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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_강대철 시화집
강대철 지음 | 2022년 4월 8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128 쪽
가격 : 10,000
책크기 : 125*210
ISBN : 978-89-522-4656-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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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강대철은 2005년 홀연히 조각가로서의 삶과 그가 이룬 세속에서의 업적을 접고 구도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는 곡괭이를 들고 수행 토굴을 파게 되고, 예기치 않게 점토층으로 이뤄진 산의 속살과 맞닥뜨리자 문득 조각가의 본능이 되살아나 그곳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6년여 세월 동안 조각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 놀라운 조형물을 ‘강대철 조각토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시집은 세속을 떠난 17년, 토굴에 조각을 새긴 6년 동안의 순정한 구도의 기록이다. 70대의 조각가가 6년간의 수행과도 같은 조각토굴 작업의 여정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와 세속에서 벗어나 구도의 길을 걸으며 얻은 삶에 대한 깊은 관조의 시선은 강대철 시화집 『어느 날 문득』에 수록된 시편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인타의 시에서는 삶에 대한 깊은 관조의 시선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늙음을 주제로 한 시편들이 눈길을 끄는 것은 늙는 것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늙어가면서 맥없이 빠지는 이빨이나 머리칼, 침침해지는 눈 같은 노화 현상들이, 인타에게는 늙음에 대한 아픔이나 체념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는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오랜 기간 수행 과정을 통해 터득할 수 있었던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_〈인타 시집에 부치는 글> 이인수 향토사학자

또한 그의 시를 읽다보면 『어느 날 문득』과 동시 출간된 조각 사진집 『강대철 조각토굴』에 담긴, 전남 장흥 사자산 기슭에 한국 최초의 조각토굴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강대철이 토굴 위로 아로새긴 놀라운 사유들과 놀라운 조각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 또한 자아내게 된다.
한국 최초의 조각토굴 사진집 『강대철 조각토굴』과 그러한 조각토굴을 만들면서 얻은 깨달음을 기록한 시화집 『어느 날 문득』은 동시 출간되며 놀라운 조각가 강대철의 (전 6종 예정)의 서막을 열었다.
돌부리
산책길
민들레
벌레 먹은 자리
지네에게 물리다
잡초와 민들레 밭
풀씨
빠진 이
시력
부스럼
말에 홀리다
음치
누렁이 1
누렁이 2
세상이 낯설어지는 날
떠나는 연습
낚시
거미줄 1
거미줄 2
비망록
초보 농부의 유기농
곡괭이질 1
곡괭이질 2
곡괭이질 3
반가사유상을 만들며
삽질
참새미 1
참새미 2
소금쟁이
올챙이
달리기
물구나무서기
턱수염
하늘 보기
피는 꽃 바라보기
도리깨질
하늘의 칼
빈 들에서
가운데
그럭저럭 하루
갑장


허공꽃
허공꽃과 나비
이명(耳鳴)
빗질을 하다가
바람 부는 2월 어느 날
어느 날 문득
명함

맹구우목(盲龜遇木)

발문
·강대철의 선시집 『어느 날 문득』_송기원
·강대철의 시에 대하여_이달희
·안타 시집에 부치는 글_이인수
오랜 친구인 조각가 강대철이 시 원고 뭉치를 내게 보내며 시집을 묶어도 될 만한지 읽어 보라고 했다. 시집이라니, 처음에는 좀 뜻밖이었다.
뜻밖이라고 한 것은, 6, 7년 전부터 오로지 혼자서 곡괭이와 삽으로 자기 집 뒷산 자락에다 굴을 깊이 파 들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도 누가 보면 깜짝 놀랄 만한 규모의 굴이고, 그 굴속 벽에다 조각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언제 또 이렇게 시를 써서 시집을 내겠다는 것인가. 일찍이 장편소설을 두 권이나 써냈고 매력적인 수필집을 낸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시집은 또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원고를 보기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읽고 말았다. 평이하게 씌기도 했지만, 내게는 그동안 궁금했던 친구의 속마음이 토로된 편지 사연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누가 시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니라 한다 해도, 내게는 그렇게 읽힌 것을 어쩌겠는가. 시 속에는 그가 걸어온 삶의 발자국 소리며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했고, 오랫동안 자기 가슴속에 맺혀 있던 화두(話頭)를 푼 듯이 활짝 열린 표현들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그가 왜 시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었다. 글을 꾸밈없이 진실하게 썼으니 이런 공명이 일어났으리라. 쉽게 읽었지만 여운은 오래 남았다
(……)
강대철은 이미 미술대학 재학 시절인 1970년대 초에 소설로 그 대학의 문학상을 받는 등 문학적 재능을 드러냈다. 이어서 청년 조각가로서 주목을 받고 있던 30대 중반에도 『끌』(1982)이라는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조각과 글쓰기를 병행해 왔다. 그러다가 점차 조각 작업에 치중하게 된다. 우리나라 조각 미술의 대중화 시대라 할 만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를 거치며, 그는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조각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 시기에 기억되는 것 중에는 (1982)이란 비교적 큰 규모의 테라코타 작품전이 있었는데, 당시의 시대상을 표현한 사회 역사적 주제를 다룬 작품들로 크게 주목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방향이 그의 주된 관심은 아니었던 것 같고, 보다 본질적인 생명 또는 존재 탐구 쪽을 지향하고 있었다.
(……)
너무 직설적인 표현들이 시로서는 좀 어떨까 하지만, 그에게 시작이란 저 곡괭이질과 다름없이 단순 명쾌하기 때문이다. 흙벽을 더듬어가며 득의의 형상을 새겨나가는 그 감각적 집중의 조각
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모든 진실한 것은 늘 단순하다. 깨달음의 표현은 더욱 단순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무슨 장식이 들어갈 자리란 없기에. 그래서 그의 시 쓰기의 곡괭이질도 거기쯤에서 멈추고 있다. 더 가면 복
잡해지질 않는가. 그다운 일이다.
시를 쓴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시를 보면 연륜이 오랜 시인의 시 같기도 하다. 조각을 해온 나이만큼 시의 나이도 들어 보이는 것일까. 시 작품들은 평이하나, 작자의 삶과 생각이 소박하고 직절하게 잘 표현돼 있다. 자연에 주목한 시, 즉물적인 시, 구도적인 시들로 나눠볼 수도 있으리라. 그 속에서 자연과 예술이 그리고 종교가 한 차원 높이 화해하고 있는 지혜의 시, 깨달음의 시라고 해도 좋으리라. 조각가가 쓴 시집이란 한국 문단에서 좀 예외적이기도 하다. 이런 예외적 시집을 우리는 하나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강대철에게, 조각과 문학이 같은 뿌리였기에 가능했고, 그의 조각이 시를 필요로 했던 결과가 아닐까 한다.

_시인 이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