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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사상027-회남자 (e시대의 절대사상 027)
김성환 지음 | 2007년 5월 30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60 쪽
가격 : 11,900
책크기 : 사륙판
ISBN : 978-89-522-0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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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_우수교양도서
강력한 권력 아래 땅과 정신이 하나로 통일되던 시기에 『회남자』는 태어났다. 다양한 목소리가 약동하는 세상을 꿈꾼 사람들의 손으로 빚어진 이 책 속에는 집단지성의 미래적 가능성이 담겨 있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한 지혜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양성이 사상되었을 때 정신과 세계의 진화 또한 멈춘다는 사실이다.











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1부 『회남자』의 탄생
1장 고대 집단지성과 만남
동아시아는 유교문화권인가? 16
유교 근본주의의 문제
집단의식과 집단지성
『회남자』의 시대
고대 집단지성의 발현
권력과 지식의 결탁, ‘집단의식’을 향한 길



2장 유안의 꿈과 좌절
반역자의 아들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의 모순
유안의 꿈과 좌절
21세기 동아시아와 『회남자』의 복권







2부 『회남자』의 정신세계
1장 우주의 자연 질서: 도덕
천지만물은 어디서 왔는가
과학과 신화의 동거
하늘과 땅, 계절의 질서를 말하다
정신을 말하다
천지만물이 한 몸임을 말하다



2장 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 인간사
오래된 미래의 지혜
독단에서 벗어나라
집단주의에서 벗어나라
문화다원주의와 지방분권을 말한다
사회와 제도는 변한다
허위에 빠진 예법과 금기에 휩싸인 세상
근본을 지킬 것을 말한다
‘내성외왕’의 지도력을 말하다







3부 본문
제1권 원도훈/ 제2권 숙진훈/ 제3권 천문훈/ 제4권 지형훈/ 제5권 시칙훈/ 제6권 남명훈/ 제7권 정신훈/ 제9권 주술훈/ 제10권 무칭훈/ 제11권 제속훈/ 제12권 도응훈/ 제13권 범론훈/ 제14권 전언훈/ 제15권 병략훈/ 제16권 설산훈/ 제17권 설림훈/ 제18권 인간훈/ 제19권 수무훈/ 제20권 태족훈







4부 관련서 및 연표
관련서
연표
『회남자』,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다
중국은 과거 한나라가 고조선을 정벌해 군현을 설치한 사실을 들어 고구려사가 한국사와 무관한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동북공정이다. 중국이 이렇게 민족감정을 자극하니, 한국의 민족주의도 부글부글 끓는다. 그리고 한국도 고대사 연구에 박차를 가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역사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유치한 민족주의가 다른 민족주의를 연쇄적으로 고취하는 ‘나쁜 민족주의’의 악순환이 문제의 본질이다.
동북아시아의 고대사는 어차피 한국사와 중국사가 중첩되는 ‘혼성의 역사’이다. 거기서 중국이냐 한국이냐를 놓고 겨루는 것만으로 중국의 민족주의를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힘(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얻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상대의 나쁜 민족주의에 나름의 민족주의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민족주의도 나쁜 민족주의가 되어 종국에는 ‘나쁜 민족주의’ 자체를 비판할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구려 역사 해석 문제는 결국 민족주의 관점의 차이로 치환되고, 국제적으로 ‘고구려’는 그 역사의 귀속이 분쟁 중인 지역으로 남게 된다. 이것은 일본이 독도를 국제 영토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전략과도 비슷하다.
그러므로 차원을 달리해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유치한 민족주의에 똑같은 민족주의로 대응하는 것은 수준 낮은 처방이다. 그것은 나쁜 민족주의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상대의 유치한 민족주의를 더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도 없다. 자칫하면 그것은 내 민족을 멸시하는 상대방의 오만을 묵인하는 꼴이 된다. 상책은 유치한 민족주의의 이중적 잣대와 독단을 비판하고 해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의 유치한 민족주의를 누그러뜨리고, 나라와 민족 간에 서로 존중하는 국제질서를 이루는 게 최선이다.
이런 문맥에서 볼 때 『회남자』는 놀라운 고전이다. 오늘날 펼쳐지는 유치한 민족주의의 악순환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철학적 이유와 해결방법에 대해 치밀하게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남자』는 중국 전형의 ‘중화주의’가 완성된 한나라 무제武帝 시기에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기원전 179~기원전 122)이 편찬한 책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중화주의 성립의 근거가 되는 이념과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회남왕 유안의 불운한 역사
유방劉邦(기원전 247~기원전 195)은 한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지방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주었으나, 일단 중국을 통일한 후에는 그들을 위협 세력으로 여겨 하나하나 제거하기에 이른다. 그는 제거당한 지방 세력가의 자리에 황실 사람들을 대신 앉혔고, 그러는 와중에 유안의 아버지 유장劉長(기원전 198~기원전 174)이 회남국의 왕으로 봉해졌다.
조나라 왕 장오張敖는 유방에게 자신이 아끼던 여인을 바친다. 그러나 장오는 곧 역모죄로 걸려들었고, 여인도 이 사건에 연루되어 옥에 갇힌다. 옥에서 여인은 사내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유방의 아들이라고 호소했으나 인정받지 못하자 끝내 자살을 택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유방이 아이를 거두었으니, 그 아이가 바로 유장이다. 따라서 유안은 유방의 손자가 되는 셈이다.
출생은 비록 비극적이었으나 황후의 사랑을 받은 유장은 회남왕의 자리에 올라 힘과 권세를 얻는다. 그러나 유장은 겸손함이 부족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기에 이르렀고, 이런 행동이 꼬투리가 되어 모반을 획책한 죄로 유배형을 받는다. 유배 길에서 자신의 교만을 한탄한 유장은 스스로 굶어 목숨을 버렸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유안이 회남왕 자리에 오른다.
아버지의 역사를 직접 바라본 유안은 행동을 조심한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집권 정책을 펼쳐 지방 세력을 중앙에 완전히 복속시키려 했던 무제 유철劉徹의 눈에는 유안의 존재 자체가 거슬렸다. 기원전 124년, 유안의 측근이던 뇌피雷被가 태자와 검투놀이를 하던 중 실수로 태자를 다치게 했다. 처벌을 두려워한 뇌피는 장안으로 도망쳐 유안의 모반을 고발했고, 무제는 회남국의 영토에서 2개 군을 삭탈하는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듬해, 유안의 서자 유불해劉不害의 아들 유건劉建이 태자를 폐위시키려다 발각되자 회남왕 일가의 모반을 다시 무제에게 밀고했다. 결국 유안의 처형이 결정되었고, 유안은 목을 매 자살한다. 3대에 걸친 불운의 역사가 끝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회남자』는 어떤 책인가
오초칠국의 난 이후 중앙 권력이 지방 세력을 억누르는 사태를 지켜봐야 했던 유안은 천하의 지식인들을 초빙해 담론을 벌이는 데 열중했다. 그가 불러들인 지식인의 숫자가 3천여 명에 달했다 하니 그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유안이 불러들인 지식인들은 방사方士들이다. 이들은 좁은 의미에서 보면 신선방술을 전문으로 하는 지식인(도사)이나, 그보다는 오늘날의 과학기술자나 공학자쯤으로 봐야 한다. 방술方術이라는 용어가 단순히 신선방술만을 의미하지 않고 고대 과학기술의 범칭 정도로 쓰였기 때문이다.
방사들의 지식은 한대漢代까지 내려오던 황로학黃老學의 전통에 있었다. 무제 이전까지는 정치가들도 같은 전통에 서서 정치를 펼쳤다. 노자의 무위정치 사상을 골간으로 지배층의 무욕과 청렴을 강조하고 무리한 국가사업을 피했으며, 백성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부역과 세금을 최소화하여 전쟁으로 피폐해진 중원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 집권 정책을 편 무제는 유교 경학 이외의 다른 학문을 점점 인정하지 않았다. 지방 세력을 약화시켜 안정적인 통치체제 구축을 꾀했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세상의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발상에는 애초에 비극의 싹이 담겨 있었다.
그 자신이 뛰어난 학자이자 문인이었던 유안은 빈객 수천 명의 도움으로 그때까지 내려오던 학술과 사상․지식의 대통합을 모색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회남자』로 태어났고, 유안은 기원전 139년에 이 책을 무제에게 바친다. 한대 이전의 지식과 사상을 집대성하면서, 단순한 총괄을 넘어 통일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회남자』는 도가의 자연주의를 토대로 자연법칙과 사회질서의 통합을 모색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삶, 심신의 안정, 욕망의 절제, 권력집중을 견제하는 무위의 정치철학, 차이의 존중, 문화의 다원성과 지방분권의 옹호, 자유로운 지성의 연대, 내면의 덕성에 뿌리를 둔 리더십 등에 대한 낙관적 신념과 비전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유안이 이 책을 무제에게 바친 의도는 명확하다. 자신은 절대 중앙 권력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며 원하는 것은 오직 평화로운 공존뿐임을 무제에게 밝혀, 중원에 평화를 도모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무제의 통일 정책은 계속되었다. 무제에게 유안의 사상은, 비록 그것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일지라도 일종의 도전으로 다가왔음이 틀림없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결국 유안 일족은 멸족되었고, 유안이 불러들인 3천여 명의 지식인들도 목숨을 잃는 참화를 피할 수 없었다.







오래된 미래. 『회남자』의 현재적 가치
『회남자』는 한대 이후 줄곧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 기록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청대에 제자諸子의 학설을 폭넓게 고증하고 재해석하는 기풍이 일어나 몇몇 주석서가 나왔지만, 보편 이성과 욕망의 자유를 맹신한 근대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이 21세기 탈근대 정보사회에서 갖는 가치는 이 책을 다시금 돌아봐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한다.
역사의 눈으로 볼 때, 유안은 패배자이고 시대낙오적인 인물이다. 역사는 유안을 패망에서 구할 수 없다. 그러나 가치의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노자의 말처럼 “절대적인 정상이란 없다. 정상은 다시 비정상으로 변하고, 선은 다시 악이 된다.” 역사 속의 사건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건의 가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 만약 유안이 현대사회의 인물이라면 어떠할까? 중앙집권·단원주의·집단의식·위계질서에 대한 거부가, 비록 충분치는 않더라도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이라면 무제가 사랑했던 유교 경학자들보다 유안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여기서 잠깐, 『회남자』의 현재적 가치를 드러내는 본문의 목차를 소개한다.







2부 『회남자』의 정신세계
1장 우주의 자연 질서: 도덕
천지만물은 어디서 왔는가
과학과 신화의 동거
하늘과 땅, 계절의 질서를 말하다
정신을 말하다
천지만물이 한 몸임을 말하다



2장 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 인간사
오래된 미래의 지혜
독단에서 벗어나라
집단주의에서 벗어나라
문화다원주의와 지방분권을 말한다
사회와 제도는 변한다
허위에 빠진 예법과 금기에 휩싸인 세상
근본을 지킬 것을 말한다
‘내성외왕’의 지도력을 말하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유래 없는 지식 정보의 혁명 속에서 살고 있다. 지식에 관한 한 각종 경계들은 이미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이런 시대에 단 하나의 목소리만 내며 살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변화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고선 그런 형태의 지식이 지속 가능할 리 없다. 소나무 한 종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우리의 숲이 제선충이라는 외부 요인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벌건 살을 드러내는 것과 비슷하다.
열린 지성은 정신의 진화를 이끈다. 머물 것인가, 아니면 진화할 것인가? 주사위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손에 들려 있다.







고전 다시 읽기의 지평을 새로 열다
고전 다시 읽기는 하나의 독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는 지혜를 발견하기 위해서 고전을 읽는다. 하지만 고전 완역본을 읽는 것은 선택된 소수의 독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최근 시중에 고전 해설서가 넘쳐 나는 것은 이러한 세태의 반영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고전 해설서들이 고전을 지나치게 저자의 의도대로만 해석했다는 점, 고전 자체에 저자의 이해가 깊지 않다는 점, 무엇보다도 지나친 압축으로 인한 부정확한 의미 전달 등이 문제가 되어왔다.
이 책에서는 『회남자』가 현대에 어떤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한 저자 김성환의 신중함이 묻어난다. 『회남자』를 꼼꼼하게 답사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시대에 비추어 회남자를 변주하는 저자의 해석은 고전 다시 읽기가 어떠해야 하는지의 기준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더불어 기존 『회남자』 번역본에서 발견된 오류를 바로잡은 발췌문은 독자들에게 『회남자』의 정수를 건네주기에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