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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 (생각하는 힘-세계문학컬렉션 76)
토마스 만 지음 | 진형준 옮김 | 2022년 6월 20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156 쪽
가격 : 10,000
책크기 : 152*210
ISBN : 978-89-522-4391-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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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형태들을 압축 표현하며
작가의 삶을 온전히 반영한 작품
‘문학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로서의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는 긴 장편이 아니라 비교적 짧은 중편 소설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형태들이 그 기본 특징과 함께 몇 줄로, 몇 장면으로 압축 표현되고 있어 작품의 길이와 상관없이 읽는 이를 아주 길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이 작품은 문학, 혹은 예술에 대한 두 갈래의 생각이 압축적으로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한쪽은 문학이 지닌 정화 작용, 정신을 신성하게 만드는 힘, 인식과 표현에 의해 정염을 가라앉히는 작용, 언어가 지닌 해방의 힘 같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 문학을 이해와 용서와 사랑으로 이끄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기능이다.
하지만 토니오 크뢰거는 ‘문학은 천직이 아니라 저주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시인이기에 불행하고,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으며 고통 받고 있고 고독하다. 그런데 그런 존재의 눈길이 향하는 곳, 그가 열망하는 것은 한스와 잉게의 삶, 깊은 성찰도 없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도 없으며 꿈도 없는 삶, 개인적 본능과 사회적 규범에 맞추어 사는 삶이다. 토니오는 절대로 그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지만 그 삶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도저히 ‘속세적인 삶’, ‘시민으로서의 삶’,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없는 저주를 받았으면서도 동시에 그 고통을 안은 채 ‘인간적인 예술가’가 된다. 작품에 나오는 ‘길을 잘못 든 시민’이라는 표현은 바로 그런 뜻이다. 그가 택한,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 길,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그 길을 가야 한다고, 그게 그의 독특한 기질이라고 말한다.
요즘 이런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누가 그런 불편한 고민을 감수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진지한 고민은 한 개인의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 더 나가 한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을까? 꼭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의미 있는 삶을, 나와 나를 포함하고 있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1984』와 『이방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할 계획으로 이미 75권을 선보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계속해서 후속 권들이 출간되고 있다.
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토니오 크뢰거』를 찾아서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유별난 아이일까? 왜 사람들과는 충돌만 하고 선생님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으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낯선 이방인처럼 되는 걸까? 성실하고 평범한 아이들을 보라지. 걔들은 선생님을 우습게 보지도 않고 시도 쓰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하는 생각, 모든 사람들이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며 같은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렇게 지낸다면 정말 기분 좋을 텐데……. 그런데 나는 이게 뭐야? 앞으로 어떻게 되자는 거지?’ _16쪽

그는 그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것으로 여겨지는 ‘힘’에 전적으로 헌신했다. 또한 그것에 봉사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이라고 느꼈을 뿐 아니라 그 힘이 자신을 위대하게 만들어주고 명성을 가져다줄 것으로 여겼다. 바로 무의식적이고 말 없는 삶 위에 미소 지으며 군림하고 있는 ‘정신’과 ‘말’의 힘이었다. 그는 젊음의 정열을 모두 그 힘에 바쳤다. 그리고 그 힘은 그 힘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줌으로써 보상했으며 그 대가로 빼앗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차 없이 빼앗아갔다. _44쪽

“천직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문학은 천직이 아니라 저주입니다. 그걸 알아야 해요. 문학이 언제부터 자신이 저주인 걸 느끼기 시작했느냐고요? 일찍, 끔찍할 정도로 일찍부터입니다. 인간에게 마땅히 신과 우주와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살 권리가 있었던 때부터입니다.” _59쪽

“좀 잔인했나요? 필경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판결을 좀 부드럽게 누그러뜨리지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토니오 크뢰거, 당신은 ‘길을 잘못 든 시민’이에요. 길을 잃은 시민이요.”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그가 결연히 일어나더니 모자와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고맙습니다,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이제 평온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다. 내 경우는 해결이 되었으니까요.” _74~75쪽

‘내가 너희들을 잊고 있었던가? 아니다, 결코 그런 적은 없었다. 나는 한스, 너를 잊은 적도 없고, 너, 금발의 잉게를 잊은 적도 없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작품을 썼으며 내가 박수갈채를 받을 때면 혹시 너희들이 그 자리에 있는지 주위를 살펴보곤 했다……. 한스 한젠, 너는 네 집 앞에서 약속한 대로 『돈 카를로스』를 읽었느냐? 읽지 말아라! 더 이상 그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외로워서 우는 왕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우울한 시나 생각들로 인해 네가 흔들리거나 네 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너처럼 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시작해서 너처럼 올바르고 명랑하고 단순하고 정상적으로, 규칙과 질서에 맞춰 신과 세계의 동의하에, 아무 걱정 없는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다면, 잉게보르크 홀름, 너를 아내로 맞아 한스와 닮은 아들을 낳을 수 있다면, 인식의 저주와 창조의 고통에서 벗어나 지극히 평범한 삶의 축복 속에서 살고 사랑하고 기뻐할 수 있다면!’ _127쪽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나의 선친은 북쪽 지방 기질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청교도 정신에 입각해서 생각이 많고 또한 깊으셨으며 정확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주 우수에 빠지곤 하셨지요. 반대로 어머니는 불확실한 이국적 피를 물려받아 아름답고 관능적이셨으며 순진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사태평에 정열적이었고, 가볍게 충동에 잘 빠지는 분이셨습니다. 그 둘이 혼합되면 아주 예사롭지 않은 가능성, 혹은 예사롭지 않은 위험을 낳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로 예술의 세계로 길을 잘못 든 시민, 건전한 생활 방식에 대한 향수를 지닌 보헤미안,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예술가인 것입니다. 바로 그 시민으로서의 양심이 나의 예술 활동 안에서, 상궤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 안에서, 예술적 천재성 안에서, 뭔가 대단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뭔가 깊이 의심스러운 것이 들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그 양심은 나를 보다 단순하고 순진한 것, 편하고 정상적인 것, 천재성이 결여된 것, 이치에 맞는 것을 향한 사랑으로 온통 흔들리게 만들어버립니다. _137~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