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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5 - 죽은 혼 (생각하는 힘-세계문학컬렉션 035)
| 2019년 1월 31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240 쪽
가격 : 11,000 원
책크기 : 150*210mm
ISBN : 978-89-522-4021-7-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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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세대를 위한
진정한 독서의 길,
세계문학 ‘축역본의 정본’ 시대를 열다!
인간을 향한, 인간이 범할 수밖에 없는 죄에 대한 연민을 그린
러시아 문학의 문을 연 나콜라이 고골.
그가 창조한 치치코프를 통해, 지금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 『죽은 혼』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은 인간이 범할 수밖에 없는 죄에 대한 연민이 들어 있다. 그리고 문학작품으로 그런 러시아 정신을 세상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준 사람이 고골이며, 그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죽은 혼』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골은 완벽한 러시아적인 작가이며 『죽은 혼』은 러시아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동시에 『죽은 혼』은 세계성을 획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영혼의 구원을 갈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골은 그가 창조한 치치코프라는 인물을 통해, 지금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주인공 치치코프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그는 사기꾼이다. 세관에서 일할 때 밀수 조직과 결탁해서 돈을 벌어들인 부패한 관리였고, 죽은 농노들을 살아 있는 농노로 둔갑해 사들여서 대출을 받아 한몫 챙기려던 자이며, 유서를 위조해서 남의 유산을 가로챈 파렴치한이다. 그는 인간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죄인이다.
치치코프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그가 유달리 나쁜 인간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그냥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행동은 그의 내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도 어찌할 수 없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렇게 될 뿐이다. 설사 그게 악한 짓이라 할지라도 그건 그의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그를 선으로 이끌 그 어떤 알지 못할 천상의 힘이 숨어 있듯이 그를 악으로 이끄는 알지 못할 힘도 숨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악덕들,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악덕들은 우리가 인간인 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인간으로 사는 한 우리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고 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고골은 이런 질문을 우리 자신이 깊게 던지면서 우리가 남의 잘못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남을 향해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게 되며 남을 더욱 잘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 수 있게 된다. 영어의 compassion을 우리는 ‘동정’, 또는 ‘연민’으로 옮기지만 더 정확한 뜻은 ‘다른 이의 정념, 혹은 정열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그 정념, 정열이 비록 나쁜 결과를 낳을지라도 그 정념을 나도 지니고 있음을 공감하는 것, 그게 compassion이다. 그때 사람들은 사람들이 행하는 악덕에 대해 관대해진다.
악에 대해 관대해진다는 것이 무작정 악과 손을 잡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고민 자체가 없어지고 악을 그냥 방치하게 된다. 그건 악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악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고 그에 대한 성찰조차 않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악에 대해 관대해진다는 것은 악을 무조건 물리칠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악이 무엇인지, 악 자체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악을 범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을 행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는 쉽다.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하기도 쉽다. 또한 ‘악을 물리쳐야 한다’고 외치기도 쉽다. 그리고 그런 강력한 외침이 인간을 선으로 이끄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외침만으로 이 세상에서 악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또한 이 세상에는 그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영혼은 알록달록하기 때문이다.
치치코프가 비록 길을 좀 잘못 들었을 뿐 그가 지녔던 인내와 열정이 젊은이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치치코프는 고골이 창조한 러시아적 인물인 동시에 보편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제1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2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마무리

『죽은 혼』을 찾아서
『죽은 혼』 바칼로레아
이 시리즈에서 진형준 교수는 30년 넘게 문학교수와 비평가로서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작품을 장악하는 비상한 정신과 그 정신을 우리말로 살려내는 탁월한 능력은, 다른 이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축역본을 만들어내었다.
_ 채수환 (홍익대학교 문과대 영문과 교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업적이다. 어른들 자신도 읽기 힘들어하는 고전을 원전 그대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과 오해에 정면으로 맞서 돌파해버리기 때문이다.
_ 이영목 (서울대학교 인문대 교수)

고전을 더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이 놀라운 시리즈는, 많은 청소년에게 책 읽는 즐거움과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기쁨을 누리게 해줄 것이다.
_ 최복현 (시인ㆍ소설가ㆍ번역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학생들이 자주하는 질문이다. 이제는 입시용 목적 독서가 아닌 순수 독서가 필요하다. 양서(良書)를 찾아 읽어야 한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_ 신홍규 (서울중등독서토론논술연구회 부회장)

세계 명작들은 영양분은 많지만 물로 삼키기 좋은 알약이 아니다.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이 고전 축역본은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활기와 힘을 주는 비타민이 될 것이다.
_ 김지나 (청소년인문교양지 「유레카」 발행인)

우리 청소년들의 눈높이와 마음 깊이에 꼭 알맞은 문학전집. 신선하고 잘 짜인, 청소년들의 마음을 여물게 하고 영혼을 살찌워줄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_ 서형오 (부산 지산고등학교 교사)
그에게는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예를 들어 지사에게는 이 고을에 들어설 때꼭 낙원에 들어서는 것 같다고 말하며 도로와 행정관청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경찰서장에게는 야간 경비원들이 훌륭하다고 칭찬했고, 부지사와 대화할 때는 마치 실수인 양 ‘각하’라는 호칭을 일부러 사용하기도 했다. 부지사가 그 호칭에 흐뭇해했음은 물론이다. 그의 활약 결과 지사는 그날 저녁 자기 집에서 열리는 연회에 그를 초대했고, 다른 이들도 오찬과 차 모임에 그를 초대했다. (pp.18-19)

치치코프는 약간 뜸을 들인 후에 말을 이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죽은 농노입니다.”
그 말에 마닐로프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물고 있던 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는데도 그는 잠시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긴밀한 우정을 나누던 두 사람은 마치 마주 걸린 초상화처럼 상대방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닐로프는 치치코프가 농담을 하며 웃음 짓고 있는지 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진지해 보였다. 마닐로프는 그저 멍한 표정이었다. (p.33-34)

치치코프의 농노 구입 건은 곧바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농노들을 그렇게 많이 구입해서 이주시키는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닌지, 중구난방 떠들어댔다. 심지어 치치코프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하며 농노들을 거주지까지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경비병을 제공하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치치코프는 그 조언들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며, 자신이 구입한 농노들은 아주 온화한 성격이라서 별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들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런 온갖 소문과 논의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치치코프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뜻밖의 결실이 맺어졌다. 즉 그가 틀림없이 백만장자라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치치코프를 사랑하고 있던 도시 주민들은 그를 더욱더 마음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p.102-103)

그 소문은 말 그대로 도시를 완전히 갈아엎어놓았다. N시에는 오래전부터 다른 어떤 소문도 없었기에 그 위력은 더욱 컸다. 그리고 도시에는 남성들과 여성들 사이에 각기 완전히 다른 두 갈래 의견이 형성되었다. 남성들은 죽은 농노들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여성들은 사랑의 도피 행각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남성들의 의견에는 논리가 결여되어 있는 반면에 여성들의 논리는 한결 용의주도했고 치밀했다. (pp.118-119)

하지만 과연 우리가 저속하다고 생각하는 욕망의 지배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있을까? 게다가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욕망의 포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것들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함께 태어나며, 우리에게는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마 치치코프 자신에게도 그의 내면에서 나오는 욕망과는 다른, 그를 그 어느 곳인가로 이끄는 욕망이 있을 것이고 그의 냉혹한 존재 안에도 마침내는 인간을 저 천상의 슬기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재로 화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p.147-148)

텐테트니코프가 교수로 오해한 그 사람은, 우리가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던 우리의 친애하는 파벨 이바노비치 치치코프라는 것을 독자 여러분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그는 다소 늙었다. 아마도 풍파를 좀 겪은 것 같았다. 재정 상태 역시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나 예의범절, 몸가짐은 여전했다. 말투는 더 부드러워졌으며 말을 하거나 표현을 할 때 한결 절제가 있었고 모든 면에서 더욱 재치가 있어진 것 같았다. 옷깃과 와이셔츠는 눈처럼 하얗고 깨끗했으며 막 길에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연미복에는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게다가 얼굴도 아주 깨끗하게 면도를 한 상태였다. (p.170-171)

하지만 치치코프는 자기의 과업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텐테트니코프와 죽은 농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적절한 대상을 물색했다. 그리고 관리인을 통해 10킬로미터쯤 되는 거리에 퇴역 장군의 영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p.173)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그건 말입니다, 제가 단호하게 말씀드리지요. 만일 당신이 그렇게 급하게 부자가 되려고 한다면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부자가 되려고 한다면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p.188)

치치코프는 주인의 말을 들으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늑한 기분을 느꼈다. 오랜 유랑 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왔고, 고향 집이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것 같았다. 갈망하던 것을 다 얻고서 “이제 충분해”라고 중얼거리며 여행 지팡이를 집어던질 때의 느낌이었다. 코스탄조글로의 지혜로운 말들이 그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다. (p.191)

거래를 끝낸 치치코프는 기쁜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온통 그가 새로 구입한 영지로 꽉 차 있었다. 그는 갑자기 환상 속의 지주에서 실제의 지주가 된 것이다. …… 이런저런 생각이 오락가락했지만, 아무리 어떤 식으로 미래를 그려보아도, 아무리 이모저모 따져보아도 이번 거래에서 손해 볼 일은 조금도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예컨대 이렇게 할 수도 있다. 우선 영지 전체를 저당 잡힐 수도 있고, 그중 가장 좋은 땅은 팔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이 이 영지를 직접 경영하게 되면 코스탄조글로의 훌륭한 충고를 받고 그를 본보기로 삼아 훌륭한 지주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경영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영지를 누군가에게 전매하고 죽은 농노들만 자기 몫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pp.201-202)

행운을 찾아 떠난 치치코프의 여행은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그는 이제 적지 않은 돈을 소유한 부자가 된 것이다. 그는 행운을 잡았다. 이미 죽은 농노를 담보로 상당한 재산을 모은데다, 300만 루블의 재산을 가진 알렉산드라 이바노브나 하나사로바라는 할머니가 죽자 유언을 조작해 유산 일부분을 가로챈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도둑질한 것이 아니다. 그는 단지 시스템을 이용했을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처럼 한다. 어떤 이는 국유림을, 어떤 이는 공공 기금을 이용하고, 또 어떤 이는 뜨내기 여배우를 위해 자기 아이들 것을 훔치고, 어떤 이는 고급 가구와 마차를 사기 위해 농노들을 착취한다. 이 세상에 온갖 유혹이 난무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pp.206-207)

무라조프의 말을 들으며 치치코프에게는 자신에게도 낯선 그 어떤 감정이 일었다. 어릴 때부터, 그리고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내내 억눌려 있던 그 무엇이 이제 자유롭게 뛰쳐나오려는 것만 같았다. 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오오, 정말입니다. 정말입니다. 정말 이곳에서 얼마간 재산을 갖고 나갈 수 있다면, 다른 삶을 살겠다고 분명히 약속합니다. 자그마한 영지를 사서 성실한 주인 노릇을 다하고, 나 자신이 아니라 남들을 돕기 위해 돈을 모으고, 소박하게, 진실하게 살겠습니다.” (p.217)

그는 이미 이전의 치치코프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전의 치치코프의 잔해 같은 것이었다. 그의 내적인 영혼 상태는 새 건물을 세우기 위해 분해된 건물과 비슷했다. 다만 건축가에게서 최종 설계 도면이 오지 않아, 새 건물 건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일꾼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있는 것과 같았다.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