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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궁전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 김수진 옮김 | 2011년 2월 21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350 쪽
가격 : 11,000
책크기 : 148*210
ISBN : 978-89-522-1542-0-0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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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200만 독자가 인증한 판타지 스릴러의 대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안개 3부작, 대단원의 완결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2001년 『바람의 그림자』로 혜성같이 등장해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스페인의 천재 작가다. 전쟁 직후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텍스트를 사랑하는 인간의 욕망을 공포와 환상,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로 창조해 낸 사폰은 단시일 내에 유럽을 정복하고 전 세계 독자들에게 천재 판타지 스릴러 작가의 탄생을 알린다. 그리고 7년 후인 2008년에 『바람의 그림자』의 프리퀄격인 『천사의 게임』을 출간하면서 다시 한 번 사폰의 명성이 허명(虛名)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스타일의 사폰식 판타지 스릴러는 이른바 ‘안개 3부작’으로 불리는 『9월의 빛』 『안개의 왕자』 『한밤의 궁전』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가 “남녀노소를 막론한 모든 세대가 읽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자 해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모두 안개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감춰진 미스터리를 다루었다고 해서 ‘안개 3부작’으로 불린다. 풍부한 서사 구조와 화려한 수사 등 소설의 교과서라 불릴 만한 요소들의 단초를 담고 있으며 사폰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해 준 사폰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이 연작 시리즈는 실제로 사폰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안개 3부작’의 완결편인 『한밤의 궁전』은 열여섯 살 젊은이들이사후에도 종결되지 않고 되살아나는 악과 벌이는 운명적 대결을 다루고 있다. 이제 막 성인 세계에 내던져진 고아원 출신의 젊은이들이 아이와 어른의 모호한 경계에서 겪는 마지막 모험은, 인도 캘커타의 민간 설화와 어우러지면서 낯설음이 주는 묘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과거의 집착과 증오심이 만들어 낸 현실의 악마와의 숨 막히는 대결!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이란성 쌍둥이 남매 벤과 쉬어는 16년 후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자신들의 뒤를 쫓던 악의 화신 자와할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들을 지키려던 주위 어른들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들을 노리는 자와할의 손길은 점점 더 노골적이고 잔혹하게 그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집착과 증오심으로 복수를 꿈꾸는 악의 존재에 맞서는 남매의 곁에는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를 지키기로 맹세한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멤버들뿐이다. 서로를 향한 진실한 마음과 우정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차우바 소사이어티’ 멤버들은 용기와 순수함 그리고 제각각의 특별한 재능으로 비밀스러운 자와할의 존재를 밝혀 가며 점점 위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식민지 조국 인도의 발전을 위한 원대한 포부를 가졌던 엔지니어 차테르기와 그의 절친한 친구 자와할 그리고 차테르기의 기술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고 싶어 했던 영국군 레웰린 대령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멤버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진실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어른들 세계의 가혹한 현실도 배우게 된다.
젊음의 무모한 열정과 혈기, 비밀의 공유를 통한 우정을 다룬 초반부 이야기는 십 대들의 유쾌한 성장기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선과 악이 어린 시절 생각했던 것처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증오는 사랑의 그림자이며 과거에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때로 현실에서 악마가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피를 요구하는 악마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자발적인 희생이다. 결코 알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알게 되고, 소중한 누군가의 희생을 통한 구원을 얻게 되면 더 이상 이 세상에 대하여 마냥 무지갯빛 환상을 품을 수 없다. 트라우마로 남게 될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 누구도 더 이상 아이로 살아갈 수 없다. 사폰은 아이에서 성인이 되어 가는 이 잔혹한 통과의례를 『한밤의 궁전』에서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 준다.

암울하고 기괴하지만…… 아름답다!
그래서 매혹될 수밖에 없는 사폰의 판타지 스릴러

화려한 수사와 감각적인 문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신비하고 어두운 존재와의 대결 등 사폰 특유의 문학적 장치들은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이미지를 독자들의 상상 속에서 재현해 낸다. 소설 속에 복선처럼 배치해 놓은 이야기들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 가는 열쇠로 작용하고, 주인공의 현실을 위협하는 미지의 존재는 언제나 그들 자신의 과거의 삶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간절한 열망과 처절한 감정의 어두운 그림자에 먹힌 영혼이 산 자들의 현실을 위협하는 것은 사폰이 그리는 판타지 스릴러의 특징이 되었다. 『한밤의 궁전』에서 인도를 강한 나라로 만들고 싶었던 차테르기의 열망과 아내를 향한 사랑은 자와할의 복수를 향한 강렬한 열망과 연결되어 있다. 암울하고 기괴한 내용과는 달리 너무도 고상하고 아름다운 묘사와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로 그는 독자들을 ‘사폰 홀릭’으로 이끌어 간다. 마치 사이렌의 노래에 홀린 선원들이 이끌리듯이 사폰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사폰이 창조해 낸 신비한 텍스트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작가의 말
프롤로그
어둠으로부터의 귀환
막간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마지막 밤
막간
궁전들의 도시
불새
막간
한밤의 궁전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비밀결사라고?” 쉬어가 호기심으로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물었다. “비밀결사 같은 건 소설 속에나 나오는 건 줄 알았는데?”
“이쪽 시라지는 이야기꾼이야. 아마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을걸.” 이언이 말했다.
시라지가 무한히 솟아나는 이야기의 보고라는 표현이 딱 맞기라도 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메이슨이라고 들어봤어?” 시라지가 말했다.
“잠깐만!” 벤이 말허리를 끊고 들어왔다. “쉬어가 우릴 시커먼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 단체인 줄 알겠다.”
“그럼 아니란 말이야?” 쉬어가 웃어 댔다.
“절대 아니지.” 세스가 근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리 ‘차우바 소사이어티’는 아주 바람직한 2대 강령을 준수하는 단체야. 첫째, 회원끼리 서로 돕는다. 둘째, 각자 알게 된 사실들을 회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유한다. 원칙은 이 두 가지야.”
“그건 인류 최대의 공적들이 늘 하던 말 아닌가?” 쉬어가 물었다.
“그건 지난 2, 3천 년간의 역사에서만 있어 온 일이야.” 벤이 대답했다. “그나저나 우리 다른 이야기를 좀 해 보면 어떨까? 우리 ‘차우바 소사이어티’에게 오늘 밤은 아주 특별한 밤이거든.”
(89~90쪽 중에서)

“너를 찾는 사람이 있다. 널 죽이려고 해, 벤. 살인자다.” 카터 원장의 힘겨운 음성이 들려왔다. “내 말을 믿거라. 그 남자의 이름은 자와할이다. 아마도 네 과거와 관련이 있는 사람인 듯싶구나. 왜 널 찾으려는 건지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만, 분명한 건 네가 위험하다는 거야. 나한테 한 짓은 일종의 시범에 불과해. 자신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준 거지. 어제 보육원에 찾아왔던 아르야미 보세를 찾아가거라. 그리고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 내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그녀가 경고했었는데 내가 너무 간과했던 것 같다. 그러니 너만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거라. 그녀를 찾아가 얘기를 나눠 봐. 그리고 자와할이 여기에 왔었다는 얘기도 하고. 네가 뭘 어찌 해야 할지는 그녀가 알려 줄 거다.”
온통 화상으로 일그러진 토마스 카터 원장이 입을 다물자 벤은 주변의 세상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세인트 패트릭스 보육원 원장이 한 말은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아마도 폭발의 충격 때문에 정신이 좀 이상해졌고, 정신이 혼미하다 보니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더구나 그 역시 지난밤에 황당한 꿈을 꾸지 않았던가. 구급차에서 풍기는 강렬한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벤은 자신을 포함해서 세인트 패트릭스 식구들이 하나같이 어떻게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내 말 잘 들었니, 벤?” 카터 원장이 힘겹게 한 마디 더 했다. “내 말 알아들었느냐고?”
“네, 원장 선생님.” 벤이 속삭였다. “잘 알아들었으니 아무 걱정 마세요.”
카터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벤은 화마가 그의 얼굴 위에 저질러 놓은 짓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벤!” 카터 원장이 극심한 부상으로 다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소리쳤다. “내가 시킨 대로 해라. 아르야미를 꼭 만나겠다고 약속해.”
(123~124쪽 중에서)

쉬어와 벤, 이언은 말없이 모형 속의 기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그마한 기관차 모형은 한참을 달려 찬드라 차테르기의 집 바로 뒤에서 멈춰 섰다. 그러더니 기차 속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빛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세 소년은 꼼짝도 못하고 놀란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 기차가 움직인 거지?” 벤이 물었다. “어딘가에서 동력이 공급되어야 가능할 텐데 말이야. 혹시 이 집 어딘가에 발전기가 있니, 쉬어?”
“아니. 내가 아는 한은 없어.” 쉬어가 대답했다.
“분명 있을 거야.” 이언이 말했다. “한번 찾아 보자.”
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내가 염려하는 건 그게 아니야.” 벤이 말했다. “설사 발전기가 있다고 해도, 세상에 혼자 알아서 작동하는 발전기는 없어. 더구나 여러 해 동안 작동되지 않았던 거라면 말이야.”
“그렇다면 저 기관차 모형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했겠네.” 쉬어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집 안에 우리 말고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 벤이 말했다.
이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무슨 재수 없는 일인가.’
“내 생각도 그래…….” 이언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벤이 소리쳤다.
이언이 벤을 쳐다보았다. 벤이 다시 모형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아까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213~214쪽 중에서)