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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 34)
에밀 졸라 지음 | 진형준 옮김 | 2021년 12월 15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196 쪽
가격 : 25,000
책크기 : 197.6*273
ISBN : 978-89-522-4135-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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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세계문학컬렉션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 에밀 졸라
인간의 내부에서 꿈틀대는 동물성을 밝히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문학 버킷리스트!
자연주의 작가 에밀 졸라에 의해 인간 속에 꿈틀거리는 ‘동물성’이 최초로 소설의 탐구 대상이 된다. 그에 의해 소설의 영역이 넓어지고 영혼이나 인격, 의지를 넘어 더욱 폭넓은 시선에서 ‘인간성’의 영역이 넓어진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내부에 꿈틀거리는 동물성을 느낀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자신뿐 아니라 인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내면의 또 다른 자신을 느끼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큰글자로 읽는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읽지 않는 고전은 없는 고전이고, 즐기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고전은 죽은 고전이다.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은 마음을 풍요롭게 다스리고 날카롭게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고전문학선이다. 두껍고 지루한 고전을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축역본’이자 글자 크기를 키워, 보다 편한 독서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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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을 찾아서
자신의 본래 체질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활을 억지로 하다보니 그 애는 내성적이 되었다. 그 애는 소곤소곤 낮은 목소리로 말했으며 소리를 내지 않고 걸었고, 멍하게 두 눈을 뜬 채 의자에 꼼짝 않고 말없이 몇 시간이고 앉아 있곤 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타고난 그 애의 육체적 에너지를 고갈시키진 못했다. 그 애는 여전히 건강했다. 그 애는 불꽃같은 자신의 본능을 속에 감춘 채 살았다. (p.16)

테레즈는 앞으로 그녀가 살게 될 가게로 들어가면서 마치 기름기에 절은 시궁창 속 땅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목구멍으로 구역질을 느꼈으며 무서워서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상점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 방들을 둘러보니 기가 막혔다. 가구 없이 텅 빈 방들은 곳곳이 파손되어 있었다. 그녀는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고모와 남편이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 그녀는 주먹을 꼭 쥔 채 목이 메어 트렁크 위에 앉아 있었지만 울 수조차 없었다. (p.22)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욕망을 충족하지 못했던 그녀의 육체는 미친 듯 환락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카미유의 나약한 팔로부터 로랑의 정력적인 팔로 옮겨간 것이며, 그로 인해 잠자고 있던 그녀의 육체는 깨어났고,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았다. 여자로서의 모든 본능이 단번에 격렬하게 폭발한 것이다.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로랑은 이제까지 이런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자신을 이렇듯 정열적으로 대해준 여자는 없었다. 그는 그 정열에 굴복했다. (p.45)

칼이나 독약은 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위험 없이 은밀하게 해치워야 한다. 소리도 내지 않고 무섭지도 않은 방법. 그가 그냥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방법. 그는 조용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살인을 하려 한 것이다. 그는 ‘그를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p.65)

그는 이제 온통 카미유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무서웠다. 이제까지 단 하룻밤도 그 익사자 생각에 괴로워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테레즈를 향한 욕망이 일자 갑자기 그녀 남편의 유령이 나타난 것이다. 살인자는 감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방 한구석에서 희생자가 모습을 보일 것 같아서 두려웠다. 한순간 그의 침대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카미유가 침대 밑에 숨어 침대를 흔드는 것 같았다. 그를 떨어뜨려 물어뜯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침대가 점점 더 심하게 흔들린다고 생각하며 머리카락이 쭈뼛 선 채로 매트리스에 꼭 매달렸다. (p.104)

“테레즈, 우린 성공한 거야. 이제 미래는 우리 거야. 안온한 행복에 잠길 미래……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미래……. 이제 카미유는 없어.”
그의 입에서 카미유의 이름이 나오자 테레즈는 속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두 살인자는 얼이 빠진 채,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p.131)

로랑은 다시 그렇게 나타난 카미유를 어떻게 하면 영영 죽일 수 있을지 2주일 내내 궁리했다. 그를 분명히 물에 던져 넣었는데 이렇게 매일 밤 찾아와 자기와 테레즈 사이에 눕다니! 그렇다! 테레즈는 과부가 아니었다. 로랑은 익사자를 남편으로 갖고 있는 여자의 남편이 된 것이었다. (p.143)

로랑과 테레즈는 완벽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들 각자의 내부에는 각기 다른 두 존재가 살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황혼이 찾아오자마자 그들을 떨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 온 신경이 곤두 서 있는 존재였고 다른 하나는 해가 뜨자마자 모든 것을 잊고 그들을 편안하게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마비된 존재였다. 그들이 낮 동안 그렇게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밤마다 환각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지내리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하늘로부터 축복을 받은 완벽하게 행복한 부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베는 그들을 익살스럽게 ‘비둘기 새끼들’이라고 불렀다. 미쇼 노인은 “저 부부는 정말 행복해”라고 말했다.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