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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기독교인으로서 대략 난감한 기분이 들면서도 예수님의 어떤 면모들을 통해 예수님을 욕쟁이로 표현했을까?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었다.
그동안 많이 봐오던 신앙서적과는 제목에서부터 뭔가 다른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신앙인으로서의 고정관념을 흐트러뜨리며 신념과 이상에서의 신앙이 아닌 현실의 삶 속에서의 신앙생활에 대해 직면하고 새로운 고민과 답을 안겨주는 책, 한마디로 이 책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중고등부 시절 판자촌 마을(일명 '양돈마을')에서 다녔던 작은 교회가 생각났다. 신앙의 깊이를 떠나서 모태신앙인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이전에 다니던 교회들과는 사뭇 다른 면들을 참 많이 가지고 있었다.
중고등부 예배가 있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열몇명 되는 학생들이 독일인 선교사님과 함께 둥그렇게 둘러 앉아 전도사님의 기타 소리에 맞추어 민중 복음성가를 불렀다. 주일 예배시간에는 목사님의 인도로 우리의 시대적인 아픔과 소망을 담고 있는 공동 기도문을 읽곤 했다.
비가 오면 천장 이곳저곳에서 비가 줄줄 새는 판자집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식사를 나누던 그 시간에는 더없이 화평함을 누렸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이사를 하며 이모부가 목회하시는 큰 교회로 옮길 수 밖에 없었지만, 그때도 그랬고, 지금 되돌이켜 보아도 그 작은 판자촌 교회를 다녔던 시절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곳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고, 다시 그 판자촌으로 돌아갈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고단한 삶이 이어지는 민중들과 함께 하신 주님을 떠올려본다면 그곳에도 분명 예수님이 함께 하셨다는 확신이 드는 교회이기에 때때로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삼십대 중반이 된 지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앞길, 우리 가족의 안전과 미래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반쪽짜리 신앙인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휩쓸려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하나님의 손 밖에 의지할 것이 없음을 인정하고 돌아왔지만, 하나님께 쓰임받게 해달라고, 우리 아이들도 하나님께 쓰임 받고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들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도 정작 나는 이웃의 고통에 때때로 무관심하고, 함께 안고 지고 가야 할 사회적 시대적 아픔에 대해 통감하는 쪽보다 피하고 외면하는 쪽을 택해왔다. 그저 내 삶이 고단하고 팍팍하기 때문에 그러한 삶 속에서 그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해 하나님을 의지하고 평안을 갈구할 뿐이었다.
얼마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집사님은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난 더듬더듬 거리면서도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그 질문을 던진 분이 내게서 천국 누리는 자의 평안과 기쁨을 찾아볼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을 내비치는 느낌을 받아 불편한 마음으로 한동안 그 질문을 내 안에서 되뇌어 보았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마음으로나마 천국의 평안을 누리길 원하시는 것일진대, 그래도 나름 이런 상황 가운데에서도 낙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평안을 누리고 산다고 자만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이 질문이 떠올라 내 안에서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신성과 인성 사이에서, 전능함과 자기 제한 사이에서, 십자가를 지고자 하는 의지와 회피하고픈 심정 사이에서 긴장의 삶을 사셨던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자 한다면 분명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하는 신앙의 삶에는 모순과 문제점이 많다는 결론인데, 그런 모순 한가운데에 있는 내가 천국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아아,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결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내적인 평안만으로 천국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이 책을 통해 예수님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예수님의 사역과 그분의 인성의 면모를 다시 묵상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예수님이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저 우러러보던 예수님에서 가난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와닿았다. 내 고단한 삶의 한 가운데로 이미 들어와 계신 예수님의 그런 면면을 보며, 그 가운데에서도 행하신 주님의 일들을 돌아보고, 또한 앞으로 행하실 일들을 기대하며 이제는 예수님을 본받아 좀 다른 마음 자세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의 기도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주님께서 주신 참 자유 안에서 거하며 진정으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고 싶다.
편협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기독교인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때로 소외받는 반쪽짜리 신앙인이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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