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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사상025-유한계급론 (e시대의 절대사상 025)
원용찬 지음 | 2007년 5월 20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268 쪽
가격 : 9,900
책크기 : 128*188
ISBN : 978-89-522-06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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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경제학 블로그』의 저자 원용찬 교수가 도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해설했다.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생물학, 문학 등을 넘나들며 풀어놓는 저자의 『유한계급론』 이야기에서, 현대 한국의 자본주의 문화 속에 감춰진 야만 문화의 날카로운 그림자와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경제학자의 열망이 느껴진다.
1부 베블런과 당신들의 아메리카
1장 베블런의 세계, 변화하는 경제학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진화, 인간, 관습, 지식
지식의 상대성, 문화, 소비, 상징
2장 유한계급을 배출했던 미국의 약탈 자본주의
자본가의 별명은 ‘강도귀족’
부자들을 찬미하는 시대
3장 베블런의 고독과 지적 편력
영원한 이방인의 삶과 시선
거대한 사상가, 독특한 경제학자







2부 『유한계급론』을 말한다
유한계급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제작본능과 금전적 경쟁
과시적 여가와 유한계급의 행위규범
과시적 소비와 낭비사회
비싼 것이 아름답다
유한계급에 흐르는 야만문화
유한계급과 현대 소비사회, 그리고 대학







3부 본문
서론: 유한계급의 기원
금전적 경쟁
과시적 여가
과시적 소비
금전상의 생활수준
금전에 나타나는 취미 기준
금전문화를 표현하는 의복
생산노동을 면제받는 유한계급과 보수주의
고대적 특성의 보존
용맹성이 남긴 유산들
행운에 대한 믿음
종교의례
비차별적 관심의 존속
금전문화를 표현하는 고등학문







4부 관련서 및 연보
관련서
연보
할리우드 스타, 그녀의 옷 입는 법
얼마 전 할리우드 스타 카메론 디아즈의 패션 철학이 언론에 소개되어 세목을 끈 적이 있다. 뉴스에 따르면 할리우드 연애인들은 의례적으로 패션 디자이너에게서 옷을 공짜로 얻어 입지만 카메론 디아즈는 옷을 꼭 사서 입는다. 또 그녀는 새로 산 옷을 4일 연속 똑같이 입은 뒤, 그 후론 다시는 입지 않는 독특한 패션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일종의 집착인데, 나는 뭘 입든지 간에 똑같은 옷을 4일 연속으로 입고 그 다음엔 그 옷을 절대 다시 입지 않는다.”
만약 이 뉴스를 주류경제학자(고전파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접했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괴짜 경제학자 도스타인 베블런
인간이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경제학 분야만 따지고 보면, 그 사실이 상식이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경제학의 아버지들이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정의한 이래 인간은 늘 합리적 행동을 하는 존재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도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1929)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당돌한 경제학자는 주류경제학의 근본 테제에 정면 도전한다. 그는 ‘경제인’이란 모델이 쾌락과 고통을 재빨리 계산하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런 개인은 활력도 없을뿐더러 수동적이며 단지 주어진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어디 인간이 실제로 그런가? 여기서 주류경제학의 한계가 발생한다.
신실한 기독교 신앙을 지녔던 가족과 공동체 속에서 신을 모독하는 풍자 글을 쓰고 주신(酒神)을 찬양하는 시를 지었으며, 할 일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와 지낸 7년 동안에는 가족들이 땡볕 아래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 뒹굴 거리며 책이나 읽는 등, 베블런의 생활 성적표는 절대 모범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태도가 있었기에 경제학은 진화할 수 있었다.
베블런은 26개 언어를 구사한다(실제로는 24개 언어를 구사했음)는 평을 들을 정도였고, 철학, 문화인류학, 민속학, 사회학, 생물학, 골상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지식을 섭렵했다. “베블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글을) 천천히 읽어야만 할 정도였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갤브레이스의 이 발언을 통해 베블런의 학문적 깊이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역사와 인간
베블런에 따르면 역사는 합리적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미래 변화의 방향은 맹목적(blind) 성향을 띠며 필연적이지도 목적론적이지도 않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도 합리적인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구조와 제도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어서 ‘제한적인 합리성’을 지닐 뿐이다.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면, 인간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자기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목적론적 존재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맹목적인 역사가 순전히 맹목적이지만은 아닐 수 있다. 인간의 의지로 탄생한 목적론적 역사와 방향성 없는 역사 사이의 간극은 베블런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목적론적 의지와 그것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베블런은 유한계급 비판에만 머물렀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 공간을 발견했고, 그를 바탕으로 인간의 제작본능(생산을 합리적으로 하려는 본능)과 과학적 사고 습관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 건설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인간의 비합리적 측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학을 연 베블런이, 제작본능과 과학적 사고 습관에 기초한 사회 건설을 주장한 것은 그의 한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능’이라는 말로 표현된 제작본능은 사실상 인간의 합리적 측면을 강조한 말이다. 이렇게 보면 베블런은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만 복합적인 인간상을 인정하고, 사회의 문제를 고민할 때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면을 없어져야 할 부덕한 소치로 치부했다. 그가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도 인간의 비합리적인 면을 인정했다면 어땠을까?







자본주의 문화의 야만적 기원
베블런에 따르면 유한계급은 자신들의 소비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하류계급이 자신들의 소비를 따라할 수 없는 장치(예를 들면 높은 가격)를 마련한다. 따라서 유한계급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소비재로 다른 계층과 구별된다. 이는 마치 신화시대의 제사장이 신성을 지닌 물건을 지님으로써 일반인과 자신을 구별해 특권을 누리던 것과 비슷하다.
또한 유한계급은 오랜 시간에 걸친 교육과 반복 훈련이 필요한 비생산적 문화 자본을 기르는 데 애를 쓴다. 소비재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 갖출 수 있기에 자금의 여유가 있는 누구라도 유한계급을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다도(茶道)와 같은 문화 자본은 긴 시간에 걸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기에 쉽게 따라할 수 없다. 유한계급이 문화 자본을 쌓는 데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노동 계층과 자신들을 구별 짓고 두 계층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벌려 계층을 고착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생산 노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노동 계층은 유한계급의 이러한 행동을 따라할 엄두를 낼 수 없는 처지다. 유한계급은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통해 문화적으로 우월한 존재가 되어 자신들을 향한 존경을 이끌어낸다. 이는 약탈 문화에서는 생산 노동에 종사하는 것보다 약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욱 존경을 받았던 상황과 흡사하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베블런은 고대 신화적 세계에서 성했던 애니미즘은 현대 자본주의 세계에서 물건에 기호적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으로 재현되었고, 야만 시대의 약탈적 문화는 생산 노동을 천하게 여기고 비생산적 행동을 귀하게 여기는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러한 분석은 당대의 미국 사회의 도덕률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이어서, 『유한계급론』은 출간되자마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한국의 유한계급은?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유한계급의 문화는 별로 변한 게 없다. 그리고 이 보편성은 국경을 초월한다.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은 사회에서 이런 문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0년간 미국식 자본주의의 발전 경로를 따라 걷다 보니, 그 자본주의의 야만적 속성까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 한국의 실정이다. 이 책 서문에 “베블런의 고독하고 쓸쓸했던 생애를 보노라면 자본주의 시대에 경제학자 노릇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저자가 자신의 심정을 직접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원용찬 교수는 전공인 경제학뿐 아니라 생물학, 우주과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광범한 독서를 바탕으로 『유한계급론』을 다시 썼다. 그의 이 작업은 경제학 고전을 단순히 해설한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0년간 축적된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노력하고 자본주의 문화의 보편성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이 저작은 우리 시대에 맞게 태어난 또 하나의 고전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