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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창녀의 노래-송기원 소설선집
| 2023년 10월 27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308 쪽
가격 : 15,000
책크기 : 127*188
ISBN : 978-89-522-4867-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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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33.hwp
송기원 문학은
한국문학의 가장 깊은 곳이 되었고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되었다.
세상을 향해 몸을 연 성녀(聖女)가 된 늙은 창녀의 노래
상처받은 삶과 하나가 되다

시리즈 중 3권, 소설선집 『늙은 창녀의 노래』는 총 7편의 소설과 진형준 문학평론가의 해설, 작가연보로 구성되어 있다. 송기원의 소설들은 그 세월과 운명에 대한 용서 혹은 화해를 주제로, 깊은 상처들을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연금술의 용광로 같다. 개인의 구체적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존적 고뇌를 보여주는 높은 성취의 작품들로 오늘날 단편집을 다시 한번 엮어내었다.
월행月行
어허라 달궁
다시 月門里에서
사람의 향기
아름다운 얼굴
늙은 창녀의 노래
경외성서

상처와 자기혐오에서 피어난 꽃/진형준
작가연보
상처와 자기혐오에서 피어난 꽃

소설가로서의 송기원의 행로, 아니 송기원의 삶 자체가, 자기혐오 없이는 되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치부투성이인, 혹은 ‘치부 그 자체’인 자신의 삶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떠돌이 여정이라고 압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승화’가 아니다. 치부가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것이 아니라, 치부 자체가 아름다움이 되어버리는 그 연금술! 송기원이라는 인간의 삶 자체가 마치 보들레르의 ‘악의 꽃’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악의 꽃은 악이 승화되어 피어난 꽃이 아니다. 그 꽃은 악을 자양분으로 해서 피어난 꽃이다. 그 꽃은 악이라는 조건이 없으면 피어날 수 없는 꽃이다. 그 꽃은 악 자체가 꽃이 피어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절대 조건이 된 상태에서 피어난 꽃이다. 마찬가지로 송기원의 삶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상처와 치부는 그 자체 아름다움을 가능하게 하는 절대 조건이다. 그리고 상처가 깊을수록 꽃도 아름다운 법이다. 그 연금술 과정에서 송기원이 만난 것이 바로 문학이다. 그리고 송기원과 문학의 그 만남은 운명적이다. 그 만남이 운명적이라는 것은, 그 만남이 그만큼 우연적이었음을, 그만큼 충격적이었음을 뜻한다.

부정적 자의식이
당당하게 세상에 끼어든 문학이 되기까지

자기 혐오 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자신의 삶, 치부투성이인 자신의 삶이 당당하게 세상에 끼어들 수 있는 방책! 그것이 바로 문학이었다.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각색할 수 있는 방책으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자기혐오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자신의 삶을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책으로서의 문학! 그렇다면 문학이 한동안 송기원에게 상처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연금술의 용광로 구실을 한 셈이다. 그에게 문학은 그가 상처투성이 삶으로부터 도망할 수 있는 도피처나 은신처가 아니었다. 그에게 문학은 상처를 그대로 안고, 그 상처와 피투성이가 되어 함께 뒹구는, 치열한 도가니였다.

나는 눈물을 흘리고 흘리고 또 흘렸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만산홍이 연분홍 눈물로 아롱진 시야 가득히 무슨 파노라마처럼 박말순이 한평생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 그렇게 소리꾼으로도 인생으로도 실패한 걸레보다 더 지저분한 그녀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돈도 싫고 남자도 싫고 명예도 싫어서 결국 염세병이 걸린 그녀가 펼쳐지고 있었다.
(『별밭공원』(실천문학사), 80~81쪽)

감히 말하지만, 그 경지는 대단한 경지이다. 직접 내면으로 체험하지 못하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이다. 송기원의 기구한 팔자도, 그가 맞이한 시대적 환경도, 그의 퇴폐 기질도, 느닷없이 그에게 찾아온 문학과의 만남도 그를 망가뜨리지 못했기에 그는 그 경지에 오른 것이다. 아니다. 실은 그 모든 것에 의해 송기원은 철저히 망가졌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망가져 가고 있다. 망가짐으로써 망가지지 않는 삶, 그것이 ‘장돌뱅이’ 송기원의 삶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철저히 망가지니까 삶의 진정한 모습이 보인다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 뻔한 결론은 그가 결코 몸에 걸칠 수 없는, 그의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은 것이다. 그 어떤 옷도 몸에 맞지 않아 계속 벗어버리는 삶, 그것이 송기원식의 망가지는 삶이다.
이제 송기원은 자기 옷을 찾아 입었을까? 아마, 그런 것 같다. 실은 다 벗어버리는 데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해골 그림만 그리게 되는 것은 그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몇몇 해골 옆에 예쁜 꽃을 함께 그렸다고 했다. 그 꽃은 해골에서 피어난 꽃일까? 아니면 해골에게 바치는 꽃일까? 하긴 그 어떤 꽃이건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다보았다. 무언가, 향기가,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어떤 향기가 있는 듯 없는 듯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 어쩌면 그 향기는 저 불빛들 중의 한 곳에서 스며나오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저 불빛들 전체가 하나의 향기가 되어 나에게 스며오는 것인지도.

_147쪽

어쭙잖게 고백하건대, 십 년 가까이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한 채 거의 절필 상태에서 지내다가 가까스로 다시 시작할 작정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아름다움 때문이다. (……) 그렇다. 나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이란 평탄하기는커녕 고작해야 자기혐오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치 욕지기처럼 치밀어 오르는 어떤 혐오감 없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지 못했다. (……) 어떻게 보면, 나에게 아름다움이나 자기혐오란 결국 같은 의미였는지 모른다.

_ 148~149쪽

‘이건 바로 내 이야기 아닌가!’ 어떤 소설은 나보다도 형편없는 개차반 인생이 바로 그 개차반 인생을 그것도 무슨 자랑이라고 중언부언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바로 그 개차반 인생이 그런 이야기로 작가가 되고, 그리하여 당당하게 세상에 끼어들었다는 점이었다. 문학이 그런 식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당시 내가 이해한 문학은 내가 세상에 끼어들 수 있는 일종의 문 같은 것이었다.

_186쪽

아니, 나모냥 썩은 몸뚱어리라도 좋다고 찾어준 사람들이 이 넓은 시상에 손님들 말고 또 있었겄소? 없제라우. (……) 긍께 내 애기가 빠져나가뿐 바로 그 자리를 손님들이 쬐깜썩 쬐깜썩 메꽈줬는디, 나는 그걸 몰랐구만요. 그렇게 손님들이 메꽈준 것들이, 한여름밤에 논두렁질을 가다보먼 망초꽃들이 무신 무데기들 맨키롬 여그저그 뭉탱이로 피어나데끼, 시방 내 몸뚱어리에도 무데기로 피어나는 것 같구만이라우.

_247~248쪽

오메, 쩌그 창문에 있는 보름달이 뿌얀 걸 봉께, 나가 아직까장 울고 있었든 모냥이요잉.

내 몸뚱어리를 스치고 지나간
그 많은 남자들이

단 한 남자로만 밝아오는
저 환장한 보름달!
_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