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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사상020-조르주 바타이유 (e시대의 절대사상 020)
유기환 지음 | 2006년 1월 31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264 쪽
가격 : 8,900 원
책크기 : 사륙양장
ISBN : 89-522-047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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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이유의 대표작 『저주의 몫』과 『에로티즘』을 소개하여 바타이유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1부 조르주 바타이유는 누구인가
바타이유 사유의 문화사적 좌표
왜 바타이유를 읽을 것인가/ 인간의 신화를 전복시킨 바타이유의 신화/ 바타이유 대 브르통, 바타이유 대 사르트르

바타이유의 삶과 죽음
‘아버지’라는 강박관념/ 경건한 신앙과 사제의 길/ 철학적 사유: 니체와 헤겔/ 전쟁과 내적 체험/ 소비의 개념과 죽음

바타이유의 이론과 창작
철학: 과잉, 소비, 에로티즘, 역설의 철학/ 경제학적·인류학적 글쓰기/ 문학: 위반의 글쓰기와 언어의 한계 체험

2부 『저주의 몫』 혹은 소비의 역사
일반경제와 소비 이론
진리, 전복, 비웃음/ 태양, 잉여, 소비/ 성장/ 비생산적 소비

고대사회의 비생산적 소비: 증여교환 체계
고대사회의 증여: 모스의 『증여론』/ 증여의 정신적 메커니즘: 모스의 『증여론』/ 포틀래치

고대사회의 비생산적 소비: 희생제의와 전쟁
희생제의/ 전쟁

축적 지향의 기획사회
정복과 성장: 이슬람 사회/ 소비 지향의 기획사회: 티베트의 라마교/ 산업과 성장: 자본주의 사회/ 혁명과 성장: 공산주의 사회

지혜로운 소비를 찾아서
마셜 플랜: 축적에서 소비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사회와 증여/ 소비, 기호, 차이: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3부 『에로티즘』 혹은 성의 인식
성의 연구와 바타이유의 독창성
성과 성의 탐구의 부자유/ 바타이유와 에로티즘 연구

에로티즘의 기원과 역사
에로티즘의 기원 혹은 인간 인식의 발전 과정
선사시대: 라스코 혹은 에로티즘의 탄생/ 노동의 인식/ 죽음의 인식/ 에로티즘의 인식
에로티즘의 역사
금기와 위반: 동물성, 인간성, 신성/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 디오니소스 제의와 위반의 축제/ 중세 기독교 사회: 에로티즘과 지옥/ 르네상스에서 사드까지: 예술과 진실/ 현대: 인습과 자유/ 에로티즘의 역사: 저주와 진실

에로티즘이란 무엇인가
연속성과 비연속성/ 금기와 위반/ 죽음의 금기/ 성의 금기/ 성과 죽음의 일치/ 사냥과 전쟁/ 희생제의/ 에로티즘/ 결혼/ 축제/ 매춘/ 아름다움과 더럽히기/ 악의 꽃

4부 조르주 바타이유 - 의미, 한계, 결과
의미: 인간이란 무엇인가
욕망하는 기계로서의 인간/ 자연의 본질과 소비의 욕망/ 소비의 욕망과 에로티즘

한계: 글쓰기, 증여, 위반, 윤리
난해 또는 혼란/ 일반경제의 문제와 윤리적 해결책/ 에로티즘 인식의 내외적 한계

결과: 푸코의 최고 작가
바타이유와 현대사상/ 길잡이 또는 길동무

5부 관련서 및 연보·저작연표
관련서/ 바타이유 연보/ 바타이유 저작연표

주
과잉과 역설의 철학자 조르주 바타이유
극단적 에로티즘을 그린 소설가, 사치·전쟁·희생제의·섹스 등 ‘저주의 영역’에 진지한 사유의 빛을 비춘 인류학자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1897~1962). 프랑스어에서 bataille가 ‘싸움’ ‘전투’라는 의미의 보통명사로 쓰이는 것을 일깨우기라도 하듯 그는 일생 동안 기성 가치와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논쟁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이런 까닭에 그의 야심 찬 기획은 시대의 스캔들이 되었고, 그 스캔들은 시대의 논쟁을 낳았다. 바타이유에 대한 비난이 찬사로 바뀐 것은 1968년 학생혁명을 계기로 해서였다. 푸코, 라캉, 데리다 등 68세대의 주요 사상가들이 이성의 절대적 힘에 의문을 제기하고 광기에 건 저주의 주문(呪文)을 풀면서 바타이유의 저술은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필독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진 독서열은 ‘아웃사이더 지식인’ 바타이유의 저술을 영원한 고전의 반열에 올렸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단지 기성 가치에 대한 눈먼 전복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타이유는 ‘그래야만 하는 세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 즉 윤리가 아니라 현실을 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를 ‘악’에서 ‘꽃’을 본 인류학자로 정의할 수 있다. 사르트르가 광인이라고 부른 바타이유, 스스로 정상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바타이유, 그러나 푸코가 20세기 최고 작가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 바타이유. 그는 우리에게 이성, 노동, 문명이라는 얼굴에 가려진 광기, 폭력, 야만이라는 또 하나의 얼굴을 볼 것을 요구한다.

당신의 사치스런 소비가 3차세계대전을 막는다면 ······
소비, 그것도 생명을 보존하고 생산 활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산적 소비’가 아니라 소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소비, 바타이유의 표현대로 하면 ‘비생산적 소비’가 인류의 공멸을 막는다는 주장을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태양이 지구에 공급하는 에너지는 지구상의 모든 것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더 많기 때문에 잉여의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해서 없애지 않으면, 마치 바람을 너무 많이 불어 넣은 풍선이 터지듯 지구상의 생명체도 더 이상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는 엉뚱한 발상. 바로 이것이 마르크스(Karl Marx)의 ‘생산의 경제학’의 대척점에 ‘소비의 경제학’을 세운 바타이유의 사유다.
산업의 발달은 인간 사회에 모순을 낳는다. 발달한 산업은 수요 이상의 생산을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발생한 잉여를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초기에는 잉여가 산업 발달의 동력으로 쓰이기도 하고, 인구의 증가로 그럭저럭 소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이 한계에 부딪히는 그 순간, 잉여는 오히려 산업 발달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만다. 그리고 잉여의 소비 문제가 인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다. 20세기의 역사는 인류가 차고 넘치는 잉여를 가장 격렬하고 사치스런 방식-양차 세계대전-으로 소비한 역사다. 이를 통해 생성된 공간은 전후 발전의 바탕이 되었고, 인류는 다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전쟁 같은 방식의 소비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바타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잉여를 소비하는 적절한 방식을 모스의 『증여론』에서 찾는다.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고 싶은 만큼 남에게 의무적으로 주는 행동 속에서, 남이 주는 것을 받아야만 하는 의무 속에서, 남에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의무 속에서 잉여를 ‘정의롭게’ 소비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한 것이다. 비록 바타이유가 미국의 마셜플랜에 담긴 정치적 목적을 간과하는 우를 범했더라도, ‘증여라는 이름의 정의’가 현대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여전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성(性)과 죽음과 성(聖)
『저주의 몫』에서 바타이유가 ‘비생산적 소비’의 전형적인 예로 든 것은 바로 에로티즘이다. 에로티즘은 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성행위로서 문자 그대로 에너지의 ‘비생산적 소비’ 행위이다. 이런 면에서 기독교 사회, 이슬람 사회, 유교 사회 등 노동을 강조하는 세계에서 에로티즘이 위반의 행위, 저주받을 행위로 낙인찍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소비의 경제학자 바타이유는 에로티즘에 주목한다.
『저주의 몫』에서 드러난 바타이유의 사유 체계에 따르면 에로티즘이 인류 문화의 비극적 폭발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왜 그는 수많은 ‘비생산적 소비’ 행위 중 유독 에로티즘을 파고들까? 극심한 에너지의 소비,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이 행위에 인간이 몰두하는 이유를 바타이유는 궁금해 했다. 라스코 동굴 벽화에 표현된 죽음과 성(性)의 일치, 에로티즘과 관련해 존재하는 수많은 금기들에 숨겨진 관능적 욕구들, 결혼·축제·매춘·희생제의에서 드러나는 농밀한 에로티즘 등을 분석하며, 바타이유는 연속성에 대한 인류의 존재론적 갈망을 포착한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떨어져 나온 후 운명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류는 에로티즘의 절정 속에서 상대와 일시적으로 하나됨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하나됨을 근거로 『에로티즘』에서 그는 성과 죽음과 종교의 일치를 주장한다.

바타이유로 가는 첫 번째 길
바타이유는 어렵다. 그가 펼친 사유는 다소 난해하고, 그의 문체는 다소 혼란스럽다. 또한 바타이유의 사유는 만능이 아니다. 소비의 경제학이나 에로티즘에 대한 찬양 일변도의 수사학이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를 이해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의 사유를 따라 인류의 또 다른 본질, 낮 세계의 인류에 가려진 밤 세계의 인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가린다고 존재하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눈을 똑바로 뜨고 대면해야 한다.
『조르주 바타이유-저주의 몫·에로티즘』의 저자는 프랑스 여행에서 받은 경이로운 경험을 시작으로 바타이유를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그의 사유에 담긴 빛나는 통찰만 소개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그것의 의미와 한계를 논하고 현재적 맥락에서 평가한다. 그의 사유를 더 잘 소개하기 위해 모스의 『증여론』이라는 더 큰 구조 속에 바타이유를 넣기도 하고, 저자 개인의 경험과 사유를 사이사이에 녹여 넣기도 했다. 뛰어난 글 솜씨도 바타이유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이 바타이유의 모든 사유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바타이유로 향하는 여정에서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으리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