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순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제발 같이 있어 달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가 하면, 그와 동시에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들어가서 홀로 있고 싶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외로움이란 매우 모순적인 감정이면서 또한 아주 일반적인 감정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습지와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의 주인공 카야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보다 훨씬 고립된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형제와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끝끝내 아버지마저 어느 날 자취를 감추어 카야는 판자촌에 홀로 남았다. 홀로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못에 찔려 파상풍의 두려움에 떨지만,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그녀 자신만이 그녀를 도울 수 있었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어려서부터 홍합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의식주를 해결해야했다. 사회에서도 '마시 걸'이라는 모욕적인 호칭으로 놀림받아야 했던 주인공의 모습은 그야말로 고독 그 자체이다. 그러한 그녀는 자신의 홍합을 사주는 점핑을 비롯하여, 자연에 관심이 많은 또래아이 테이트, 또다른 주요 인물인 체이스 앤드루스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점차 자신의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간다.
  생물학자였던 작가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은 습지라는 공간에 대한 묘사이다. 주목할 점은, 습지에 대한 묘사와 카야라는 인물상이 닮은점이 많다는 것이다. 습지는 외롭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은 가끔씩 관광을 위해서 습지를 찾지만, 습지가 지닌 진정한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은 카야와 테이트 외에는 전무해 보인다. 카야도 마찬가지로, 그녀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은 그녀의 주변사람들 뿐이다.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외로움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외로움이 아니라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만들어내는 불합리한 형태의 외로움이었다. 카야는 가족을 기다리며, 테이트를 기다리며, 체이스 앤드루스를 기다리며 자신을 둘러 싼 외로움과 어떻게 공존할지 창의적인 방법을 터득해나갔다.
  곤충 암컷은 짝짓기 상대인 수컷을 잡아먹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포유류 어미는 새끼를 버리며, 많은 수컷이 경쟁자보다 더 잘 파정하기 위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방법들을 고안해낸다. 생명의 시계가 똑딱똑딱 돌아가는 한, 천박하건 무례하건 아무 상관 없다. 카야는 이것이 자연의 어두운 면이 아니라 그저 모든 위험요소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창의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p.229)
  결말에서 조개껍데기 목걸이를 확인한 독자들은 체이스를 살해한 진범이 누구인가를 확인하고 놀랄 것이다. 그러나 독자가 얻는 것은 반전이 주는 놀라움 뿐이 아니다. 카야가 결국 어떤 식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외로움을 풀어나가는 데에 성공했는지, 그 과정을 함께 확인할 것이다. 카야는 끝내 자신을 향한 불합리한 외로움을 물리치고, 습지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고독을 가슴에 품고 결말을 맞았다. 외로움을 억지로 떨쳐내 보고자 한때 방황하기도 했던 어릴 적의 그녀는 끝끝내 외롭지 않을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낸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습지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일부 사람들은 외로움에 미칠 듯 괴로워하며, 그것을 떨쳐내고자 작위적인 사랑에 빠져 절망하기도 한다. 체이스 앤드루스가 카야를 억지로 데리고 간 도시 건물을 우리는 또한 매일같이 스쳐지나가며, 여전히 외롭다는 말을 입밖에 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단순히 외딴 습지에서 벌어지는 일만은 아니다. 습지에서 살아가는 카야, 살해당한 체이스 앤드루스, 카야의 든든한 조력자아 테이트, 그 모두가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그들이 제각기 맞는 결말을 통해서 어떻게 해야 자신의 외로움과 친해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외롭고, 불합리하게 외롭지 않아도 되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