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비용의 허블 우주 망원경이 고장났을 때, 미 항공우주국(NASA)은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수리하도록 했다. 과연 옳은 일일까. UC버클리의 교수이자 미국 국방자문의 일원인 리처드 뮬러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냥 하나 더 만들어서 띄우는 편이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한다.

뮬러 교수의 강의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은 세계적 과학 명문인 UC버클리의 2009년 재학생들이 선정한 최우수 강의로 꼽혔다. 이번에 출판된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은 뮬러 교수의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전 세계 200만 청강생의 인기 교양 과학 강좌를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스리마일섬 원자력 사고 예시에서 저자는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보다 그 지역에 매장된 우라늄 광맥에서 계속 방출되고 있던 자연 방사능에 주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매년 충청도 일대에 매장된 우라늄으로부터 방사선이 방출돼 지하수에서 검출된다는 기사가 나온다. 하지만 대중들은 가까이 있는 이 위험보다 멀리 떨어진 원전의 방사능 피폭 가능성에만 집중한다. 심지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리더들 역시 대중들과 똑같은 방식의 사고를 통해 정책 결정을 한다고 지적한다.

천안암 사태로 불거진 보안 문제, 원전이나 지구 온난화를 두고 속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해 각종 논란이 들끓는 요즘처럼 과학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때는 없었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리더나 CEO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과학은 어렵다.

이 책에는 실제 산업, 정책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물리학 정보들과 그로 인해 변화한 정부 정책의 흐름이 실려 있다. 당신이 리더라면 이른바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압도되거나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읽어 볼 만하다.(리처드 뮬러 지음,장종훈 옮김,살림 펴냄,44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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