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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빛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 송병선 옮김 | 2010년 2월 12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284 쪽
가격 : 10,000
책크기 : 140×210
ISBN : 978-89-522-1322-8-0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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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20090211L.hwp
『바람의 그림자』『천사의 게임』의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3부작 연작소설 중 그 첫 권을 소개한다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와 『천사의 게임』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면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타작가로 급부상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데뷔작이자 미스터리 모험 3부작 중 그 첫 권을 소개한다. 『안개의 왕자』『한밤의 궁전』과 함께 3부작 연작소설을 이루는『9월의 빛』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가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고 쓴 첫 장편소설이다. 원래 사폰은 광고계에 몸담고 있다가 영화의 세계에 매력을 느껴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랬던 그가 영화에서 소설로 방향을 틀면서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긴장을 잘 녹여낸 3부작 모험소설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는다. 풍부한 서사구조, 생생한 묘사와 화려한 수사, 폭풍처럼 몰아치는 속도감 등 소설의 교과서라 불릴 만한 요소들의 단초를 이 책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괴한 로봇 인형들로 가득한 오래된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그리고 검은 그림자의 정체!

“오늘 나는 처음으로 그림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에 들어 있는 게 뭔지 알고 있다. 그것은 그림자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힘, 즉 증오다.”

1936년 시몬의 가족은 남편이 죽고 나서 남긴 엄청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노르망디의 작은 해안 마을에 있는 대저택의 집사이자 가정부로 일자리를 얻는다. 그곳은 유명한 장난감 제조업자이자 발명가로 엄청난 재산을 쌓은 라사루스 얀의 오래된 대저택이었다. 라사루스는 20년째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는 아내 알렉산드라와 단 둘이 생활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사는 베일에 싸인 인물. 음산한 대저택을 지키는 것은 이들 부부를 비롯해 수만 가지의 기괴한 로봇인형들뿐이다. 라사루스는 시몬 부인에게 지시 사항들을 일러준 뒤 주의사항을 당부한다. 아내 알렉산드라의 침실과 그의 작업실이 있는 서쪽 별채에는 절대 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시몬의 딸 이레네는 대저택의 부엌일을 돕는 한나의 사촌인 이스마엘과 풋풋한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이스마엘이 들려준 ‘9월의 빛’의 전설. 가면무도회가 열리던 9월의 어느 날 밤 한 여인이 가면을 쓴 채 작은 배를 타고 등대섬을 향해 밤바다를 나섰다가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풍랑으로 그녀가 탄 배가 절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가면으로 인해 마을 사람 누구도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했던 그 여인의 시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 뒤로 9월이 되면 아무도 없는 등대에 간혹 불빛이 켜지곤 하는데 사람들은 그게 죽은 여인의 영혼이 밝히는 불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이 말에 귀가 솔깃해진 이레네는 이스마엘과 함께 인적이 끊긴 등대를 찾는다. 그런데 구석에서 손때 묻은 낡은 노트 하나를 발견한다. 그건 바로 무도회가 있던 밤 폭풍우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여인의 보트에서 발견된 일기장이었다. 그 일기장 속엔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힌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에 대한 공포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데…….
한나의 의문의 죽음과 검은 그림자의 알 수 없는 정체, 라자루스의 아내 알렉산드라가 지닌 비밀 등
9월의 빛의 전설과 도플갱어의 전설이 음침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집에 얽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베일에 싸인 인물 라사루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내면의 불을 지피는 미스터리 모험 소설!

“네 눈에 보이는 걸 모두 믿으면 안 돼. 우리의 눈이 보는 현실의 모습은 단지 허상, 그러니깐 광학적 효과일 뿐이란다”

『9월의 빛』은 독자를 사로잡는 대표적인 서사구조인 미스터리 탐정 소설 기법과 멜로드라마 기법에 모험이라는 요소를 덧붙이면서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아마존 독자서평처럼 일단 읽기 시작하면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란 만을 무대로 환상과 공포, 낭만과 모험이라는 대중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미덕들이 총 출동한 가운데 통속과 작품성, 문학과 영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저 그렇고 그런 모험소설이지만은 않다.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 뒤에는 두 개의 구조가 중첩되어 있다. 하나는 독자가 지각하는 눈에 보이는 거짓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정한 세계다. 무정한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가난을 이기기 위해 마음을 건네주는 대가로 물질적 풍요를 약속 받은 라자루스 얀의 불행은 이러한 허상과 진실의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은유를 보여준다.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그림자와 마음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세계만이 진짜 세계라고 믿는 우리의 의식을 뒤흔드는 데 일조하는 동시에 현실이라는 세계 뒤에 자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존재감을 일깨워준다. 물질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만약 마음을 건네주는 대가로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는 호프만의 제안을 받는다면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진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책은 우리의 내면을 되돌아보라고 속삭인다.
이레네에게
파리의 하늘
위치와 구조
파란 만
비밀과 어둠
안개 속의 성
알마 말티스의 일기
그림자의 길
미지수
일그러진 밤
갇혀버린 사람들
가면 아래의 얼굴
도플갱어
9월의 빛
이스마엘에게

옮긴이의 말
한여름의 열기를 몸도 마음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날이 쓸쓸해져가는 날, 슬리퍼를 신고 바닷가에서 파도를 발로 차면서 읽기 좋은 책을 꼽으라면 나로선 사폰의 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날은 솔직히 좀 쉬어가는 독서를 하고 싶고 (매일 톨스토이와 조이스를 읽고 쇤베르크의 음악을 듣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저주받은 섬세하고 외로운 소년, 어두운 도시를 감싸고도는 안개 같은 이야기, 거대한 모험, 손을 꽉 잡고 있는 용감한 연인들, 영원 같은 한 순간,죽는 순간 마지막 흘리는 눈물 속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사랑 이야기에 한숨을 쉬면서 휩쓸리고 싶다. 사폰은 멜로와 미스터리와 탐정 소설에 우리가 거는 통속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원형에 가까운 기대를 가장 잘 아는 능란한 작가다. 즉 우리도 가끔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일이 진행되는 작품을 읽고 싶다. 그 속에서 영원한 사랑은 성취되고 악은 사라지고 파도는 말없이 철썩인다. 내가 누구를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도 나를 그리워한다. 세상은 살 만한다.
-정혜윤PD
오늘 나는 처음으로 그림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에 들어 있는 게 뭔지 알고 있다. 그것은 그림자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힘, 즉 증오다. 나는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조만간 이곳에서 악몽이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모조리 알게 된 지금,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혼자 놔둘 수 없다…….
-「알마 말티스의 일기」101~102쪽 중에서

그 당시에 나는 일곱 살이었어요. 그 시기에 우리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었어요. 그리고 나를 지하실에 가두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그곳에 있으면 그림자가 오더라도 날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말했어요. 기나긴 감금생활 동안, 나는 거의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어요. 내 숨소리를 들으면 그림자, 그러니까 내 허약한 영혼의 사악한 그림자가 내게 관심을 보일지도 모르며, 나를 직접 지옥으로 데려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기 때문이지요. 이 모든 게 당신에게 우스워 보일지도 몰라요, 아니 슬프게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몇 살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는 매일 매일이 몸서리처지는 현실이었어요.
-「가면 아래의 얼굴」215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