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 땅은 누구의 것인가>/ 김윤상·박창수 공저/ 헨리 조지(Henry George) 원저/ 살림출판사 펴냄/ 267쪽/ 9900원

출판사에서 거부당해 자비(自費)로 출판했으나 그 뒤 폭발적인 주목을 받아 4년간 영미 두 나라에서만 수십만 부가 팔린 책, 1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 19세기말까지는 영어로 쓰였고 논픽션 분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무엇일까?

바로 미국의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년)가 쓴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이라는 책이다. 이러한 헨리 조지의 대표적인 저서 <진보와 빈곤>이 살림출판사에서 발행하는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 가운데 24번째 책으로 나왔다.

<진보와 빈곤, 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광(狂)적인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사회적인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서 더욱 돋보인다. 헨리 조지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및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회자되고 있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사람이다. 이번에 살림출판사에서 펴낸 <진보와 빈곤, 땅은 누구의 것인가>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안내하는 쉬운 입문서다.  

토지 문제, 헨리 조지 사상이 해결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조지스트(헨리 조지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을 ‘Georgist’라 부름)인 김윤상 교수(경북대 행정학과, 토지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와 박창수 사무국장(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사무국장 겸 전임연구원,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이 함께 썼다. 저자인 두 사람 모두 책의 서문에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읽고 “이것이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이들은 헨리 조지의 사상이 우리나라의 심각한 토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는 데 공감하고 평생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다. 헨리 조지는 1879년 진보와 빈곤을 탈고하고 맨 첫머리의 헌정사에 “부와 특권이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발생하는 죄악과 비참함을 보면서 더 나은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이를 위해 노력하려는 독자에게 바친다”라고 썼다. 그리고 그 후 128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 출판된 <진보와 빈곤, 땅은 누구의 것인가>의 서문에서 두 저자는 “우리는 이 책을 우리 시대의 분단과 빈곤 문제 앞에서 길을 찾아 고뇌하는 독자에게 바친다”라고 다시 말한다.

이 대목에서 두 저자의 집필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적인 양극화 및 빈곤의 문제와 함께 통일한국의 경제체제로써 헨리 조지의 사상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와 통일. 이 둘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 바로 이 책 안에 담겨 있다고 두 저자는 미리 힌트를 준다. 두 저자는 “헨리 조지가 제시한 지대조세제는 우리가 통일을 할 때, 남한의 자본주의와 북한의 사회주의를 모두 개혁하면서 이루어야 할 경제체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빈곤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라고 언급한다. 서문을 통해 두 저자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부동산 문제와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짚고 있으며, 헨리 조지에게 영향을 받은 세계의 여러 지성들과 거대한 사상적인 흐름도 언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평생 헨리 조지의 사상을 산골짜기에서 외치다가 소천(所天)한 예수원의 고(故) 대천덕 신부를 비롯해 헨리 조지에게 감화를 받아 러시아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레프 톨스토이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토지사유제 없애야 빈곤도 사라진다

아울러 두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헨리 조지 사상의 핵심을 미리 언급하고 있다. 책 제목인 ‘진보와 빈곤’처럼 생산력이 증가하는 ‘진보’에도 불구하고 생존 최저 임금이라는 ‘빈곤’이 발생하는 이유는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지대(地代)를 차지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토지사유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진보와 함께 나타나는 빈곤을 타파하려면, 개인이 지대를 소유하는 것을 법으로 보장하는 토지사유제를 없애야 한다. 그러나 이미 토지사유제가 관습화된 나라에서는 토지를 공유화할 필요까지는 없고, 단지 해마다 지대를 정부가 환수해 사회가 공유하고 그 대신 다른 조세를 면제하는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ation)를 실시하면 된다. 지대조세제 개혁은 생산을 증대할 뿐만 아니라, 분배 정의를 제고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모든 계층에 이익이 되며, 더 높고 고상한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제1부에서 헨리 조지의 사상뿐만 아니라 헨리 조지 개인의 생애와 함께 그가 세계 사상계와 종교계에 미친 영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헨리 조지와 지공주의에 대한 평가와 전망도 함께 이야기한다. 제2부에서는 헨리 조지의 대표적인 저서인 진보와 빈곤 서문과 함께 그가 쓴 주옥같은 여러 글들과 저서들에서 발췌한 핵심 사상들을 간추려서 소개하고 있다. 제2부 2장 ‘진보 속의 빈곤, 그 원인을 찾아서’와 3장 ‘토지사유제가 문제다’, 4장 ‘개혁의 길’에서는 토지 문제뿐만 아니라 기타 사회 문제와 종교의 임무, 인간진보의 법칙, 사회주의의 문제, 자유무역 등 여러 분야에 대한 헨리 조지의 사상을 담고 있다. 이 책은 267쪽으로 분량은 적지만 헨리 조지의 핵심 사상과 함께 그의 생애, 참고문헌과 연보까지 모두 망라한 헨리 조지 사상서의 결정판으로써 아무런 손색이 없다. 이 책은 경제학도나 사회과학도 뿐만 아니라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한번 읽어봐야 할 필수교양 고전으로,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고영근/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전임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