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몸을 부대끼며 사는 사이에 어찌 <불만>이 없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남편, 아내들이 서로에게 불만을 가지고 으르렁 대고 있다. 여기 이 소설에도 그런 네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니시코지 도시카즈>란 필명으로 공동 집필을 하는 이들은 아내에게 불만이 많다. 각자의 이유들이 그럴 듯 하고, 나름 절실(?)하기도 하다. 반대로 아내들 입장에서 보면 펄펄 뛸 이유긴 하지만..
아침부터 아내의 닥달에 기분이 상한 <니시카즈>는 새로운 작품의 아이디어로 <마누라를 죽일까?>라는 움찔 할 말을 꺼낸다. 무의식적으로 마누라를 죽이겠다는 기분이 작용하고 있었음인지 이 발칙한 제안에 모두는 달콤한 상상 속으로 빠진다. 정말 마누라만 없다면..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심하다 생각 되기도 한다. 결혼한 친구에게 이에 대해 물어 봤다. 그 친구는 실실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너도 결혼해 봐>.
마누라 죽이는 이야기를 쓰기로 한 네 사람은 각자 자기의 아내를 대입하여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야기가 액자 소설의 구성이다. 각자가 구상한 이야기가 소설 안에 다른 소설, 시나리오, 인터뷰, 산문시 형태로 등장한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아카가와 지로>씨 일텐데, 꼭 네명의 다른 이가 소설을 쓴 것만 같다. 각자 캐릭터의 개성이 잘 살아 있고, 그 개성을 잘 반영하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다. 재미있는건 각자 쓴 이야기가 그들에게 현실로 나타나면서 부터다. 자기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가 정작 현실이 되어 나타나니 덜컥 겁을 먹고 허둥댄다. 그들의 모습에서,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뒤돌아서면 스트롱해지는 우리네 남편들이 떠올라 웃음짓게 된다.
잠깐의 꿈이다. 결혼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는 유쾌한 상상 말이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살아오며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인 정의 소중함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것이다. 네명의 못난 남편들도 막상 닥친 현실 속에서 이를 깨닫는다. 호기롭게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나섰던 이들도,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그 끝이 흐지부지한 이야기로 끝을 내고 만다. 칼은 뽑았으나, 무도 못 벤 꼴이다. 어쩌면 허무개그일 수도 있는 이야기. 하지만, 이 네 남자의 모습이 지금 이 순간 아내가 죽어 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모든 남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아무 불만도 없는 인생이란 살맛도 나지 않을지 몰라...-327쪽>, 어쩌면 니시모토의 이 말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살맛나는 인생을 위한 약간의 양념. 불만이라는 양념을 톡톡 뿌려 부부생활이라는 찌개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면, 그것도 훌륭하지 않겠는가. 단, 너무 많이 넣으면 망칠 수 있도 있으니 주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