통해 온갖 가능한 해석들을 다시 철회하고 심지어 그러한 해석의 부조리를 증명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카프카 문학이 특정한 종교적 관념이나 신앙내용 혹은 특정한 사회적, 자서전적 현상에 대한 반영, 표현 혹은 상징과 알레고리라고 한다면, 카프카가 그의 문학작품을 왜 그렇게 수수께끼로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독자를 속이기 위한 의도인지 아니면 자신의 작품들을 특별히 흥미롭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창작할 때의 진지함과 작품 출판을 꺼리고 결국은 자신의 유고 전부 즉 가장 중요한 걸작들, 3대 장편 소설과 중요한 단편 소설들을 불태워 없애달라고 유언한 명백한 사실이 증언하고 있다. 그의 문학의 수수께끼 같은 구조는 오히려 자신의 작품에서 형상화하고 싶은 보편적 진실 그 자체가 수수께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불가피하게 표현한 것이다. 물론 수수께끼 같다라는 말은 유한한 질서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의 표상세계에 비추어 그렇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는 카프카와 그의 문학을 고독과 절망의 작가 그리고 고독의 연작으로 정의해 왔다. 이것은 카프카 문학을 총체적이며 통일적으로 개관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해석의 함정을 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미끄러지는 역설
카프카 문학이 난해한 주된 이유는 작가 자신이 모든 진술을 부인하고 철회하기 때문에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미끄러지는 역설’에 있다. 이것은 전향과 전복의 기법을 사용해서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카프카의 치밀한 전략이다. 경험세계와 일치하지 않는, 말하고 스스로 변신하는 동물의 등장도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카프카는 인간에게 동물적 속성을 부여한다든가, 동물을 인간화한다든지 또는 인간에게 기형동물 내지 잡종동물의 외관을 입힌다. 동물은 일인칭 화자 혹은 행동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양쪽으로 열려있다. 곧 인간이 동물로 변하고, 그와 반대로 동물이 인간으로 변한다. 또 상이한 동물들 사이의 경계도 없다. 카프카는 허구적인 인물의 의식을 해명하는 암호로 동물을 사용한다. 우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물은 인간의 문제를 표현한다. 그러나 우화에서와는 달리 카프카의 동물은 화자로 등장할 때조차 동물적인 본성과 동물에 상응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요컨대 동물은 인간의 내부에 현존하고 있는 자유의 영역이다.

노자를 만난 카프카
또 이 책은 카프카의 잠언과 노자의 핵심어인 도(道)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카프카는 그의 일부 작품의 주제와 모티프를 중국적인 것에서 차용한다. 펠리체 바우어와 쿠르트 볼프 출판사에 보낸 편지와 야누흐의「카프카와의 대화」그리고 카프카가 개인적으로 소장한 중국 관련서적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카프카는 분명히 중국적인 것에 관심이 있었다. 통설은 카프카의 잠언에서 말하는 진실의 길과 노자의 도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훼손된 카프카와 새로운 해석
마지막으로 이 책은 ‘카프카 비평판’ 출간 작업에 주목한다. 1982년부터 시작된 ‘카프카 비평판’을 통해 속속 드러나는 사실은 그 동안 카프카 문학의 정전으로 통용되어 온 브로트 판이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겠다는 구실로 카프카의 육필원고를 오염 내지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로트 판은 오직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형식상의 완전함을 꾀한 나머지 카프카 문학의 고유한 특성인 분출하는 역동성을 파괴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물과 같은 텍스트 안에서 독자가 작가와 공동의 놀이 상대이자 대화 상대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브로트 판이 짐짓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면, ‘카프카 비평판’은 단편, 분열, 무한한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비평판은 진행중인 작품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흔적들을 남김없이 보여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카프카 자신의 내용상 및 언어상의 미세한 차이의 표현을 제시함으로써 텍스트와 동떨어진 해석을 영원히 입다물게 만들고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카프카 비평판’이 간행되고 난 후 아직 카프카 문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수께끼 같은 카프카 문학은 독자에게 이성의 사용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살았다. 그리고 독일어로 작품활동을 했다. 그는 자신의 길을 외롭게 걸었다. 그는 독일어 사용자로서 체코인도 아니었고,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으로서 보헤미아 독일인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또 보헤미아 태생으로서 오스트리아에도 속하지 않았다. 카프카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다. 가족공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가족들 사이에서 누구보다도 더 낯설게 살았다. 개인공간 안에서도 그는 고독과 공동체의 경계지대에서 거의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_p.3

김나지움 시절부터 간직해 온 카프카의 사회적・정치적 관심은 이 무렵에 더욱 고조된다. 김나지움 시절 카프카는 몇 명의 좌파 무정부주의자들과 접촉하고, 사회혁명가의 집회인 ‘믈라디찌 클럽’과 정치연맹인 ‘빌렘 쾨르버’의 모임에도 참석했다. 믈라디찌 클럽은 체코어로 청소년 클럽이라는 뜻을 지닌 청소년 단체들의 연맹체로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1909년에 결성되었다. _p.43

예술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결코 민족의 이해능력을 벗어난 것도 아니다. 근대의 예술은 천박한 오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보다 고상한 영역을 대표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카프카를 통해서 예술은 그 본래의 의미로 환원된다. 예술의 특권은 부인된다. 그 때문에 예술은 단지 민족의 영원한 역사 속에서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_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