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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 절대사상 012 - 계몽의 변증법 (e시대의 절대사상 012)
노명우 지음 | 2005년 7월 30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12 쪽
가격 : 12,900
책크기 : 사륙양장
ISBN : 978-89-522-0397-7-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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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론의 고전인『계몽의 변증법』을 읽기 쉽게 풀어쓴 책.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과 다양한 참고 자료를 싣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점점 더 교묘해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비판적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1부 시대‧작가‧사상
1장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삶
존경의 근원
『계몽의 변증법』과 뒤바뀐 학문적 운명
20세기의 고전이자 21세기의 책,『계몽의 변증법』
2장 현대적 야만의 역사와『계몽의 변증법』의 탄생
뒤늦은 국민국가 형성과 바이마르 공화국
나치 독일과 현대적 야만의 시작
3장 현대적 야만과 디아스포라의 운명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의 삶과 「사회연구소」

2부 현대적 야만의 기원
1장『계몽의 변증법』 독해를 위한 예비 논의
『계몽의 변증법』의 독특한 문체와 독해
『계몽의 변증법』의 구성
2장 “계몽의 개념”에 관한 주석
『계몽의 변증법』의 비판 대상
계몽과 신화의 변증법적 관계
탈마법화와 계몽의 원리
계몽의 원리와 계몽의 언어
계몽의 존재론, 자기유지와 자연지배
3장 “부연설명 1: 오디세우스 또는 신화와 계몽”에 대한 주석
『계몽의 변증법』과『오디세이아』
오디세우스의 여행과 계몽적 주체의 형성
오디세우스의 책략과 계몽의 원리
4장 “부연설명 2: 줄리엣 또는 계몽과 도덕”에 대한 주석
칸트와 계몽
사드와 계몽의 역겨움
5장 “문화산업: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에 대한 주석
문화비판과 엘리트주의
분석 대상으로서의 문화산업
문화산업의 정치적 효과와 현대적 야만의 징후
문화산업과 거짓 욕망
문화산업의 정치적 효과
6장 “반유대주의적 요소들: 계몽의 한계”에 대한 주석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반유대주의의 역사
우발적 사건‧시스템으로서의 반유대주의
반유대주의와 계몽의 원리
7장 야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가
병 속에 담긴 구원의 편지

3부 관련서 및 연보
관련서
독일 근대사 연보
아도르노의 삶과 연보
호르크하이머의 삶과 연보
합리적 이성에 도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책’
『계몽의 변증법』에는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양 문명의 핵심인 인간 이성을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진보’와 ‘미래’ 같은 발전적 역사 철학의 핵심 단어와 결합한 이성, 그 이성이 인류에게 선사한 탈신화화와 탈자연화, 그리고 물질적 풍요. 누군가가 이 모든 것을 해부하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합리적 이성의 원리가 유대인 학살과 같은 20세기의 비극을 낳았다고 당신에게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이런 주장 앞에서 영혼의 떨림을 느끼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다. ‘태만’이라는 병에 걸려 생각하기를 멈추었거나, 이미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나. 인간 이성이 쌓아 올린 문명과 문화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면에서, 이성의 왕국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계몽의 변증법』을 읽을 필요가 있다. 한 번쯤 이성을 되짚어 보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계몽의 변증법』에서 인간 이성의 속성인 ‘합리성’에 주목한다. 서양 최고(最古)의 서사시『오디세이아』에 담긴 합리성의 원형과 퇴폐적 성(性)을 묘사한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의 소설에 담긴 합리성의 극치를 분석하고, 현실의 불만을 잊고 사회가 유포한 거짓 욕망에 빠져들게 하는 문화산업의 합리성에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유대인 박해와 그 안에서 작동된 합리적 사유를 분석하는 대목에선 브레이크 없는 합리성이 낳을 수 있는 비극의 최대치는 과연 얼마일까를 상상하게 한다.

’평전’과 ‘주석서’와 ‘해설서’가 한 권으로
『계몽의 변증법―야만으로 후퇴하는 현대』는 저자 홀로 또는 여럿이『계몽의 변증법』을 읽고서 이해한 결과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평전’과 ‘주석서’와 ‘해설서’가 한 권으로 결합했다는 점이다. 한 인물의 사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상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 20세기 역사, 그 중에서도 독일 근대사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계몽의 변증법』을 오롯이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책 앞머리에서 ‘독일 문제’ 혹은 ‘독일의 특수한 길’이란 이름이 붙은 독일의 근대사를 개괄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강요된 디아스포라 속에서『계몽의 변증법』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비록 간략하게 정리하는 데 그쳤지만, 유대인 학살이라는 반인륜적 죄악이 어떤 상황에서 배태되었는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역사와 비판이론의 탄생 배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난해한『계몽의 변증법』을 쉽게 풀어 쓴 데 있다. 저자의 앞길을 바꿀 만큼 중요한 의미가 담긴『계몽의 변증법』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꼼꼼하고 자세한 주석과 해설을 붙인 저자의 정성이 돋보인다.『계몽의 변증법』이 어려운 책인 이유 중 하나는 서양 고전과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계몽의 변증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인데, 저자는 이 점을 고려해『오디세이아』와 사드의 소설 중 관련된 부분을 발췌해 실었다. 덕분에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기만 하면 고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도『계몽의 변증법』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다. 여기에 책 사이사이에 삽입한 이미지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문화산업의 본질을 파헤치다
현대는 ‘문화산업의 시대’이다. 단적인 예로, 스타의 말 한 마디가 대중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광경을 종종 목도할 수 있다. 문화산업이 판매하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이제 취향을 넘어 우리 시대의 필수 교양이 되었다.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문화산업은 이윤을 늘리기 위해 끝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들을 대중에게 유포한다. 동시에 소비의 주체인 대중이 기분상하지 않도록 대중을 떠받드는 행세를 취한다. 주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 대중과 문화산업의 교묘한 대중 기만. 대중 기만은 비극의 싹을 품고 있다. 나치 시대의 대중 선전도 대중 기만을 바탕으로 했다.
다른 어느 시대보다 더 많은 이미지 조작이 이뤄지고, 이렇게 조작된 이미지에 현혹되는 현대인들. 가상의 가치를 좇는 것이 행복인 줄로 여기는 대중이 다시 온 세상을 덮는다면, 망각과 착각을 기반으로 한 비극의 역사는 언제고 되풀이될 수 있다. 비극의 역사가 끝난 것처럼 보이는 현대야말로 망각과 착각이 힘을 발휘하기 쉬운 시대다. 바로 이 점 때문에『계몽의 변증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시대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 시대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씌어야 한다. 대중에 널리 퍼져 대중을 불편하게 만들고 대중의 비판적 이성을 깨워야 한다.
『계몽의 변증법』은 편안함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미움을 받을 것이나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대로,『계몽의 변증법』은 사형선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도구적 이성의 폭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기를 다른 무엇보다 더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