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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하루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 류리수 옮김 | 이인영 삽화 | 2009년 8월 24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200 쪽
가격 : 10,000
책크기 : 122*190
ISBN : 978-89-522-1233-7-0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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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정말로 모두 힘들어. 산다는 거 참 뭐 같아.”
세상에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해줄 따뜻한 이야기!
『나카노네 고(古)만물상』의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가 전하는 담백한 인생 소풍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와 살림출판사가 다양한 맛의 문학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국내 독자들에게 언어권의 문학 작품을 번역,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독자들에게 풍요로운 문학적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를 기획하였다. 영미소설과 일본소설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 출판시장에 지구촌 방방곡곡의 감동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은 물론, 익숙한 나라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새롭고 독특한 문학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책이 바로 가와카미 히로키의『어느 멋진 하루』다. 일상과 환상이 뒤섞인 묘사가 뛰어난 일본의 대표적인 남성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면 여성 작가로는 이 작품의 저자 가와카미 히로미가 있다. 일반 가정주부로 생활하던 가와카미 히로미는 이 작품으로 상을 받으며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 후로 그녀는 아쿠타가와 상, 이토세이 문학상, 여류문학상 그리고 『어느 멋진 하루』(원제 : 신(神樣)』로 받았던 무라사키 시키부 상, 도우마고 문학상 등 엄청난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주요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나카노네 고(古)만물상』에서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터치로 소소한 일상의 감동을 주며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가 이번 『어느 멋진 하루』에서도 그 시선을 유지한 채 간결한 문체로 섬세한 곳을 툭툭 건드리며 울림을 주고 있다.

차갑기만 한 나의 일상을 따뜻하게 데워줄 멋진 만남, 멋진 하루

『어느 멋진 하루』는 따로 또 같이 읽어도 좋을 9편의 이야기로 이뤄진 연작 소설이다. 원제『신』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나 등장할 법한 환상적인 존재들이다. 이들이 주인공의 일상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각각의 작품에서는 큰 사건이 일어나서 생활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물이나 환상적인 존재, 죽은 사람의 영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에 함께 섞여 지내면서 가벼운 산책을 하듯 진솔한 느낌을 서로 나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쌉쌀한 눈물을 짓게 하는 이 책은 사랑의 아픔, 가족, 삶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와 같은 층에 이사온 곰과 함께 한 가벼운 산책 이야기. 인간생활에 서투르지만 도시락을 준비하고 물고기를 잡아서 말려주고 낮잠 준비를 해주고 포옹해주며 곰신의 은총을 빌어준다.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처음 사귀는 설렘, 긴장, 즐거움, 축원이 있고 그 모든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고 누리기만 해도 되는 세계에서 휴식과 위안의 손길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자신의 일상이 어색해지고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어긋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혼자가 될 것 같은 외로움이 뻑뻑하게 밀려온다. ‘나’ 역시 이러한 현기증을 벗어나보려고 배나무 밭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두려움에 빠진 한 녀석을 만난다. 철마다 나와 배를 갉아먹는 털 달린 녀석들은 다름 아님 배의 정령. 그 중 유독 소심한 한 마리가 마치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어긋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가을들판을 걷노라면 작은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교통사고로 죽은 작은아버지는 이 세상에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종종 나타나 딸과 아내에 대해서 묻는다. 그렇게 저세상 사람이 된 삼촌의 얘기 속에서 주인공은 진솔한 영혼의 속마음을 접하게 된다. 숱한 지식도, 즐기던 스포츠도, 심각했던 정치 문제도 다 공중에 아무런 의미 없이 흩어지고 결국은 결혼 안 한 과년한 딸을 걱정하고 아내가 매일 삶아줬던 완두콩을 기억한다. 신을 믿지 않지만 육체 없는 영혼이 완두콩을 먹으면서 그 맛을 기억해낼 때 작은아버지로부터 축복에 찬 성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친구인 우테나와 함께 절에서 쉬고 있는데 물속에서 상상의 동물인 갓파가 나타난다. 자신의 오래된 애인과의 사이가 별로이라며 상담을 하고 싶다는 갓파는 우리들을 데리고 물속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간다. 300년이 넘게 사귀었으면서 사랑의 고민으로 인간에게 도움까지 청하는 갓파의 간절한 마음은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면서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인간의 짧은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테나로부터 받은 호리병을 닦았더니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 치정관계에 얽혀 죽은 그녀의 이름은 코스미 스미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호리병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모든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녀였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우테나와 함께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낸다.

희고 가는 목덜미를 가진 에비오 군은 종종 나의 집으로 찾아와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소하게 털어놓는다. 얼핏 보기에 아무 문제도 없는 것 같지만 에비오 군은 집에 잘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그리워하지만 결국 부모는 불행한 결론을 내리고 만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건 슬프기만 한 일이라며 힘겹게 일어서려는 여린 아이는, 옛날에 분명히 온기가 있었을 공허한 별빛에 서러워한다.

동네 단골 술집 주인인 카나에 씨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눈이 많은 지방에서 살던 그녀는 눈밭에서 끝없이 떨어져 한 남자와 살게 되었다.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그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쓸쓸해하다가 봄이 되면서 그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그는 다음에 다시 보자며 카나에를 집으로 돌려보내버렸다. 그 후 눈이 올 때마다 종소리와 함께 나타난 그와 살게 되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이번에는 카나에 혼자 돌아오고 만다. 그런 고통을 주었던 그를 떠나 긴 세월이 지난 후 지금, 카나에는 젊은 날의 자신의 집착과 고집과 자존심을 다 접고 다시 그를 사랑하러 떠난다.

위층에 사는 에노모토 씨는 여행지에서 구한 인어를 집 욕조에다 키우다가 ‘나’에게 가져왔다.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인어에게 빠져버린 에노모토 씨가 내리 최후의 결정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인어를 맡은 나는 점점 인어에게 빠져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에노모토 씨와 나는 바다에 인어를 풀어주기 위해 가고 인어를 놔주던 그 순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던진 인어의 충격적인 한 마디에 나는 섬뜩함과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번에도 곰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서 나와 함께 산책을 간다. 곰은 나에게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한다. 인간 세상에서 적응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자신의 방식대로 살 수 있는 곳을 가고 싶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내리던 소나기와 천둥 번개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며 곰 신의 가호를 빌어주겠다던 곰은 고향으로 떠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내온다.

여름방학
가을 들판
갓파 구슬
크리스마스
별빛은 옛날 빛
봄이 되다
안 놔줄 테야
풀밭 위의 식사
좋아한다고 말하면 거절당하는 카나에 씨는 남자 곁에 머물면서도 결코 남자를 가질 수 없는 여자였다. 카나에 씨는 필요 이상으로 남자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었다. 원치 않게 돌아가게 될 수록 카나에 씨는 남자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남자와 가까이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하염없이 부풀어가는 것이었다. ‘이래선 안 돼.’ 카나에 씨는 이렇게 생각하고 언제부턴가 남자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함께 살아도 남자를 보지 않고 남자를 느끼지 않고 남자를 향하지 않고 그러는 동안에 남자가 있든 없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해에도 결국 카나에 씨는 돌아왔다. 다만 돌려보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돌아온 것이다. 남자와 함께 있어도 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함께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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