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폰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책은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이다.
2001년 출간된 이 책은,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고, 세계 30여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 후, 2008년 발표된 천사의 게임을 통해, 사폰 신드롬을 낳기도 했으며,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가가 되었다.
그때, 한참 사폰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을때, 나도 그의 책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쉽게 읽려지지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끙끙거리며 초반을 조금 보았을 뿐, 나에겐 실패한 책으로, 책장 한켠에 묻혀버린 책이 되고 말았다.
그런 차에 그의 강렬한 이름을 보게 되었다. 안개의 왕자라는 묘한 느낌의 책표지를 내세운 책.
거기에 사폰의 데뷔작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있었다.
모름지기 작가의 데뷔작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조금은 미숙한 작가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그 후 출간되는 작가의 책들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상징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사폰과 친해질 수 있었으면 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대성공이다.
책 소개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씌여진 책이다. 때문에 쉽게, 스토리로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내용이 유치하여 어른들이 볼 수 없거나 하지 않다. 작가의 말에도 있지만, 다른 세대의 독자들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며 볼 수 있다.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전 새대를 아우을 수 있는 책이라니, 사폰은 그 데뷔작에서부터 남다른 포스를 풍겼던 것이다.
이야기는 초인적인 존재인 닥터 케인과 그와 소원을 위한 거래를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악으로 대변되는 닥터 케인은 그 실체의 모호함, 절대적인 힘으로 인해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다.
반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인 열세살 소년 막스는, 그 힘은 미약하나 뜨거운 용기를 가진 캐릭터로 등장한다.
힘의 균형부터가 절대적인 이 대립구조는, 전체 이야기 흐름에 상당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이야기가 한꺼풀씩 그 실체를 벗을때마다, 꼴깍꼴깍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막스와 그의 누나 알리시아,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사귄 롤랑이, 케인의 실체에 다가갈 수록 그 긴장감은 더해간다.
여기에 롤랑과 알리시아의 로맨스가 더해지면, 순간 이 상황에서 연애질이냐라고 버럭 거리게 되지만,
막판에 이르러서 그 둘간의 사랑은 마음 한켠을 아련하게 만든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가로 인간의 영혼을 좀먹는 안개의 왕자.
오래된 약속의 대가를 받기 위해 부활한 닥터 케인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그 정점을 향해 간다.
이야기의 정점에서 보여지는 사폰의 상상력은 볼거리 많은 영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야말로 환타지 세계에서의 상상력, 몰입감, 결말에 대한 조바심으로 마구 몰아붙인다.
뭔가 여운이 남는 결말은 이야기의 끝을 더 아쉽게 한다.
해서 연작 시리즈인, 한밤의 궁전과 9월의 빛이 더 기다려지는지도 모르겠다.
(안개의 왕자, 한밤의 궁전, 9월의 빛을 일컬어 안개 3부작이라 한다.)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로서의 거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잘 짜여진 스토리 구조,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 빠져들게 만드는 환타지적인 요소, 애틋한 로맨스까지..
사폰은 이러한 재미있는 이야기 요소를 모아, 멋드러진 이야기 세계를 창조해냈다.
이 책을 통해 사폰에게 성큼 다가간 느낌이다.
아직 미출간이긴 하지만 한밤의 궁전이 나오면 9월의 빛과 함께 안개 3부작을 접해보려 한다.
그리고 책장 한켠에 슬슬 빛을 내뿜고 있는 사폰의 책들을 다시 들춰보겠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