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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디로 갔는가
이태 지음 | 1997년 3월 25일 [절판]
브랜드 : 살림
쪽수 : 281 쪽
가격 : 6,500 원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855-77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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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남부군>으로 유명한 작가 故 이태 씨의 유고 소설집. 격렬했던 이념대립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난의 삶을 감수해야 했던 빨치산 출신들의 아픈 역사를 기록해 온 작가의 회한과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는 이 소설집은 역사의 엄혹한 무게와 아름다운 상상력이 결합되어,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출간을 앞두고 작가가 사망하는 바람에 유고집으로 남게 된 이 책은 표제작인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를 비롯해 중편 [전쟁사의 언덕], 회상록 [무심천 세시기], [지리산이여 안녕] 등이 실려 있다.
절제된 감정, 담백한 문장으로 일관한 이 작품집은 전쟁과 이념 속에 사라진 동시대인들을 위한 진혼곡이며 얼룩진 20세기를 향한 고별사다.
<남부군>의 작가 이태 유고 소설집
지난 3월6일 세상을 뜬 이태(본명: 이우태)씨의 소설집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가 출간됐다.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는 빨치산 수기 <南部軍>으로 유명한 작가 이태씨가 본격적인 소설 창작을 표방한 이후 탈고한 4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역사의 엄혹한 무게와 아름다운 상상력이 결합되어 읽는 이들에게 보기 드문 감동을 선사하는 이번 소설집은 두 차례의 전쟁과 분단 이후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해 온 작가의 원숙한 사상과 역사의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비극의 역사를 추억하면서 인류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노년의 미학을 느끼게 해 주는 것 또한 이번 소설집이 지닌 미덕이다.
흙을 그리면서도 그 흙의 실체인 고향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었던 시인의 외로움, 그 절망과좌절을 낡은 리어카에 싣고 서울의 뒷골목을 유랑해야 했던 그런 세파 속에서 그는 떠밀리다시피 65년의 생애를 살고 마감했던 것이다. 그는 혼자서 발버둥치다 갔지만 천지는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가을 하늘은 어제도 오늘도 군청색으로 빛나고 있다. -본문중에서

격동의 세월에 대한 문학적 승화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를 비롯해 중편 <戰爭史의 언덕>과 회상록 <無心川歲時記> <지리산이여 안녕> 등이 실려 있다.
중편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는 주인공 `나`가 남부군 시인(詩人) 김웅(필명:김영)의 유해를 들고 지리산 세석평전에 찾아가 44년 전, 굶어 죽고 맞아 죽고 얼어죽던 그 비정의 시대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눈 내리고 총탄이 울리는 지리산 백무골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패배한 사람들의 아픈 역사를 기록해 온 작가의 회한과 쓸쓸함이 진하게 배어있다.
중편 <戰爭史의 언덕>은 한국과 일본의 세 젊은 남녀가 걸어가는 각기 다른 삶을 배경으로 `한일 간에 드리워진 근, 현대사의 악몽이 어떻게 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갈라놓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고 감정의 섬세한 결을 드러냄으로써 작가 특유의 정갈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 소설이다.
<無心川歲時記>와 <지리산이여 안녕>은 회상록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무심천 세시기>에는 일본어를 국어로 상용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담이 그려져 있으며 <지리산이여 안녕>은 작가가 지리산 어귀에서 경찰에 체포된 뒤 겪은 갖가지 우여곡절이 생생히 복원된 일종의 `남부군 후일담`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로도 막을 수 없었던 문학에의 열정
지난 88년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한 수기 <南部軍>으로 일반에게 알려진 후 기록문학 범주에 드는 글을 써 온 이태씨가 순수문학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상상> 봄호에 중편 <전쟁사의 언덕>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후 이태씨는 열정적으로 소설 쓰는 일에 매달렸다. 75세의 그가 일년이 조금 못되는 기간동안 창작집 한 권이 넘는 분량의 글을 탈고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열정의 소산이었다.청주 무심천(無心川)변에서 뛰놀던 소년시절부터 간직해 온 문학에의 꿈을 말년에 펼쳐 보이면서 이태씨는 생전에 탈고해야 할 무수한 작품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는 그 첫 열매인 셈이었다.
그러나 소설집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작가가 사망하는 바람에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는 유고집이 되어 버렸고 채 넘기지 못한 `작가의 말` 대신 세 명의 자제들이 쓴 슬픈 조사가 이 책의 머리말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