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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지도
이승우 지음 | 1999년 4월 1일 [절판]
브랜드 : 살림
쪽수 : 238 쪽
가격 : 7,000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522-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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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승우의 이스라엘 답사기. 성서의 흔적을 따라 성지(聖地) 이스라엘을 답사하는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 산문집은 그간 종교적 구원의 문제를 일관되게 추구해 온 지은이의 내면적 궤적을 담은 영혼의 앨범이라 볼 수 있다.
1. 왜 가나안인가
2. 지도 밖의 예루살렘, 지도 위의 예루살렘
3. 감람나무의 기억
4. 땅에 깃들인 신성한 고독
5. 여리고, 아름답고 푸른 종려나무
6. 요단강이라는 상징
7. 인간의 냄새가 나는 세속 도시
8.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
9. 갈릴리 호변에서 만난 예수
10. 살아있는 죽음의 바다, 사해
11. 마사다, 유대 정신의 교육장
12. 로마의 황제들에게 바쳐진 도시들
13. 슬픔의 길, 십자가의 길
존재의 뿌리를 적시는 맑은 샘물 같은 언어!
그 투명한 언어로 그린 종교적 영혼의 지도!
문학적 상상력의 배꼽 찾아가는 소설가 이승우의 성지 순례기

`길을 가는 사람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정확한 지도라는 걸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승우 산문집 {내 영혼의 지도}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실 인생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지도가 없다. 그것은 오직 영혼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보이지 않는 지도를 5g의 종이에 새길 수 있는 자는 오직 언어의 조각가인 소설가뿐. 그래서 소설가 이승우는 자신의 산문집에 {내 영혼의 지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 영혼의 지도}에는 사막의 비릿한 모래 냄새가 배어 있다. 성서의 흔적을 따라 성지(聖地) 이스라엘을 답사하는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 산문집은 그 간 종교적 구원의 문제를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작가 이승우의 내면적 궤적을 담은 영혼의 앨범이라 볼 수 있다.
이승우는 환속한 수도승 같은 작가, 유목민의 감수성을 가진 작가다. 지금껏 신성(神聖)과 초월(超越)이라는 화두를 붙안고 신앙과 현실, 성과 속 사이를 떠돌며 `정신의 빛`을 찾아왔다. 그런 만큼 책에서 30대가 끝나가는 나이에 오래도록 꿈꿔 왔던 성경의 땅 이스라엘을 찾아가는 그의 두근거리는 발걸음마다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그 가열한 정신주의가 은밀히 스며 있다. 다시 말해 {내 영혼의 지도}는 한국문학사에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이 선굵은 남성 작가의 정신적 본적을 명징하게 드러내 주는 책이자, 더불어 한국기독교에 인문학적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주목을 요하는 책이다.
작가의 가열한 정신주의 밴 영혼의 나침반 같은 산문 담아
작가 이승우에게 있어 이스라엘이라는 지명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20대 청년기 이래 이스라엘은 `정신의 중심, 세계의 배꼽`인 하나의 상징으로 존재하면서 그의 신앙과 문학과 삶의 수원(水源)을 이루어 왔다. 따라서 그가 자신의 영혼 속에 박힌 지도를 따라 그 상징적 땅을 밟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정신적 성지 순례에 다름 아니다.
`지도 밖을 떠돌던 로고스로서의 내 이스라엘이 어느 날 문득 육체를 입고 지도 위로 내려왔습니다. 나는 다시 이스라엘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리움의 대상은 추상이나 환각이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성육신한 땅에 내 발을 딛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 그곳에 가서 예수를 가지고 오고 싶어졌습니다. 예수의 옷자락을 만졌던 2천 년 전의 한 병든 여인처럼, 나도 예수를 만지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면 살 것 같았습니다. 자꾸만 천박해지는 내 정신에, 궁핍한 내 상상력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는 간절함이 이스라엘을 불러냈을 것입니다. 내 신앙과 문학과 삶의 원천이 그곳에 있음을 나는 비로소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 책은 그 순례의 여정에 따라 총 13장으로 나뉘어 있다. 가나안에서 출발해 예루살렘과 유대 광야, 요단강과 나사렛, 갈릴리와 사해를 지나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마지막 길을 걸었던 비아 돌로로사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성경을 나침반 삼아 이스라엘 곳곳을 `내면의 눈으로` 순례한다.
예루살렘 성을 둘러보면서 유대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높이의 세계관, 즉 성스러운 것의 이미지를 확인하는가 하면, 황량한 유대 광야에 서서 광야가 고요히 신비스런 숨을 쉬는 소리를 듣는다. 한편 예수가 체포된 겟세마네에서 수령이 2천 년쯤 된 늙은 감람나무를 지켜보며 그 밤 예수의 깊은 탄식 소리를 그 나무들은 듣지 않았을까, 명상에 잠기는 그는 영락없는 시인의 모습이다. 그 시인은 요단강에 이르러 강물에 몸을 담그며 `내 영혼에도 물이 스며들면 다시 신성한 풀이 돋고 감격의 꽃이 필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서 그는 현대적 기운으로 충만한 세속 도시의 숨결을 느끼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스라엘의 역동성을 느낀다. 또한 예수의 고향 나사렛에 이르러서는 이교적인 전통의 흔적을 확인하면서 대조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로서의 이스라엘을 발견한다. 그것은 곧 세계 종교로서의 씨앗을 품고 있는 기독교적 세계관의 새로운 발견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작가는 성지 순례를 통해 그 간 `깊고 튼튼한 관념, 비유이자 이미지`였고 `떠도는 현실을 정박할 매혹적인 환상`이었던 이스라엘을 `살과 뼈를 가진 육체`로서 새롭게 인식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영혼의 멀미` 같은 현기증을 느낀다. 특히 로마 시대에 유대인들이 집단자살한 마사다 성에서 출애굽과 바빌론,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며 유대인들은 `기억하는 민족`이고 그들의 힘은 거기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는 대목은 곧 우리의 아픈 현대사에 대한 반성적 고백으로 읽히면서 독자들을 깨달음의 절정으로 이끈다.
이승우의 이스라엘 순례는 `슬픔의 길`, 비아 돌로로사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는다. 골고다 언덕을 향해 십자가를 지고 가던 예수의 마지막 길을 따라 걸으며 그는 내내 십자가의 무게로 짓누르듯 마음이 무거웠음을 고백한다. 그것은 실망스럽게도 성서의 현장에서 예수의 이름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종교 상인들과 예수의 빈 껍질만을 숭배하는 눈먼 신앙의 실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예수가 묻혔던 무덤을 보고 싶었다. 빈 무덤 그대로, 예수가 묻혔다가 사흘째 되는 날 다시 살아난 그 빈 무덤을 원형 그대로 보고 싶었다. 그 쓸쓸하고 황량한 빈 무덤이야말로 예수의 삶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표적일 것이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 감동은 진실로부터 나오고, 진실만이 구원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나는 본질과 그 본질에 검불처럼 붙은 장식에 대해 생각했다. 십자가의 길을 되짚어 내려오는 내내 내 마음은 십자가의 무게로 짓누르는 것처럼 무거웠다.`
결국 순례를 마치며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영혼의 지도`는 `현실의 지도`에 의해 부단히 수정되고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깊은 교훈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영혼의 지도}는 존재의 뿌리를 적시는 뜨겁고 벅찬 상징, 구원과 희망의 드라마를 지닌 채 순례자들의 가슴 속 혈관을 타고 흐르는 희망의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의 젖줄을 형성하고 있는 이스라엘 땅을 맨발로 밟으며 적어나가는 그의 언어는 그대로 영혼의 고치에서 뽑아낸 흰 명주실처럼 신성한 빛을 발한다. 그리하여 2천 년 전의 한 병든 여인처럼 예수를 만지고 싶어하는 그의 간절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세속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왜 인간은 진흙탕 속에서도 신성과 초월을 꿈꾸어야 하는지를 감동적으로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