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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사상019-맹자 (e시대의 절대사상 019)
장현근 지음 | 2006년 1월 10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20 쪽
가격 : 9,900
책크기 : 사륙양장
ISBN : 89-522-0467-0-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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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야당 정치인 맹자. 왕도 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하려 했던 그의 치열하고 진지한 사유를 담은 동양의 고전 『맹자』. 저자는 맹자의 시대와 맹자가 걸었던 길을 따라가며 『맹자』에 담긴 맹자의 정치 철학과 『맹자』의 현재적 의의를 고민한다.
1부 시대·작가·사상
1장 정치가 맹자
정치서로서 『맹자』 읽기
호방한 기상, 야당 정치가
대장부 정치가의 표상

2장 현실에서 지고 역사에서 이긴 맹가(孟軻)
이익 다툼의 시대, 전쟁의 시대
야당 정치가 맹가의 생애
『맹자』는 친필 저작인가

3장 『맹자』의 주요 사상
큰 뜻을 품어라
도덕적 우위를 점하라
백성을 선하다고 생각하라
민심에 모든 것을 걸어라
정치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라
군자의 정치를 하라, 소인의 정치를 하지 마라
집권세력에 책임을 요구하라
경쟁 이념을 적극 공격하라
어진 나라의 정책들

4장 『맹자』의 영향 및 현대적 의의
윤리 관념의 정치화
『맹자』 사상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맹자』의 현대적 의의

2부 『맹자』 본문
양혜왕 상(梁惠王 上) 제1편
양혜왕 하(梁惠王 下) 제2편
공손추 하(公孫丑 下) 제4편
등문공 하(謄文公 下) 제6편
진심 하(盡心 下) 제14편
『맹자』의 다른 편 내용들

3부 참고문헌 및 맹자 연보
맹자 관련 기록기사
『맹자』 관련 볼 만한 책들
맹자 연보
맹자에 대해 묻고 싶었으나 감히 묻지 못했던 질문.
우리가 ‘맹자’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가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소위 ‘성선설’을 주장한 사상가라는 사실과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孟母三遷之敎) 사실(?)이다. 우리네 윤리 교과서에 수십 줄 흔적을 남긴 위대한 도덕 철학자이자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큰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교훈을 남긴 인물, 이것이 전부인 듯싶다. 그런데 조금만 파고들면 의심 하나가 솔솔 피어오른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했던 시기로 기억된다. 맹자가 살았던 시기는 그중에서도 중원을 통일하고자 7개 제후국이 벌였던 치열한 전쟁과 경쟁이 극에 달한 전국시대이다. 그래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야(Francisco de Goya)의 고뇌가 어두운 필채로 재현된 연작이 마치 현실에 펼쳐진 듯했던 전국시대의 한복판에서, 역사상 위대한 성인으로 남은 맹자가 여유작작하게 도덕만을 읊고 있었다는 건 아무래도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 만약 그가 바로 옆에서 펼쳐지는 비참에 눈 감고 있었다면 그에게 내려진 ‘성인’이란 칭호는 거두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맹자가 성선설을 들고 나온 의도가 무엇인지를 그의 시대적 맥락에서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역사 속의 맹자, 역사 밖으로 쫓겨난 맹자
만약 우리의 시대가 난세 중의 난세라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길은 두 갈래다. 난세의 법칙에 철저하게 적응하여 살아남거나 난세를 극복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 범인이라면 전자의 길을 택하겠지만 비범한 사람이라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도덕과 윤리를 강조한 맹자는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그의 기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에게는 4개의 마음씨가 있다. 그것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마음(是非之心)이다. 이 마음들은 각각 인(仁), 의(義), 예(禮), 지(智) 4덕의 싹이 되고, 이를 계속 확충(擴充)하면 온 세상을 안정시킬 수 있다. 모름지기 군주란 백성들이 이 네 가지 마음씨를 잘 펼칠 수 있도록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인물이어야 한다. 만약 군주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백성들의 덕을 힘으로 꺾으려 든다면 백성들은 새로운 군주를 세워 덕이 세상을 보듬어 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통일하려는 제후들의 야망 때문에 백성들의 고충이 끊이지 않았던 전국시대에, 맹자는 이익 대신 덕을 내세워 세상을 안정시키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 이래 국가이데올로기로 채택되어 현실화된 유가사상은 공자와 그의 뜻을 이은 맹자의 사상이라 할 수 없다. 민의는 경시되고 세금은 늘었으며, 집권세력은 책임을 지지 않는 제국의 통치 전략일 뿐이었고, 그런 맥락에서 맹자는 숭앙받았다. 맹자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역사 밖으로 쫓겨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해 위정자들에게 일침을 가했을 것이다.

왕도 vs. 패도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한 자객이 신분을 가장하고 왕을 알현한다. 왕을 시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자객, 하지만 그는 왕에게 이 눈물의 시대를 끝마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수만 개의 화살에 자기 몸을 맡긴다. 왕은 자기의 진정한 뜻을 유일하게 알아준 자객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 영화 「영웅」의 한 장면이다.
자객이 인정한 패도(覇道)는 분명 난세를 평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힘과 권모술수로 반대 세력을 제압하여 세상을 하나로 만든다면 전쟁은 사라지고 제국은 강력한 위계질서 하에 안정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맹자가 이를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런 그가 어째서 패도를 비판하며 덕을 기본으로 하는 왕도(王道)를 내세웠을까? 후대의 역사를 아는 우리는 이미 해답을 가지고 있다. 진시황이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중국에 대제국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오직 힘으로만 제국을 운영하려 했다. 세찬 바람에 나그네가 외투를 더 단단히 여미듯 강력한 철권통치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힘을 모았고, 중국은 다시 전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바로 이러한 원리를 선대의 역사에서 확인했던 맹자는, 패도는 결코 세상을 난세의 톱니바퀴에서 꺼낼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세상을 영원히 평화롭고 안정되게 할 수 있는 방법, 즉 사람들이 마음속에 타고난 덕성을 끌어내어 세상이 그 덕을 담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왕도정치론은 바로 이런 확신에서 나왔다.
하지만 지금 당장 외적의 침입을 막지 않으면 나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 누구도 맹자의 충고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맹자는 당대의 현실에서 버림받았다. 그러나 사후 천 년이 지나서 그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사상에 담긴 진리의 수많은 편린들이 여전히 빛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외면당한 맹자는, 외면당한 바로 그 이유로 역사에선 승리를 거두었다.

덕이 마음껏 표현되는 세계
맹자가 백성들의 뜻을 중히 여기고, 만약 왕이 제 노릇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백성들이 왕을 갈아 치울 수 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맹자의 정치사상을 현대 민주주의와 유사하게 바라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맹자의 그 어느 글에서도 백성에게 권리를 주라는 대목은 찾을 수 없다. 그에게 백성의 뜻은 정치권력의 근본이 아니라 덕의 근본일 뿐이다. 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정치가가 갖춰야 할 덕, 맹자는 바로 그것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가 꿈꾼 어진 나라의 정책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물질적인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백성들을 상대로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정신적인 정책이다.
백성들의 기본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왕은 백성들에게 생업을 마련해주고, 농사철에는 인력 동원을 삼가야 하며, 독점과 남획을 방지하는 적절한 통제를 시행해야 한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의 농지를 나누어주고, 조세감면·빈민구제 같은 사회보장정책을 통해 백성들의 마음에 안정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백성들이 일정한 생업[恒産]이 없으면 일정한 도덕심[恒心]도 없어져 온갖 부정과 탈법을 저지르게 되기 때문이다. “머를 마이 멕”이는 것이 정치의 근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정신적인 면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양능(良能)과 생각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양지(良知)”가 있지만 그대로 두기만 하면 그를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맹자가 윤리교육을 장려한 것은 백성들이 자신들의 덕성을 키워 왕도사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논의는 생물학에서 말하는,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생물의 유전자 안에 다양한 형질(유전자형)들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그 형질이 발현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밖으로 표현(표현형)되지 않는다는 이 원리는, 특정한 여건 하에서는 특정한 유전자형이 강하게 표출된다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생물인 인간의 마음도 이럴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영원한 야당 정치인
이미 언급했듯이 맹자는 자신의 시대에서는 외면당했다. 세상은 왕도 대신 패도를 선택했고 힘과 실리에 따라 흘러갔다. 하지만 맹자는 세상에 덕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은 아쉬워했을망정(“공자의 도를 보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앞으로 들어서 알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인가!”) 어느 정치인도 자기를 등용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뜻을 얻으면 백성들과 더불어 그 길을 갈 것이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위대한 원칙을 실천합니다.”) 오로지 덕이 자기와 함께한다면, 그래서 부덕한 존재들을 신랄히 비판하고 이상 정치의 지침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관직과 명성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현실논리에 굴복한 여당 정치를 끊임없이 비판하는 영원한 야당 정치인, 어쩌면 재야 정치인에 더 가까웠던 맹자. 그는 누구도 덕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떠나라고 했지만, 기왕지사 비판을 시작했다면 끝까지 비판하여 상대의 마음을 깨워야 하지 않겠는가!
맹자가 주장한 “도덕에 대한 충성은 권력에 대한 충성으로 바뀌었고, 근대 서구문명의 충격 아래서는 봉건 권력의 지배이념으로 매도당하여 버려지더니”, 그는 오늘날 “억압적 신분계급과 권력의 옹호자라는 오해를 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맹자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으니 떳떳하다.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도,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야당 정치인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부족하나마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를 맹자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는 저자의 술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갈증을 똑같이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