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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생각하는 힘-세계문학컬렉션 99)
| 2023년 11월 17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208 쪽
가격 : 12,000
책크기 : 152*210
ISBN : 978-89-522-4738-4-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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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사형수를 이해할 수 있는가?
내 미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오는 그것을……
“이 진실이 나를 붙들고 있는 것만큼 이 진실을 부여잡고 있어.
나는 옳았고 옳으며 언제나 옳을 거야.”

‘태양’ 때문에 살인을 하다니!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뫼르소가 횡설수설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과 살인이라는 두 현실을 객관적으로, 논리적으로 연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에게조차 그 말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진 것이 당연하고 법정에서 웃음이 터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횡설수설할 수밖에 없는 그 말이, 논리에서 벗어나는 그 말이, 자기가 보기에도 우스꽝스럽고 법정 방청객에게 웃음을 터뜨리게 한 그 말이 실은 진실이라는 것, 바로 거기에 이 작품의 핵심이 존재한다. 정말로 태양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사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도 없고, 아무도,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설득할 수 없는 그 사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품에서 우리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뫼르소의 무심함만이 아니다. 작품 속의 중요 사건들이 모두 우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니 차라리 우연적인 일들의 연속적인 단절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중요 사건들만 나열해보자. 어머니의 죽음, 장례식, 해수욕, 마리와의 정사, 레몽의 치정 사건에의 연루, 해변, 작은 샘, 아랍인, 태양과 다섯 번의 권총 발사, 재판. 이 모든 사건(?)은 그 어떤 인과관계로도 맺어져 있지 않다. 뫼르소라는 한 인간의 삶 속에서 우연히 벌어진 일들일 뿐이다. 그뿐 아니다. 그 모든 사건은 이 소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아랍인 살해와는 아무 연관도 없다.
『이방인』은 작품 속의 사건들을 일종의 인과관계로 치밀하게 맺어주고 있는 소설이 아니다. 역으로 이 작품 속 사건들이 그저 우연일 뿐이라는 것을 아주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한 작품이다. 우리의 존재가 그냥 의미 없게 세상에 던져진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들도 그냥 우연히 그렇게 벌어진 것임을 공들여 보여준 작품이다. 그러니 그 사건 간에는 아무런 인과의 고리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런 연관도 없던 일들이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인과(因果)의 연결 고리로 빈틈없이 맺어진다. 우연히 벌어진 사건들이 모두 살인 사건의 원인이 되며, 뫼르소가 무심코 한 행동들은 모두 의도적인 행동들이 된다. 바로 검사에 의해서이다. 그는 그 우연들,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살인 사건이라는 하나의 결과의 원인으로 꿰맞춘다. 그의 논리에 의해 뫼르소의 행동, 생각, 심지어 그의 심리 상태까지도 살인의 원인이 된다. 그 모든 것이 인과의 고리라는 합리적(?) 질서 속에 일사불란하게 정렬된다.
제1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2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이방인』과 『페스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하며 수많은 세계고전 문학 중 100권을 엄선, 2023년 연말을 끝으로 모두 출간되었다.
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검사의 핵심적인 생각은 내가 범죄를 미리 계획했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그는 그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내가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그것도 이중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첫째로 명명백백한 사실에 비추어, 다음으로는 범죄를 저지른 이 영혼의 심리 상태가 제공하는 어두컴컴한 조명 안에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그는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출발해 사실들을 요약했다. 그는 나의 무감각, 엄마의 나이도 몰랐다는 사실, 장례식 다음 날 한 여자와 함께 해수욕을 갔던 일, 그녀와 함께 영화를, 그것도 페르낭델의 영화를 보았던 일, 마지막으로 마리와 함께 내 집으로 갔던 일들을 상기시켰다.
_141쪽

나는 모든 것이 지극히 간단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그날 내게 일어난 일을 되짚어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나는 이미 그에게 해주었던 말을 되풀이했다. 레몽, 해변, 해수욕, 싸움, 그리고 다시 해변, 작은 샘, 태양과 다섯 번의 권총 발사.
_98쪽

거리로 나서자 피곤한 데다 집의 덧창을 열지 않고 있었던 탓에, 이미 햇볕이 가득한 한낮이 마치 내 따귀를 때리는 것 같았다.
_72쪽

그러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 속의 그 무언가가 폭발했다. 나는 목청껏 고함을 질렀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기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신부복 깃을 움켜쥐었다. 나는 기쁨과 분노로 가슴이 벅차오른 채 내 가슴 저 밑바닥 모든 것을 그에게 쏟아부었다. 당신은 너무 확신에 차보이지, 그렇지 않아? 하지만 당신의 확신은 여자 머리카락 한 올의 가치도 없는 거야.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조차 분명하지 않아. 죽은 자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빈손인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나는 나에 대해서, 모든 것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그리고 장차 찾아올 죽음에 대해서 당신보다 더 확신하고 있어. 그래, 나는 가진게 그것밖에 없어. 하지만 나는 최소한, 이 진실이 나를 붙들고 있는 것만큼 이 진실을 부여잡고 있어. 나는 옳았고 옳으며 언제나 옳을 거야.
_171쪽

그리고 나 역시 온전히 새로 살 준비가 되었음을 느낀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내게서 악을 씻어내고 희망을 모두 비워버린 듯, 신호와 별들로 가득 차 있는 이 밤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을 향해 나 자신을 열었다. 이 세상이 나와 너무 닮았고 마침내 너무 형제처럼 여겨졌기에, 나는 행복했었고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이 모이기를, 그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기를 이제 바랄 뿐이다.
_174~1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