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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생각하는 힘-세계문학컬렉션 100)
| 2023년 11월 24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364 쪽
가격 : 13,000
책크기 : 152×210
ISBN : 978-89-522-4739-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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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라는 운명이
감히 어쩌지 못하는 반항인,
인간의 다양한 실존을 고찰하다!
사람은 누구나 제 안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
페스트는 이 세상 그 누구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페스트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묶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묘한 역설이 있다. 페스트라는 재앙에 의해 형성된 ‘공통감정’은 ‘개인적인 감정’의 말살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공통감정은 사람들을 맺어주는 긍정적 감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주된 고통’이 된다. 개인적인 운명의 말살 위에 세워진 감정이기 때문이다. 페스트에 갇혀 지내면서 페스트는 일상이 되어버린다. 시민들은 자기들이 페스트의 지배하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페스트 환자의 시체를 소각하면서 연기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페스트균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며 소각장 이전을 요구한다. 그들은 연기만 보이지 않으면 페스트가 없는 것처럼 생활한다. 페스트는 구체적인 현실감을 상실한 추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상황은 말하자면 나와 상관없는 추상적인 논리와 합리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방인』의 상황과 같다. 『이방인』의 뫼르소는 그런 추상적 이념이나 논리의 세상을 거부했다. 그 세상은 뫼르소라는 개인의 실존과는 상관없는 ‘환상적’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일 뫼르소라는 인물을 페스트가 창궐하는 오랑 시에 등장시킨다면 그가 감연히 ‘반항인’이 되었으리라고 확언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방인의 마지막 대목은 죽음에 가까이 이르자 비로소 세상을 향해 자신을 여는 뫼르소의 모습이다. 그는 그토록 나와 무관했던 세상이 자신과 너무 닮았다고 느끼고 너무 형제처럼 여겨졌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행복했었다고,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 행복은 세상의 무관심에서 다정함을 느끼면서 얻은 행복이다. 그러나 그는 그 무관심이 ‘증오’의 함성으로 바뀌어 나를 맞아주기를 바란다. 증오를 통해서라도 타인과 맺어지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소망하는 타인과의 연대감은 나를 지운 상태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죽음’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실존 앞에서 느낀 연대감이다. 개인적인 실존이 지워지면 연대감도 없다. 뫼르소는 앞으로 그 연대감, 그 행복이 너무 소중해서, 절대로 개인이라는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뫼르소를 만일 오랑 시에 데려다 놓는다면 그가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으리라고 우리가 믿는 것은 그 때문이다. 왜? 페스트는 ‘나’를 또 다시 익명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의 행복과 사랑과 연대감은 ‘나’를 익명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대한 ‘저항’과 ‘반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페스트』의 주요 인물들을 뫼르소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들은 모두 반항인이다. 무엇에 대해? 페스트라는 악에 대해, 그것이 강요하는 익명성에 대해…….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페스트』를 찾아서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이방인』과 『페스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하며 수많은 세계고전 문학 중 100권을 엄선, 2023년 연말을 끝으로 모두 출간되었다.
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그 순간부터 페스트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시민들이 이 야릇한 사건 때문에 놀라고 불안해하기는 했지만 평소 하던 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맡은 일을 그대로 해냈다. 하지만 일단 도시가 폐쇄되자 화자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었다는 것, 그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결과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같은 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초반 몇 주부터 갑자기 사람들 모두의 공통감정이 되었고 이 오랜 유배기간 동안 공포와 더불어 사람들의 주된 고통이 되었다.

_82쪽

“이 세상의 악에 대해서 진실인 것은 페스트에 대해서도 진실입니다. 그 누군가를 위대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페스트 때문에 겪게 되는 불행과 고통을 직접 목격한다면 미치거나 눈이 멀었거나 비겁한 사람이 아닌 한 페스트에 대해서 체념할 수는 없을 겁니다.”

_143쪽

페스트는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다. 더 이상 개인적인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페스트’라는 집단의 역사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_188쪽

“저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그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의 핵심’을 향해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선택이다. 어린아이들의 고통은 우리들에게 쓰디쓴 빵이지만 그 빵이 없다면 우리의 영혼은 정신적 굶주림으로 죽어버릴 것이다. (……) 그렇다, 중간지대란 없다. 이 추문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을 증오할 것인가, 혹은 하느님을 사랑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히 누가 하느님을 증오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_249~251쪽

온 마음을 다해 페스트와 싸운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그 기나긴 나날 동안 내가—최소한 나 자신은—내내 페스트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나는 간접적으로나마 수천 명의 사람들의 죽음에 동의했다는 것, 필연적으로 죽음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행위나 사고를 선(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죽음을 부추기기도 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 나는 최소한 나만이라도 그 구역질나는 도살행위를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 할지라도 정당화하기를 거부하는 것,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보다 명확한 것이 보일 때까지 이
맹목적일 정도로 고집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_278~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