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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왕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 김수진 옮김 | 2010년 4월 16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228 쪽
가격 : 10,000
책크기 : 140*210
ISBN : 978-89-522-1352-5-0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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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데베 문학상
아이를 담보로 한 악마와의 어두운 거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현대판 파우스트!
▶ 내용 소개

전 세계 1,200만 독자들을 매료시킨 베스트셀러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화제의 데뷔작!

『안개의 왕자』는『바람의 그림자』와『천사의 게임』으로 전 세계 1,200만 독자들을 매료시킨 베스트셀러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데뷔작이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왔던 사폰은 1993년, 스물아홉의 나이에『안개의 왕자』를 공모전에 출품하여 에데베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처음으로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리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한밤의 궁전』과『9월의 빛』을 연달아 발표하며 이른바 을 완성한 그는 뒤이어 발표한 『바람의 그림자』와『천사의 게임』이 세계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면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타 작가로 급부상했다.
『안개의 왕자』는 안개에 가려서 보일 듯 말듯 감춰진 미스터리와 모험을 다룬 소설로, 인간의 무모한 욕망과 어둠의 존재, 아름다운 사랑과 비극적 운명 등의 모티프와 주제 의식이 시작되는 작품이다. ‘스물셋이 되어서도, 마흔셋이 되어서도, 심지어 여든셋이 되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을 써봐야겠다’ 싶어『안개의 왕자』를 집필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환상과 실재가 뒤섞인 묘사, 긴장감 있는 내러티브와 치밀한 구성력은 사폰의 기존 팬들과 그를 처음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서늘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욕망의 화신, ‘안개의 왕자’와 벌이는 목숨을 건 사투!

전쟁이 벌어지면서 카버 가족은 도시를 벗어나 바닷가의 작은 마을로 이사를 간다. 그러나 카버 가의 둘째 아들 막스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역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가 하면 길거리의 고양이가 기다렸다는 듯 카버 가족을 따라오고, 집 근처 조각 공원에 놓인 조각들은 볼 때마다 그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일들을 하나둘씩 겪던 막스는 어느 날 누나 알리시아와 함께 마을에서 새로 사귄 친구, 롤랑의 할아버지에게 마을의 바닷속에 난파되어 있는 ‘오르페우스호’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난파선에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소원을 들어준다고 유혹한 뒤 그 대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던 어둠의 존재, ‘안개의 왕자’가 승선하고 있었다는 것. 할아버지는 안개의 왕자가 오르페우스호를 타고 바다를 건너려다 배가 난파해 죽은 줄로만 알았지만, 시시각각 마을로 덮쳐오는 어둠의 기운으로 보아 그가 죽은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막스는 안개의 왕자가 원하는 것과 자신이 새로 이사 온 집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그의 비밀을 따라가기 시작하는데……. 막스와, 알리시아, 그리고 롤랑은 안개의 왕자가 오래전 승선했던 오르페우스호를 탐험하며 갖가지 모험에 휘말리게 되고, 이제껏 겪지 못했던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빚은 가혹한 판타지의 세계

『안개의 왕자』는 사폰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특유의 여러 모티프, 내러티브 전개 방식, 문학적 장치들 및 주제 의식의 단초가 시작되는 작품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주인공들과 그들을 둘러싼 낯설고 새로운 공간,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베일에 가려진 의문의 존재와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솔깃한 제안 등 기존의 사폰 문학을 접해본 독자라면 익숙한 모티프들이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안개의 왕자』는 표면적으로는 움직이는 조각상, 옷장 안에 숨어 있는 존재, 부양하는 난파선 등 기이하고 환상적인 일들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아직 채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사랑과 모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 을 만든 오손 웰즈였다는 사실을 드러내듯, ‘거꾸로 가는 시계’와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영생을 꿈꾸는 안개의 왕자의 어긋난 욕망은, 모두 얻었지만 사실은 모두 잃어버린 비극적 영웅, 케인을 떠올리게 한다. 또 영화 속에서 아들 케인을 도시로 보내기 위해 계약을 맺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이를 담보로 당장의 행복을 택한 소설 속 닥터 플레이슈만과 중첩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렇듯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두려움과 불안의 실체, 그리고 인간의 무모한 욕망과 현실에의 탐닉이 내포하는 메타포들은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행복한 동화와는 먼, 냉혹한 결말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가로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는 안개의 왕자, 그리고 그와의 치명적인 거래를 수락한 어른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이 치르는 대가로 끝나는 이야기. 자신의 분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용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왔던 사폰은 이 소설을 시작으로 실제로 문단에서 불을 뿜는 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화권에 따라 생김새는 조금씩 다르지만,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전설적인 존재인 용처럼 언어와 문화적 경계를 손쉽게 넘나들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한밤의 궁전』『9월의 빛』으로 이어지는 중 첫 번째로 쓰인 작품이자 사폰의 첫 문학상 수상작인『안개의 왕자』를 통해 독자는 거부할 수 없는 안개 속 미스터리로 끌려들어갈 것이다.
▶ 추천사
좋아하는 작가의 데뷔작을 뒤늦게 만난다는 건 그의 오래된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만 같아서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고 가슴은 두근거린다. 보통 풋풋함이나 싱그러움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설익은 사유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성된 작가는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있다 한들 나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책 『안개의 왕자』를 읽으면서 나는, 지금 사폰의 유려한 서술과 밀도 있는 사건 전개의 시발점들을 보았다. 긴장과 비극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독자의 시선을 완급 조절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독자는 가혹한 환상의 세계로 인도될 것이다.
- 구병모(『위저드 베이커리』작가)
▶ 책 속으로

막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괴기스러운 주변광경을 돌아보았다. 온통 바람에 춤을 추는 야생의 잡초들로 뒤덮인 조각들 하나하나에 시선을 던지다가 마침내 거대한 피에로상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오한이 흘러내리면서 막스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주먹을 쥐고 있던 피에로의 손이 마치 손님에게 길 안내라도 하듯이 활짝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차가운 아침 바람에도 막스는 목구멍에 불이 붙는 기분이었고, 관자놀이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 본문 37쪽 중에서

“나이가 들면 몇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단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인생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시기로 나뉜다는 걸 알고 있어. 첫 번째 시기는, 자신은 늙지 않을 거라 믿고, 시간도 흐르지 않을 거라 믿으며, 모든 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첫날부터 똑같은 종착점을 향해 걸어간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 시기지. 그 젊음의 시기를 지나면 두 번째 시기가 시작된단다. 두 번째 시기에 사람들은 인생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되고, 마음속의 불안감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의심과 의혹의 바다처럼 점점 커져가는 걸 느끼게 되지. 그리고 생이 끝날 무렵 마지막 시기인 세 번째 시기에 도달하는데, 그때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결국 체념하고 기다리게 돼. 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중 어느 한 시기에 붙잡혀서 끝내 그 시기를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보았단다. 정말 안된 일이야.”
- 본문 107쪽 중에서

“내가 살던 가난한 동네에서는 꼬맹이들이 그 사람을 ‘케인’이라고 불렀어. 어떤 사람들은 ‘안개의 왕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고. 그 사람이 늘 어두운 밤거리의 짙은 안개 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가는 해가 뜨기 전에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지. 케인은 정확히 어디 태생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하튼 잘생긴 젊은이였어. 밤마다 우리 마을 골목길 어딘가에서 공장의 기름때에 찌든 누더기 옷을 걸쳐 입은 아이들을 모아놓고는 협정을 맺자고 꼬드기곤 했지. 누구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준다는 거였어. 대신 케인은 딱 한 가지, 무조건적인 충성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 본문 109쪽 중에서

저렇게 백사장에 누워 롤랑과 키스를 나누는 누나의 모습은 막스에게는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롤랑과 누나 사이에 일종의 전류 같은 게 흐른다는 건 감지했지만 그저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과 실제로 제 눈으로 확인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막스는 다시 한 번 풀숲 사이로 해변을 훔쳐보다가 퍼뜩 자신이 그곳에 있을 권리가 없다는, 지금이 순간은 오로지 누나와 롤랑만의 시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오던 길을 되돌아가 해변을 뒤로 하고 자전거페달을 밟았다. 그러면서 혹시 자신이 질투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자문해보았다.
- 본문 143쪽 중에서

마법사가 말했다. “그럼 다시 우리 문제로 돌아가볼까? 우리, 협정을 맺으면 어떻겠니? 어른 대 어른으로 말이야 …… 롤랑의 목숨을 구하고 싶지? 아주 잘생긴 청년이잖니.” 마법사가 한 단어, 한 단어를 극도로 신중하게 골라가며 말했다.
“대신 뭘 내놓으라고요? 내 목숨을요?” 알리시아의 입에서는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이런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마법사는 팔짱을 끼고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알리시아는 케인이 절대로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난 다른 거면 좋겠는데…….” 마법사가 검지 옆면으로 아랫입술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네가 낳을 첫 아이의 목숨은 어떻겠니?”
- 본문 206~20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